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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노동자들이 예사롭지 않은 전국행진에 나섰다.

3월 16일부터 시작된 현대차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사용 원청사장 구속 촉구 전국 순회투쟁'이 반환점을 돌아섰다. 이 '불법사장 찾아 3만리' 행진은 최근 대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은 사내하청의 부당성을 알리고, 불법을 행한 원청 사장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노동자들의 행진이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가 지난 2월 16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해결을 위해 현대차가 당사자 직접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법원은 26일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에 대한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내렸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가 지난 2월 16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해결을 위해 현대차가 당사자 직접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법원은 26일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에 대한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내렸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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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진이 특히 뜻깊은 것은 이번 현대차 불법파견 승소 노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규 노동자임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불법파견의 당사자들이 왜곡된 비정규직제도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고 불법파견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근로자 파견사업을 "전문지식, 기술, 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 한정하고, 제조업의 직간접적인 생산공정 업무는 제외하고 있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출산, 질병, 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나 일시적, 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파견업무를 제한하여 제조업 전반의 비정규직화를 제한하고 고용 안정을 기하겠다는 취지다. 그간 우리 제조업에서 파견은 예외적인 경우로서가 아니라, 생산공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어왔다.

이 상황에서 '파견 관행'이 불법이며, 비정규직의 무원칙한 확산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26일 대법원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7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원고 전원이 불법파견임을 확인해줬다.

현대차, 5년 동안 총 7번의 '불법파견' 판결 받아

조립, 엔진, 차체, 엔진서브, 품질관리 라인의 원고 7명 모두 불법파견이며 2년이 경과한 4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함을 최종 판결한 것이다. 이로써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이 현대차 울산공장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이후 5년 동안 현대차에서만 총 7번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대법원은 동시에 전남 여수에서 비료를 만드는 남해화학의 노동자 3명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을 확인했다. 이 판결들은 제조업의 생산공정과 연관된 사내하청이 모두 불법파견임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 지방법원에서도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차 등 완성차 4사 모두 사내하청을 불법으로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함을 판결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조차 삼척의 동양시멘트에 대해 하청업체는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파견노동자는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법은 제조업들이 정규직을 고용할 자리에 사내하청이라는 불법과 편법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해왔다고 한결같이 판단하고 있다.

이 판단 기준을 적용하면 현대, 기아,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등 완성차 5개 회사에서 일하는 2만 명 이상의 노동자도 사내하청이며 불법이다. 제조업 전체로 넓혀 보면 약 150만 명 이상의 하청노동자들이 모두 불법이며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아직도 은폐되어 있는 불법파견은 엄청나게 존재한다.

그런데도 검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은 이러한 불법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2013년 9월 대검찰청 공안부가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 수사를 연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다. 현대차 사용자들을 비롯해 불법을 판정받은 원청사업주들은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이렇듯 '법의 정의'를 집행한다는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이 철저히 '정의'를 외면하고 있다. 불법을 자행한 원청사업자를 일벌백계함으로써 비인간적인 불법파견의 확산을 막기는커녕, 재벌을 비호하고 불법을 방조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현대차 불법파견 승소 노동자들이 전개하고 있는 '불법사장 찾아 3만리' 전국행진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첫째 그들의 행진은 사내하청이라는 파견제도의 불법, 부당성을 몸으로 외치는 '생명의 행진'이다. 둘째 그들의 행진은 불법원청 사장의 책임을 묻고, 이러한 작태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정의의 행진'이다. 셋째 그들의 행진은 전국에 널려 있는 동일한 조건의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희망을 일구는 '연대의 행진'이다. 넷째 그리하여 그들의 행진은 비정규직 없는 대한민국, 노동이 존중받는 실질적 민주사회를 향한 위대한 '해방의 행진'이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이번 행진이 생명과 정의를 살리는 위대한 연대의 행진이 되고, 궁극적으로 "같이 살아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는 '해방의 행진'으로 결실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신대학교 교수이자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입니다.



태그:#현대차, #불법 파견, #사내 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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