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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공장에서 보아 알게 된 포도주 제조과정

마츠에 포겔파크 입구
 마츠에 포겔파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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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모로 가는 길은 신지 호수 북쪽을 따라 서쪽으로 이어진다. 이 길이 431번 도로다. 중간에 도시가 없어 아주 작은 마을이 이어진다. 도로와 함께 철도가 나란히 달리는데, 이 철도를 이치바타(一畑) 철도라 부른다. 철도가 이치바타 전기철도(주)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치바타는 이제 자동차, 기선 등 운수교통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고, 관광 백화점 등 서비스 산업에도 진출해 있다.

버스가 신지 호수 중간쯤에 있는 마츠에 포겔파크(Vogelpark)를 지난다. 포겔파크는 독일어로 '새 공원'을 말한다. 일종의 테마파크로 2001년 개장했으나, 실적이 좋지 않아 2015년 3월 파산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이치바타 파크(주)가 운영 관리하고 있다. 32ha의 부지에 꽃과 새를 중심으로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시마네 와이너리
 시마네 와이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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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의 만남을 주제로 새들의 비행, 펭귄 산책, 조류 사육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 고니, 앵무새, 펠리칸 등을 볼 수 있다. 꽃 전시공간도 많아 농원 또는 화원의 성격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포겔파크를 일본식으로 표기하면 화조원(花鳥園)이 된다. 여기서 다시 서쪽으로 가면 신지호수를 벗어나 이즈모시 지역으로 들어간다.

이즈모시는 낮은 구릉이 많아 포도밭이 많은 편이다. 우리는 이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포도주를 맛보러 시마네 와이너리로 간다. 이곳은 양조관, 시음․판매관, 레스토랑, 카페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우리는 양조관과 시음·판매관을 돌아본다. 양조관에서는 포도주 제조공정을 견학할 수 있다. 자료를 보니 포도주는 10단계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포도주 제조과정
 포도주 제조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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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단계가 수확한 포도를 으깨는 것이다. 이를 '파쇄'라고 한다. 그다음은 압착과 발효다. 압착은 포도즙을 짜내는 것을 말하고, 발효는 포도즙을 술로 만드는 첫 번째 과정이다. 그다음은 저장과 숙성한다. 숙성은 포도주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그다음이 냉각이다. 냉각해야만 장기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여과를 거쳐 병에 포도주를 넣는다. 병에 들어간 포도주는 지하 저장고에 들어가 다시 숙성과정을 거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포도주가 완성되면 시장에 출하된다. 우리는 주어진 코스를 따라가며 그 과정을 살펴본다. 그런데 이 과정이 대부분 자동화되어 일하는 사람들을 별로 볼 수 없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포도주는 30종쯤 된다. 그것을 맛보기 위해 우리는 시음·판매관으로 간다.

양조관 내부
 양조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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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0종만 무료시음이 가능하고, 나머지 20종은 유료로 시음할 수 있다. 무료시음을 통해 맛본 와인은 색깔(화이트, 로제, 레드), 산도(신맛, 단맛), 경중(가벼운 맛, 무거운 맛)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내 취향에는 달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은 화이트와 로제가 좋다. 그래서 Enmusubi라는 상표가 붙은 와인을 하나 산다.

유료시음 와인은 비교적 가격이 비싼 것들이다. 그래서 무료로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판매관으로 가 이 지역 특산물들을 살펴보고 구입한다. 이곳 이즈모 특산물로는 농·축·수산물이 많다. 치즈, 어묵, 모치, 신지호에서 잡은 바지락, 과일 젤리, 과자가 보인다. 이들 모두 값이 싸지는 않다. 그래도 각자 이것저것 구입해 밖으로 나온다. 다음 행선지는 유명한 이즈모다이샤다.  

이즈모 다이샤 이야기

이즈모다이샤 정문
 이즈모다이샤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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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모 신사는 역사가 있고 규모가 커서 다이샤로 불린다. 그리고 신사가 왕족과 관계가 있으면 진구(神宮)로 불린다. 이즈모 다이샤는 431번 도로의 끝에 위치한다. 길에서 출운대사(出雲大社)라고 쓴 표지석과 도리이가 보인다. 그러나 버스를 이곳에 세울 수 없어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높다란 깃대가 보인다. 그곳에 일장기가 걸려 있어야 하나 비 때문에 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카구라덴(神樂殿)을 지나 혼덴(本殿)으로 가면서 신사를 살펴보려고 한다. 카구라덴은 말 그대로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제(祭)를 올리는 전각이다. 제는 악가무를 동반한 제례를 일컫는다. 그런데 이곳에서 유명한 것은 커다란 금줄(注連縄)이다. 이 금줄은 길이가 13m, 둘레가 9m, 무게가 5t이나 나간다. 이 금줄은 이곳이 신의 영역임을 표시한다. 그리고 인간세계로부터 액과 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즈모다이샤 혼덴
 이즈모다이샤 혼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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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구라덴에서 길은 자연스럽게 혼덴으로 이어진다. 혼덴은 1744년에 지어졌고, 높이가 24m나 된다. 그렇지만 현재 혼덴의 원형은 1248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것은 2000년 발굴에서 확인된 기둥과 출토물 분석을 통해 주장되었다. 2008년 헤이세이(平成) 대천궁(大遷宮) 때는 대대적인 보수가 이루어져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곳 혼덴에는 천지개벽과 관련된 다섯 위의 신이 모셔져 있다. 그들은 아메노미나카 누시카미(天之御中主神), 아마노토 고다치가미(天之常立神) 등이다. 그리고 국토를 헌납하고 국가를 양도한 오쿠니누시(大国主)가 모셔져 있다. 이들은 모두 <고사기(古事記)>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나오는 천손강림신화의 주인공들이다.

