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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전진기지인 포카라 공항 꼬마 프로펠라 비행기 앞에서
▲ 포카라 공항에서 트레킹 전진기지인 포카라 공항 꼬마 프로펠라 비행기 앞에서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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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전진 기지인 포카라로 가기 위해 국내선 공항으로 나갔다. 탑승시간이 다 되도록 탑승안내 방송이 없다. 출발 5분 전에야 탑승수속이 시작되었다. 장난감 같이 귀엽고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16명 정원 모두를 태운 비행기가 포카라를 향해 두둥실 가볍게 하늘로 날아 오른다.

원! 이렇게 작은 비행기가 여객기라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다른 항공사보다( US$50)저렴했던 항공권의 정체를 알아냈다. 시골학교 운동장 같은 포카라 공항이 정겹다. 드디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는 최고의 휴양도시 포카라에 발을 내디뎠다.

전자우편으로 신청한 팀스(국립공원입장료)와 퍼밋(여행허가서)을 찾고, 가이드(US$17)와 포터(US$13/일) 예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놀이터(포카라 자유여행 정보제공 및 업무대행서비스)에 들렀다.

염려한 대로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코스는 며칠 전 폭설에 의한 사고 때문에 토송고개(6400m)구간이 임시 폐쇄되었으며, 가이드와 포터는 카트만두에 살지만 지금이라도 호출할 수 있어 다음날부터 고용이 가능하단다.

자유여행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현지상황에 대처하는 선택의 자유가 나에게 있고 그로 인한 결과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의 결과는 미리 알 수 없지만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라운드트레킹을 고집하려면 토송고개 지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마을 '마낭'에서 루트가 열리는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나 되돌아와야 할 지도 모른다. 네팔은 아열대성 기후인지라 4000m이상의 고지에서는 저녁에 영하로 내려가지만 낮에는 30°C를 넘나들어 1m이상 쌓인 눈도 며칠 사이에 쉽게 녹아버린다.

예정 코스를 고집하는 것도, 변경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다. 김 사장은 푼힐(Poon hill)과 ABC(Annapurna base camp)로 코스를 변경하는 쪽을 권한다.

"위험하다 싶으면 돌아오세요."

애들의 간곡한 당부도 생각나 코스를 변경하기로 했다. 집사람 얼굴에 안도의 빛이 흐른다.

"여보 안 됐네! 10년 가까이 준비해 온 계획인데……"

진정어린 집사람 위로는 나의 허탈감을 덮고도 남았다.

예정일정이 20일에서 10일로 줄었다. 가이드와 포터 고용도 다음날로 미뤘다. 숙소로 돌아와 마음을 정리하고 푼힐과 ABC 코스분석과 구간별 일정표를 세우고 다음날 돌아다녀 볼 곳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메모해뒀다.

사랑전망대

창틈으로 스며드는 눈부신 햇살에 눈을 떠보니 늦은 아침이다. 어제 메모해둔 곳을 찾아 나서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맑은 날씨에 거리는 투명해 보였다. 구멍가게 같은 식당에 들어서니 주인아줌마가 네팔 고유 음식이라고 권한다. 음식 맛이 별로 거슬리지 않는다. 먹거리가 맞지 않으면 여행이 힘들어 지는데 다행이다.

여보! 다급한 집사람의 목소리다. 뒤돌아 보니 아니! 이런 이럴 수가?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영봉들이 내 뒤통수까지 내려와 있었다. 충격이었다. 어제는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어떤 이들은 포카라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도시라고 한다. 히말라야 영봉들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는 그냥 평범한 시골 동네에 불과하지만  하늘이 높은 오전 한 때 히말라야 산군을 병풍마냥 뒤에 두르고 있는 포카라를 보면 최고의 찬사를 아낄 수 없게된다.
▲ 포카라에서 보는 설산들 어떤 이들은 포카라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도시라고 한다. 히말라야 영봉들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는 그냥 평범한 시골 동네에 불과하지만 하늘이 높은 오전 한 때 히말라야 산군을 병풍마냥 뒤에 두르고 있는 포카라를 보면 최고의 찬사를 아낄 수 없게된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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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 이리 오너라. 네가 오지 않으면 내가 간다!"
"네가 오지 않으니 내가 왔다!"

평소 내가 자주쓰는 말을 히말라야가 역으로 나에게 하고 있질 않는가? '페와' 호수 주변을 자전거로 돌아볼 생각이었지만, 가까이 다가온 영봉들을 마중 나가야 할 일이 급해졌다. 택시 운전수와의 실랑이는 포카라라고 다르지 않았다. 1000루피를 500루피로 깎아놓고, 시간이 많은 여행객인양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집사람이 우선 자전거로 호수를 돌아보고 오후에 가잔다. 택시 운전사에게 오후 1시에 호텔 앞으로 오라고 하고 800루피에 흥정을 마치려는데, 다른 한 사람이 와서 사랑곳 전망대는 지금 당장 출발해야 설산들을 볼 수 있다며 600루피를 제시했다.

히말라야 날씨는 오전에 맑고 오후에는 흐려진다. 트레킹안내 책자에서 읽었던 내용이 부각되어 떠오른다. 서둘러 택시에 탔다.

"Let's go to sarang viewpoint!"(사랑전망대를 향해 출발!)

포카라 전망대인 사랑곶에서 보는 안나푸르나 주봉
▲ 사랑곶 전망 포카라 전망대인 사랑곶에서 보는 안나푸르나 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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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전망대에 올라선 감격은 뒤에 설산을 안고 열흘을 사는 트레킹을 통해 많이 희석되었지만, 평생 잊기 힘든 순간이었다.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 같은 포장길을 30여 분 달리고, 30분 기다리고, 다시 페와호숫가로 데려다 준 택시 운전사에게 우리 돈 6000원 상당의 600루피를 건네 주려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앞으로 돈이 얼마나 들어갈 줄 모른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커피를 마시면서 흥분을 가라 앉히고 있으려니 김 사장이 페와호수 가운데 있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주변을 산책하고 오면 카트만두에서 오고 있는 가이드를 만날 수 있을 거란다.

페와호수를 오가는 배에는 동력선이 없었다. 물이 곧 넘쳐들 것 같은 조그만 보트에 노 젓는 뱃사공이 전부다. 나와 집사람은 배가 곧 엎어질 것 같아 조바심이 났지만 이내 수면에 뜬 설산의 모습에 넋을 잃고 말았다. 온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광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하루를 포카라에서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도시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카트만두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음과 매연공해는 이미 걱정스런 정도였다. 포카라의 명성은 과대포장이라는 불만에 입이 삐쭉 나왔지만, 지금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나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도시 포카라'에 한 표 던질 것이다.

페와호수 가운데 있었던 식당은 분명 네팔 분위기가 이니었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범접하기 힘든 위엄을 유지하고 있었고 사치스럽지 않았지만 고급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

'앞으로 우리의 여행스타일은 무조건 자유여행이다.' 다짐하며 가이드를 만나러 갔다.

 

덧붙이는 글 | 지난해 10월 16일부터 11월 18일까지 네팔과 인도를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태그:#포카라, #네팔 , #트레킹, #정부흥,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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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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