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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북한군 목함지뢰. (합참 제공)
▲ 북한이 사용하는 목함지뢰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북한군 목함지뢰. (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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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저는  대인지뢰금지협약이 체결되는 현장인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있었습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 정책팀장으로 이 역사적인 조약식에 참석한 것이지요. 이후 대인지뢰를 사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되었습니다. 대인지뢰 금지운동(ICBL)을 통해서 대인지뢰 금지를 국제조약으로 만든 조디 윌리암스는 그해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KCBL은 조디 윌리암스를 초대했고, 조디는 이듬해 1998년 2월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윌리암스는 파주, 연천 등 대인지뢰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그녀는 강연료로 지뢰 피해자들에게 휠체어를 기증했습니다. 대인지뢰는 발목만 자른다고 해서 '발목지뢰'라고도 합니다. 일부러 발목 등 신체 일부분에만 상해를 입혀 부상병으로 만들어 적국에 부담을 지우려 하는 것입니다. 지독하게도 비인도적인 무기입니다.

게다가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군인보다 민간인 지뢰 피해자들이 더 많이 발생합니다. 조디 윌리암스는 한국 정부조차 외면한 민간인 지뢰피해자들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습니다. 한국은 올해가 돼서야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인지뢰피해자들에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인지뢰 금지운동을 펼치면서 남북한 모두 대인지뢰 금지조약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세계 162개국이 대인지뢰 금지조약에 가입했지만 남북한과 미국은 아직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대인지뢰, 군사적 효용 낮아

북한이 대인지뢰를 추진철책 통문에 설치한 것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비열한 행위입니다. 전쟁에도 법이 있고 규칙이 있습니다. 대인지뢰는 사용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고 비인도적입니다. 그런데 남북한이 대인지뢰 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대인지뢰의 효용성 때문입니다. 대인지뢰를 매설하면, 한반도 유사시에 적군의 진격을 지체시켜서 방어를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조차 부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미연합 야전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홀링워스 장군은 한국과 미군이 매설한 대인 지뢰가 북한군이 공격할 때 오히려 한국군의 자유로운 기동을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비무장지대에는 6.25 때 미군이 공중에서 살포한 대인지뢰를 비롯해 북한이 매설한 지뢰까지 100만 개가 넘는 대인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대인지뢰들은 어디에 매설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국방부가 지뢰 지도를 보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인지뢰가 상대의 진격을 지체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편의 기동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입니다.

대인지뢰의 효능이 유사시 상대편의 진격을 막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비인도적이고 비효율적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통문에 목함지뢰를 매설했다면 그것은 유사시 한국군의 진격을 막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통문을 출입하는 병사들에게 상해를 입힐 목적이었기 때문에 비열한 짓입니다. 북한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할 것입니다.

한편 우리는 이 기회에 비무장지대가 얼마나 무장되어 있고, 정전협정 위반 투성이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비무장지대는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북쪽 2km 북방한계선과 남방 2km 남방한계선 사이의 남북 4km, 동서로 249km의 구간을 말합니다. 하지만 남북으로 4km가 유지되는 구간은 없습니다. 동부전선에는 800m밖에 안 되는 곳도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의 구역이 유지되지 않는 것 자체가 정전협정 위반입니다.

중무장으로는 비무장지대 안전 보장 못해

군 당국은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에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부 시행하기로 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2010년 5월 24일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사태에 따른 대북조치의 하나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결정, 중동부전선을 지키는 백두산부대 최전방 GOP 장병들이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
▲ 군당국 파주 인근서 대북 확성기 방송 실시 군 당국은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에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부 시행하기로 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2010년 5월 24일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사태에 따른 대북조치의 하나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결정, 중동부전선을 지키는 백두산부대 최전방 GOP 장병들이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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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목함지뢰를 설치했던 추진철책 자체가 정전협정 위반입니다. 비무장지대에는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을 따라 동서로 긴 철책이 있습니다. 우리가 TV에서 자주 보는 철책입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 안에는 추진철책이라는 또다른 철책이 있습니다. 남북한이 각각 동서로 긴 추진철책을 설치했습니다. 이 추진철책은 비무장지대에 있는 경계초소(GP)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비무장지대에는 동서를 가르는 4개의 긴 철책이 있는 셈입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는 남방한계선 철책이 두 겹으로 된 곳도 있습니다.