태양신 스사노 노미코토 이야기

오쿠니노시 동상
 오쿠니노시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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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모라는 지명도 '구름에서 나온(出雲)'이라는 뜻으로, 하늘나라에서 신들이 내려왔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선지 이곳 혼덴 앞 어신등(御神燈) 옆에 오쿠니노시 동상을 만들어 놓았다.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따르면 오쿠니노시는 스사노 노미코토(素戔嗚尊, 須佐之男命)의 아들 또는 손자로 되어 있다. 그럼 스사노 노미코토는 어떤 인연으로 이곳 이즈모 지방에 살게 되었을까?

전설에 따르면 하늘나라에서 쫓겨난 스사노는 도리카미(鳥上)에 있는 히가와(斐伊川) 상류를 거닐고 있었다. 그때 노인 부부가 울며 다가온다. 스사노는 그 연유를 물었고, 그들은 스사노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뱀을 물리치는 스사노 노미코토
 뱀을 물리치는 스사노 노미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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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덟 명의 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년  야마토노 오로치라는 머리 여덟 개 달린 뱀이 나타나 딸을 하나씩 잡아먹는 겁니다. 금년이 여덟 번째 해로 막내인 쿠시이나다 히메가 잡혀먹힐 차례입니다. 우리는 힘이 없어 그걸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하소연을 들은 스사노는 그들을 돕기로 한다. 스사노는 먼저 8통의 술을 준비하고, 딸을 숨긴 다음 뱀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드디어 뱀이 나타나 그가 좋아하는 술을 본다. 그리고는 8개 머리가 각각 한 통씩 여덟 통의 술을 다 마셔버린다. 그러자 스사노가 칼을 들고 나타나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뱀을 산산조각 내 버린다. 그리고 쿠시이나다 히메와 결혼한다.

그 때 사용한 칼이 지금도 나고야에 있는 아츠다 진구(熱田神宮)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뱀 퇴치전설은 <일본서기> 1서 제4에도 나온다. 그런데 이곳에서 스사노는 하늘나라에서 추방되어 신라(新羅)의 소시모리로 내려온다. 그러나 얼마 후 이 땅에 살고 싶지 않아 아들인 이소다케루(五十猛神)와 함께 배(土船)를 타고 동해바다를 건너 히가와(簸川) 상류의 도리카미노미네(鳥上之峯)에 이른다. 그리고는 머리가 여덟 개 달린 뱀을 퇴치한다.

연오랑세오녀 전설

스사노가 내려왔다고 전해지는 소시모리: 고천원: 경북 고령에 표지석을 세웠다.
 스사노가 내려왔다고 전해지는 소시모리: 고천원: 경북 고령에 표지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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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바로 <삼국유사> <기이 제1(紀異 第一)>에 나오는 '연오랑세오녀(延烏郞細烏女)' 전설과 유사하다. 연오랑을 스사노로 대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이라면 연오랑에게는 함께 사는 부인이 있다. 그리고 그는 배가 아닌 바위 또는 물고기를 타고 일본으로 간다. 또 하나 스사노가 떠난 곳이 소시모리라면, 연오랑이 떠난 곳은 영일만이다. 

"동해 바닷가에 살던 연오랑이 아달라 이사금 4년(157) 해조류를 뜯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바위 하나가 나타나 연오랑을 등에 업고 일본으로 가버렸다. 일본 사람들은 연오랑을 범상치 않은 인물로 여겨 왕으로 삼는다.

파도가 몰아치는 이즈모 해안
 파도가 몰아치는 이즈모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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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세오녀는 이상해서 바닷가에 나가보니 남편이 벗어놓은 신발이 있었다. 바위 위로 올라가니, 그 바위가 세오녀를 태우고 일본으로 간다. 일본 사람들이 놀라고 이상히 여겨 왕에게 이 사실을 아뢰었다. 그리하여 부부가 다시 만나게 되었고, 세오녀는 귀비가 된다."

그 뒤로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는다. 그러자 사람들은 해와 달의 정기가 일본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왕은 일본으로 사자를 보내 연오랑 부부가 돌아오도록 한다. 그러나 연오랑은 그가 일본에 간 것을 하늘의 뜻으로 알고, 대신 왕비가 짠 고운 비단을 보내 하늘에 제사 지내도록 한다. 신라왕이 비단을 놓고 하늘에 제사를 드리니 해와 달의 정기가 전과 같아졌다고 한다.


태그:#시마네 와이너리, #마츠에 포겔바크, #이즈모다이샤, #스사노 노미코토, #[연오랑 세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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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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