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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신이 인간을 감시하지 않아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음력 9월 윤달이다.

윤달은 덤으로 생겼다고 해 덤달, 공달이라 부르며 뭘 해도 부정이 타지 않아 묘이장, 수의, 집수리, 이사 등 궂은 일을 많이 벌인다.

때맞춰 충남 예산군추모공원이 바빠졌다. 윤달에 산소자리를 잡거나 파묘와 이장을 하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아무 탈이 없다는 오래된 속설때문이다.

예산군추모공원에 따르면 9월 윤달이 시작된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6일 현재까지 보름동안 160건의 개장, 매장, 봉안당, 가족봉안묘 계약이 이뤄졌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건과 견줘 무려 660%나 증가했다.

예산군 광시면 운산리에서 할머니들이 정성껏 수의를 꿰매고 있다.
 예산군 광시면 운산리에서 할머니들이 정성껏 수의를 꿰매고 있다.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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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를 꿰매는 할머니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요즘은 기성품 사용으로 많이 사라졌지만 여유가 있고 전통을 중시하는 집안에서는 아직도 윤달이 들었을 때 미리 수의를 꿰맨다.

'알몸으로 세상에 나와 저승으로 떠날 때는 옷 한 벌 걸치고 간다'는 그 옷이 수의이거니와 특히 윤달에 꿰매면 장수한다는 속설까지 있어 자식들의 효성어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예산군 광시면 운산리에는 직접 삼을 삶아 껍질을 벗겨 베틀에 올리기까지 30공정이 넘는 삼베를 제조하고 수의까지 직접 꿰매는 할머니들이 있다.

운산리 마을 한가운데 있는 농촌건강 장수마을 전통생활관이다. 6일 전통생활관 안에서는 유난수 회장을 비롯해 할머니 세분이 수의를 짓는데 여념이 없다.

유난수 회장은 "수의 한 벌 짓는데 삼베 150자가 들어가고 우리 셋(숙련된 할머니 세 분)이 하루종일 해야 한다. 꿰매는 것만은 15만 원이고, 수의 한 벌 값은 250만 원이다. 윤달이 들어서 그런지 심심치 않게 일이 온다"고 말하는데, 하얀 무명실을 꿴 바늘은 삼베 사이를 쉴새없이 드나들며 손끝을 떠나지 않는다.

이 같이 윤달이 들어 바쁜 곳도 있지만 반대로 울상을 짓고 있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결혼식장이다. 썩은 달이고 궂은 일을 많이 벌인다고 해 요즘은 결혼식을 피하는데,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예산에서 웨딩홀을 열고 있는 한 예식업소 대표는 "윤달이 시작된 10월 24일부터는 아예 예식이 없고 9월이 끝나는 11월 22일부터 예약이 잡혀있다. 평년 같으면 한창 붐빌 때인데 한달을 공쳤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윤달, #수의, #이장,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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