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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수옥 관장이 재직 중이다.
▲ 경북도립도서관은 1986년에 개관해 25만여권의 장서와 각종 간행물 그리고 전자자료가 있다 현재 이수옥 관장이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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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원평동에 위치한 경상북도립구미도서관 2층 로비에는 신라시대와 가야시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예전에도 도립도서관을 찾을 때 몇 번 본 적은 있었지만 전시된 고대 유물엔 그다지 눈길이 가진 않았다. 하지만 오래된 옛적 유물들의 가치에 대해 사회 생활과 더불어 값나가는 골동품들의 존재를 많이 봐왔기에 유달리 관심이 가는 요즘이다.

여자 화장실 입구 앞을 가려 놓는 위치에 있어 관람하고 사진 찍기에는 조금 거슥했다. 혹시나 화장실을 촬영하는 치한으로 보일 수도.
▲ 다양한 종류의 유물들이 전시된 2층 로비 여자 화장실 입구 앞을 가려 놓는 위치에 있어 관람하고 사진 찍기에는 조금 거슥했다. 혹시나 화장실을 촬영하는 치한으로 보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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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속물적으로 접근하면 안 되겠지만 모든 것의 가치가 돈으로 매겨지는 사회다보니 나 또한 속물근성을 저버릴 수는 없는 법인가 보다. 차륜형 토기라고 이름 붙여진 유물을 보니 일부분이 깨져 손실되어 있었다. 예전에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이던 '진품명품' 코너에서 '금이 가지 않거나 깨지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가격이 많이 불렀을 거'라며 호들갑을 떨던 진행자의 멘트가 떠올랐다. 

삼국시대(가야) 5~6세기, 경상도 지역, 둥글고 큰 수레바퀴를 뿔잔의 양 옆에 붙여 만든 것으로 무덤에서 출토된다. 영혼을 나르는 의미로써 제사 등의 의례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대경문화재알림회]
▲ 바퀴달린 잔인 차륜형 토기 삼국시대(가야) 5~6세기, 경상도 지역, 둥글고 큰 수레바퀴를 뿔잔의 양 옆에 붙여 만든 것으로 무덤에서 출토된다. 영혼을 나르는 의미로써 제사 등의 의례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대경문화재알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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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 낙동강 유역에 터를 잡아 살던 옛 조상들이 정성껏 손으로 빚어 만든 오래된 유물이고, 옛적에 생활도구로 사용했었을 이 유물들을 보고 있노라니 담긴 옛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다양한 모양의 토기들을 만들어 낸 당시의 장인들은 하나같이 창의적인 생각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누군가에게 팔았을(?) 혹은 기증했을 법한 이 물건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귀족들이 사용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다지 견고해 보이지 않는 유리 진열대 속에 보관된 신라·가야 유물들의 가치가 궁금해졌다.

예전에 이따금 보던 '진품명품'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은 옛 물건들에 대해 감정할 때 시대와 보관상태 그리고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토대로 평가한다고 했다. 시대로 따지자면 지금으로 부터 천년이 훌쩍 넘는 시대의 유물들인지라 그 감정가가 꽤 높게 책정되지 않을까 궁금해 도립도서관에 문의를 해 보았다. 그러나 묵묵부답. 인터넷을 뒤져 신라·가야 시대의 유물들에 대해 찾아 보았다.

내가 사는 구미에서 가까운 성주와 고령 등이 옛 대가야의 영토였고 이 지역에서는 곧잘 가야시대의 토기가 출토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로 무덤에서 출토된다는 오리모양토기에 오리의 형상이 들어가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고대에는 죽은자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는 새로서 영혼 전달자인 오리, 물을 건너 세계를 오갈 수 있는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 오리모양토기 고대에는 죽은자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는 새로서 영혼 전달자인 오리, 물을 건너 세계를 오갈 수 있는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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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오리와 같은 새모양토기는 고대에 특수한 용도로 제작된 여러 모양의 상형토기 중에서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했다고 한다. 고대에 오리는 죽은 자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는 새라는 인식이 있었단다. 게다가 옛 조상들은 새가 봄이 되면 곡식의 씨앗을 가져다 준다는 조령신앙을 믿었다고 한다.

오리가 이처럼 대단한 새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오리는 곡식도 물어다 주고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가져오며 하늘의 신과 땅의 주술자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했던 주요한 새인 까닭에 오리가 많은 낙동강 유역은 그만큼 풍요롭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낙동강 오리가 괜히 많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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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모양에 걸맞는 수많은 이야기가 서려 있을 법한 고대 유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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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옛 유물들을 보니 하나하나에 얽힌 옛 사연들이 궁금해 지기도 한다. 항아리에는 무엇을 담아 어떤 용도로 사용했을지, 게다가 그것을 들고 다녔을 옛 사람들의 모습도 어렴풋이 짐작해본다.

예나 지금이나 흙으로 만들어 구운 토기나 도자기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오랜 세월을 이어온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손재주로 인해 일본은 옛적부터 우리의 유물들을 탐냈고, 우리의 기술자들을 데리고 가 발전시켜 지금은 우리나라를 능가하는 도예 기술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진열된 다양한 유물 만큼이나 창의적인 생각이 풍부했던 우리네 조상들이 있어 오늘날의 우리 민족이 세계 속에서 건재할 수 있고 우뚝 설 수 있게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도서관 2층 로비에 올라가는 계단에 걸려진 '집사광익(集思廣益)'이란 말처럼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했을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경북도립도서관에 있다.

구미시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 촉(蜀)나라의 제갈량(諸葛亮)이 쓴 글에서 유래됬다는 '집사광익' 구미시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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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신라·가야 시대의 유물이 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천년의 역사를 가진 옛 유물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 보며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상상하며 떠올려 본다면 지금이라도 옛 사람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신비로운 유물들이 아닐까.

경북도립구미도서관에 있는 유물전시장을 찾아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옛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끔 추천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북도립구미도서관, #신라가야시대토기,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이꽃임선생수학 특강, #모빌포스 김성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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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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