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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흔히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현 집권 세력의 승패가 바뀌면 역사적 평가도 달라지곤 하지요. 하지만 이런 정치적 승부와 무관한 일반 민중의 희로애락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다수의 민중은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진 않았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통해 자신들의 정서와 삶의 족적을 남겼습니다.

'가라오케 현대사' 수업은 바로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신나게 즐기면서 역사를 배워보려고 합니다. 놀고 즐겨도 강의가 마무리 될 즈음에는 전문적으로 역사를 배운 사람 만큼 역사 지식을 안고 가실 수 있을 겁니다."

지난 15일 대안 대학교 신촌대 제1강의실에서 '가라오케 현대사학과' 배기성 학과장이 맛보기 강의를 했다. 신촌대학교는 현재 대학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만든 대안 대학교. 신촌대학교는 '예능정치학과, 심봉사학과, 예뻐져볼과, 가라오케현대사학과' 등 총 18개 학과로 구성됐다.

그 중 '가라오케 현대사학과'는 1950년대부터 1985년까지의 현대사를 각 시대에 가장 널리 불렸던 노래를 통해서 배우는 수업이다. 이날 배기성 학과장은 노래를 통해 어떻게 역사를 배울 수 있는지 직접 노래를 부르며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노래는 민중의 가장 즉각적 반응을 불러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는 민중의 삶을 이해하는데 최고의 수단이고, 그 시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수단입니다."

배 학과장은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 두 번째로 히트를 친 사건을 예로 들면서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전국 소년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전라도의 사치도라는 아무도 몰랐던 섬에서 올라온 사치분교가 쟁쟁한 서울 초등학교를 재치고 농구 종목 2위를 하게 됩니다. 결승에서 사치분교는 한 선수의 부상으로 4명이서 경기를 했음에도 서울의 명문인 계성초등학교와 5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사치분교 학생들과, 섬 마을 학생들에게 농구를 가르쳐줬던 선생님은 전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됐죠. 그리고 이때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 다시 한 번 빅히트를 치게 됩니다. 3선개헌과 유신 선포 등으로 흉흉해진 국민의 민심을 스포츠로 돌리려했던 정부는 라디오에서 <섬마을 선생님>이 울려 퍼지도록 했지요. 중앙정보부의 공작이 성공한 겁니다. 이것이 정치에 노래가 이용된 예시지요."

그러나 배 학과장의 강의는 단순히 섬마을 아이들과 선생님, 이미자 노래의 히트로 끝나지 않았다. 조선 시대의 남사당패와 '후안 페론과 에비타 이야기'을 거쳐 노래가 정치에 이용되기 시작한 다양한 사례들 등으로 이야기가 확장됐다. 배 강사의 강의 내내 청중들은 웃음과 함께 놀라움의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배기성 강사는 맛보기 강의를 한 뒤 '가라오케 현대사' 강의 계획을 차례대로 설명했다. 가라오케 현대사 강의는 특이하게 거꾸로 1985년부터 시작해 1950년대로 진행된다. 배기성 강사는 "역사 공부를 노래로 하는 사람도 제가 처음이겠지만, 이렇게 거꾸로 가르치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가라오케 현대사 강의는 '1강 조용필과 전두환'을 시작해, '남진, 나훈아'의 대결, '엘비스 프레슬리와 이글스', 이미자, 쎄시봉 등을 역사와 접목해 진행할 예정이다. 배기성 강사는 "강의의 제목은 좀 우스꽝스럽지만 진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며 강의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가라오케 현대사' 강의에 청중들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재미있다", "젊은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즐겁게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유익할 것 같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태그:#다준다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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