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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을 낭독하는 삼성직업병 피해자와 시민
▲ 221인 방진복 선언 선언문을 낭독하는 삼성직업병 피해자와 시민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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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송년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221인 방진복 선언'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반올림 농성장에 모여들었다. 삼성 본관 앞엔 77일째 농성 중인 반올림 활동가와 피해자 가족이 방진복과 피켓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직업병 올바른 해결 촉구" "삼성을 바꾸자"라고 적힌 오렌지색, 파란색 피켓을 든 하얀색 방진복을 입은 사람들이 번쩍번쩍한 삼성 본관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8년 전, 노동자 건강권과 인권의 시계가 삼성으로 인해 멈춰섰다. 굴뚝 없는 청정기업, 세계 초일류 반도체라는 반짝이는 껍데기는 노동자들의 무덤이 되었다. 221명의 제보자와 75명의 죽음. 75명의 세계가 사라지고, 221명의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시간이 멈추었음을 알리는 '징'이 울리자, 참가자들은 삼성직업병 피해 제보자 221명의 요구를 일제히 읽기 시작하였다. '삼성은 기억하라. 우리의 삶과 고통을'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방지복 선언문을 낭독하자 가슴이 뭉클해졌고, 눈물이 흘러내리려 했다.

"우리 혜경이와 함께 읽는데, 눈물이 나려는 거야. 근데 그 단단한 삼성 경비들이 우릴 막고 서있는데, 눈물 보이기가 신경질이 나더라구. 그래도 방진복 선언 참 좋았어요." (삼성 LCD 뇌종양 피해노동자 한혜경 어머니 김시녀씨)

반올림은 2007년부터 삼성 직업병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삼성은 진실을 외면하고 돈으로 이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 삼성이 먼저 제안한 교섭이었는데, 삼성이 도입을 강행한 조정위원회였는데도 삼성은 사회적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방진복을 입은 시민과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221인 방진복 선언 방진복을 입은 시민과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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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이 추위에 농성장을 지키며 "진정성 있는 사과, 배제 없는 보상,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일방적인 보상위원회를 마련해 생계비와 치료비가 절박한 피해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100명이 보상을 받을 예정이다. 올해 안에 직업병 문제 해결한다"고 언론보도도 흘러 나온다.

"대화는 상대가 있는데, 삼성이 문제가 다 해결했다고 해결된 건가요? 더 이상 우리 유미 같은 피해가 안 나오도록 해야 하는데, 반올림이 이렇게 농성장에 있는데, 나와보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고 있어요."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

221명, 삼성이 외면한 삶들이 오늘 이 자리에 섰다. 그리고 우리는 요구한다.

- 삼성은 직업병 책임 회면하지 마라!
- 삼성은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다.
- 삼성은 221명의 삶에 사과하라.
- 삼성은 배제없는 보상 약속하라.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반올림 농성장 77일차, 221명의 방진복 선언 참가자들은 삼성의 중심에서 진실을 외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반올림 권영은 활동가가 쓴 221인 방진복 선언 기록입니다.



태그:#삼성직업병, #삼성반도체백혈병, #반올림,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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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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