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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교육기회 균등을 위해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는 돈이 있다. 바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교부라는 말은 자기 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중간에서 전달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마치 자기 돈을 억지로 나누어주는 뉘앙스를 자주 풍긴다. 국민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법적 기준에 따라 교부하면 자신의 역할은 끝난 것이다. 축의금을 걷은 총무는 그냥 결혼식장에 가서 봉투만 내면 되는 것이다.

교부란 말을 적절하게 쓰는 경우를 찾아보았다. 첫째, 합격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교부하였다. 둘째, 영수증을 교부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두 사례에서 보았을 때 교부받는 사람은 교부하는 사람에게 전혀 아쉬워하거나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면 그뿐이다. 합격은 내가 한 것이지 면허증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한 게 아니다. 돈은 내가 낸 것이니 영수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교육 재정교부금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잠시 맡겨둔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보수진영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은 매년 9%씩 늘어왔다. 만약 이 비율로 계속 증가해 왔다면 지금 지방교육 재정교부금 규모는 약 60조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올해 규모로 40조 원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의 성장률 예측이 빗나가면서 세금이 걷히지 않으니 내국세에 연동되어 교부되는 돈이 줄어든 것이다.

세수는 왜 쪼그라드는가? 이치는 간단하다. 국가의 재정을 국민 전체가 활력 있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그야말로 이익집단들의 기득권 유지에 재정을 투자하면 잠재성장력이 떨어지면서 세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4대강을 파고, 아라뱃길을 만들고, 이득없는 자원외교를 하고, 무분별한 방위산업 무기 구매 등 국가의 재정투자가 일부 분야로 집중되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되어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다.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진 시도교육청 재정에 핵폭탄이 투하되었다. 바로 누리과정 예산이다. 누리과정 예산 규모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가? 어느 교육청의 한 해 예산을 2조 원이라고 할 때, 인건비와 고정비용을 다 빼고 나면 10% 정도의 예산이 가용 금액이다. 약 2천억. 그중 절반을 누리과정에 지원해주어야 한다. 기막힐 노릇이다. 시도교육청은 돈이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빚을 내서 이 돈을 충당해 왔다. 그래서 늘어난 빚이 예산총액대비 33%로 늘었다.

이렇게 각 시도교육청은 지방채를 발행하여 쪼들린 살림살이를 연명해 오고 있다. 요즘 이 지방채 발행규모가 매년 두 배로 뛰는 중이다. 2013년 2조 9721억 원에서 2014년 4조 7946억 원, 2015년 9조 7011억 원으로 늘어났다.

만약 내년에도 만약 지방채를 발행한다면 이제 시도교육청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이다. 왜냐하면 예산대비 빚이 40%가 넘으면 시도교육청은 예산편성권을 중앙정부에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러한 사태가 온다면 이제 더 이상의 교육자치는 없다.


태그:#누리과정, #지방교육재정, #시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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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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