남북 정부가 GP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남한은 100여 개, 북한은 280여 개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략 1만 명 이상의 남북한의 병사들이 GP에서 숨을 죽이면서 중무장된 비무장지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GP와 추진철책 자체가 정전협정 위반이니까 비무장지대는 존재만 정전협정에 따른 것일 뿐 운영과 유지는 정전협정 위반 투성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남북한은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GP를 설치했습니다. 남한의 GP가 지금처럼 중세의 성과 같은 모습의 콘크리트 시설로 바뀐 것은 1980년대 이후부터입니다. 남한정부는 1982년에 비무장지대에서 군사시설을 완전히 제거할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정부는 이후 GP를 강화하고, GP를 연결하는 추진철책을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관련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추진철책은 1983년부터 설치됐는데 그 당시만 해도 일부 부대에서만 설치했습니다. 추진철책이 지금과 같이 동서를 가로지르는 형태가 된 것은 1989년 무렵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군사분계선(MDL)이 선으로 존재하는 것은 '지도'에서만 입니다. 현실에서는 서에서 동으로 번호를 매긴 1292개의 팻말이 군사분계선의 역할을 합니다. 과거엔 남이고 북이고 모두 팻말을 뽑아서 상대 진영으로 이동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북한도 비무장지대에서의 장비 철수와 군사시설 해체를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1990년, 군축방안을 제기하면서입니다. 그러나 결국 비무장지대는 중무장지대가 되어서 서해 NLL과 함께 한반도의 화약고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비무장지대를 지금처럼 병력을 동원해서 동에서 서까지 '선(線) 방어' 개념을 가지고 물 샐 틈 없이 방어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근래에 발생했던 북한군의 '노크 귀순'과 '대기 귀순'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TOD, 야간투시경, CCTV 등의 스마트 방어 능력을 강화 시킨다 하더라도 기후와 지형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이면 짙은 안개가 자주 끼고 수풀이 무성하고 능선과 골짜기가 많기 때문에 장비 보강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남북한 대인지뢰 금지조약 가입해야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군 관계자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살상용 목함지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군 관계자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살상용 목함지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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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역설적이게도 중무장으로는 비무장지대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습니다.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추진하는 것이 비무장지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1982년 비무장지대의 군사시설 완전 제거를 제안한 남한의 주장, 1990년 비무장지대에서의 장비철수와 군사시설 해체를 주장한 북한의 주장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남북한이 동시에 대인지뢰 금지조약에 가입해야 합니다. 대인지뢰 금지조약에 가입하면 4년 이내에 비축한 지뢰를 폐기하고, 10년 이내에 매설한 지뢰를 제거해야 합니다. 매설 지뢰 제거는 진행과정에서 연장될 수 있습니다. 남북한의 동시 대인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 국제평화공원뿐 아니라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은 군사와 정치 영역에서 남북한의 지속적이고도 고차원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부가 안보와 평화에서 유능한 정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목함지뢰 폭발사고 이후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위기관리 통합조정능력은 미숙하기만 합니다. 지뢰폭발사고가 난 때는 8월 4일 오전 7시 35분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8월 5일 오전 11시 30분께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서 북한에 남북회담을 제의하는 서신 전달을 시도했습니다. 8월 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비무장지대 인근인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복원공사 기공식에 참여했습니다.

정부는 이때는 지뢰사고가 북한의 소행인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변명은 군색합니다. 정부는 8월 10일 오전까지 매일 같이 북한에 서신전달을 시도합니다. 8월 10일은 국방부가 북한이 목함지뢰를 매설했다고 발표한 날입니다.

국방부는 북한의 소행으로 발표하고 북한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도 11년 만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원점타격도 검토했다가 미군의 만류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기관리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소리 높여 북한을 규탄하기만 하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정부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이유입니다. 정부의 불안정한 위기관리 능력이 국민불신과 안보불안을 가져온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창수는 코리아연구원 원장이면서 통일맞이 이사와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 정책팀장으로 활동할 때는 대인지뢰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조디윌리암스를 한국에 초청해서 대인지뢰반대 캠페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태그:#대인지뢰, #추진철책, #목함지뢰, #비무장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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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서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때 우리는 평화를 발견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평화이고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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