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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은 낙남헌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복원된 것이다. 일제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는데, 그 와중에 낙남헌만이 살아남았으니 화성행궁 건축물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축물이다. 낙남헌은 1794년(정조 18)에 완공되었으며, 1795년(정조 19) 을묘원행시 각종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념하여 군사들의 회식을 이곳에서 하였고, 특별과거시험을 치러 문과 5명, 무과 56명을 선발하는 행사가 있었으며, 양로연을 시행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고색창연한 낙남헌 건물에 달려있는 현판이 원래의 것이 아니다.

화성행궁에 자주 가면서 건물에 달려있는 현판의 글씨가 누구의 것인지, 어떻게 복원되었는지 알아보려는데 의외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여러 관련 기관 및 단체에 문의를 했더니 한결같이 모른다고 했는데, 수원시화성사업소의 문화유산관리과 학예연구사로부터 화성행궁 현판글씨 내역에 대한 자료를 받아 화성행궁 각각의 건물에 달려있는 현판에 대한 내력을 추적하게 되었다.

'화성성역의궤'가 있어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을 완벽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복제품을 가지고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할 수 있는가?'라고 할 때 유네스코 관계자들에게 '화성성역의궤'를 보여줬다는 일화가 있는데, 그만큼 복원의 근거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것으로 근거가 없다면 모조품 내지는 복제품에 불과한 것이다.

화성행궁을 복원하면서 건물의 현판이 어떤 근거로 복원했는지 궁금하다. 현재 화성행궁에는 39개의 현판이 있다. 그중 38개는 주요 건물에 달려있고 건물과 건물의 통로 작은 문에도 달려있고, 행궁 뒤 정자에도 달려있다. 나머지 하나인 '화성행궁' 현판은 신풍루 밖에 있는데 원래 위치가 어디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화성성역의궤'를 보면, 정조대왕이 직접 쓴게 화성행궁, 장남헌, 장락당, 득중정, 복내당 이고, 조윤형이 쓴게 신풍루, 낙남헌, 봉수당 이고, 서유방이 쓴게 중약문, 유사모가 쓴게 유여택, 정동준이 쓴게 좌익문, 채제공이 쓴게 노래당, 조종현이 쓴게 경룡관 이란 기록이 있다. 이중 6개인 화성행궁, 장남헌, 장락당, 득중정, 낙남헌, 봉수당 현판은 그 원본이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현재 화성행궁에 있는 39개의 현판중 정조대왕 당시에도 걸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13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26개 현판의 실체가 궁금해 진다. '화성성역의궤'에 기록이 없다고 당시에도 없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다른 기록에 근거가 있는것인지 아니면 현대에 복원을 하면서 새롭게 현판을 쓴것인지 화성행궁을 복원했던 담당자의 복원기록은 있는지, 있다면 그 현판을 복원한 내용이 있는지 알고싶다.

화성행궁에 있는 39개의 현판중 11개는 정조대왕, 조윤형의 원본현판을 복제한 것이거나 글씨를 집자해서 만든것이고, 28개는 현대 서예가들이 새로 쓴 글씨인데 무려 19개의 현판이 한사람 글씨이다. 만약 추사 김정희의 현판글씨가 이렇게 많이 있다면 세상사람들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이런일이 생겼는지 궁금할 뿐이다.

관람객 입장에서 화성행궁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단순히 관광의 대상으로만 보는 관람객, 건축의 양식에 관심을 가지고 보는 관람객,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추적하고 싶은 관람객, 현판글씨에 얽힌 일화를 알고 싶은 관람객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화성행궁 안내책자 어디에도 자세한 내용없이 단순한 기록만 하고있어 더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다. 관련단체나 관련기관의 인터넷사이트에도 단순한 내용밖에 없어 안타깝다.

화성행궁은 1996년 복원을 시작해 2003년 1단계 복원이 완료된 상태이다. 앞으로 신풍초등학교 자리가 복원될 것이다. 복원 계획을 세우고 복원을 담당하는 곳에서는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하고, 그 과정 모두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조선의 찬란했던 기록문화를 이어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성행궁,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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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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