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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아픈 것’이라는 등식을 받아 들여야만 한다고 합니다.
 ‘늙음=아픈 것’이라는 등식을 받아 들여야만 한다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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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라는 말이 귀에 익숙해진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서 '150세 시대'라는 말(용어)이 등장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150세 시대가 곧 온다고 합니다. 노화는 질병이라고 합니다. 텔로미어(telomere)가 점점 짧아지는 속도를 늦추거나 막으면 된다는 방법까지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노화가 질병이고, 질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대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니 150세 시대가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상적으로만 생각해 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죽는다는 게, 죽음이라는 게 그렇게 실감나게 겁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늙는다는 건 겁납니다. 늙는 자체가 겁 난다기보다는 '늙음=아픈 것'이라는 등식을 받아 들여야만 한다는 게 무섭습니다.

노인의 삶을 먼저 산 몇몇 분들이 쓴 글을 보면 '늙는다는 건 아프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게 거반 이구동성입니다. '늙음=아픈 것'을 인정하고 순응하는 게 노후를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는 준비이거나 지혜라고 하니 겁납니다.

하루만 머리가 아파도 괴롭고, 한나절쯤만 배가 아파도 참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데 그런 괴로움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게 노년이라고 하니 무섭기도 하고 겁도 나는 건 어쩜 당연하다 생각됩니다.

잘 살다 잘 죽을 수 있는 키워드 <늙어갈 용기>

<늙어갈 용기> (지은이 기시미 이치로 / 옮긴이 노만수 / 펴낸곳 (주)글항아리 / 2015년 6월 25일 / 값 1만 6,000원)
 <늙어갈 용기> (지은이 기시미 이치로 / 옮긴이 노만수 / 펴낸곳 (주)글항아리 / 2015년 6월 25일 / 값 1만 6,000원)
ⓒ (주)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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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늙어갈 용기>(지은이 기시미 이치로, 옮긴이 노만수, 펴낸곳 (주)글항아리)에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곧 아픔과 더 자주 대면해야 하는 것이고, 아프다는 것은 곧 늙어 간다는 신호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곧 아픔과 더 자주 대면해야 하는 것이고, 아프다는 것은 곧 늙어 간다는 신호다. 정신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보상을 추구하는 정신의 메커니즘은 신체의 세계에서도 똑같다고 하는 아들러의 말대로,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오는 질병, 노화, 죽음 때문에 고통스러운 우리 몸은 어떤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며 이러한 인생의 과제를 극복하려고 하는 걸까? -<늙어갈 용기> 107쪽-

책의 제목으로만 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자기 계발서, 노후를 지혜롭게 대비하거나 행복하게 맞이하기 위한 어떤 처세술쯤으로 어림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인생전반, '생로병사'를 아우르는 심리학이자 행복한 삶을 위한 처세술입니다.   

책은 전체 5장, '1장 대화할 용기-타자에 대하여-', '2장 몸말에 응답할 용기-아픔에 대하여-', '3장 늙어갈 용기-나이 듦에 대하여-', '4장 책임질 용기-죽음에 대하여-', '5장 행복해질 용기-어떻게 살 것인가- 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건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고, 더불어 사는 첫 걸음은 대화입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용기'는 심리적 처세술이자 당위성입니다.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자신 있는 설명입니다.

타인과의 대화는 물론 아픔과 늙음, 죽음까지도 당당(용기 있게)하게 맞아들일 수 있는 멍석, 아들러 심리학에서 우려낸 실전적 지혜입니다.    

아들러 심리학에 저자의 경험 덧대 실감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정신과의원에서 심리상담치료를 담당했던 저자는 아들러를 추종하기도 하지만, 일본에서 아들러의 원전을 거의 다 번역해 낼 정도로 아들러 대가입니다.

쉰 살의 나이에는 심근경색이 발병하여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고,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대재앙을 경험한 때문인지 저자는 어떤 철학자나 심리학자보다 삶과 죽음, 생로병사로 점철되는 여정을 진지하게 새겨냅니다.

중국 황제의 전통적 아침 스프로 알려진 연와는 금사연(金絲燕)이라는 바다제비가 제 몸에서 우려낸 타액을 흙에 섞어서 지은 제비집에서 얻는다고 합니다. 바다제비가 흙에 자신의 타액을 섞어 만든 결과물이 바다제비집이라면, <늙어갈 용기>는 아들러의 심리학에 저자의 삶을 섞어서 풀어낸 제비집 같은 내용입니다.  

그렇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고 있다. 그런데 평소에 이런 사실에 몰입하면서 사는 이는 없다.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사람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고 온제 죽을지 모른다. 죽음은 필연적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늙어갈 용기> 302쪽

대개의 사람들은 훤한 대낮보다는 깜깜한 밤을 더 무서워합니다. 깜깜한 밤이 더 무서운 건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같은 어둠이라도 평소 익숙한 곳 다는 생면부지라 낯선 곳이 더 무섭기 마련입니다. 낯선 곳이 더 무서운 건 모르는 데서 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용기있는 삶을 위한 지혜의 샘 찾아나서는 첫 걸음

늙어 간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느새 맞닥뜨려야 할 여정이지만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든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죽는다는 건 누구나가 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서야만 하는 어둠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 생로병사라는 삶의 궤적입니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 생로병사라는 삶의 궤적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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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자신 없고, 자신 없으면 주춤거리고, 주춤거리다 보면 쭈뼛거리게 됩니다. 다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로병사, 노화와 죽음까지도 포함하는 '삶'이 그저 남의 일처럼 막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 생로병사라는 삶의 궤적입니다. 모르면 낯설고, 진지하게 새겨보지 않으면 인생자체를 쭈뼛거리게 만드는 게 삶이라는 궤적, 노화와 죽음에 앞서서야 감당해야 할 비겁한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인생, 겪을 수밖에 없는 노화와 병마, 피할 수 없는 죽음까지도 떳떳하게 맞아들일 수 있는 용기, 그런 용기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지혜의 샘을 찾아 나서는 심리적 탐사는 <늙어갈 용기>를 일독하는데서부터 그 첫 걸음이 시작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늙어갈 용기> (지은이 기시미 이치로 / 옮긴이 노만수 / 펴낸곳 (주)글항아리 / 2015년 6월 25일 / 값 1만 6,000원)



늙어갈 용기 - 자유롭고 행복해질 용기를 부르는 아들러의 생로병사 심리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만수 옮김, 에쎄(2015)


태그:#늙어갈 용기, #노만수, #(주)글항아리, #아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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