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노(老) 비구스님이 선방을 지으려고 모아온 불사금 10억 원을 동국대에 기부했다.

이 스님이 동국대에 연락한 것은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스님은 동국대 기금모금 담당부서인 대외협력본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을 밝히지 않은 채 "동국대에 기부를 하고 싶다. 김희옥 총장과 직접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동국대 직원은 스님의 전화를 김 총장에게 연결했다.

스님은 김 총장과의 통화에서 자신은 산중의 작은 사찰에 있는 노 비구스님이라고 밝혔다. "인재양성의 산실인 동국대가 최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스님은 "새로운 선방을 짓기 위해 불사금을 모아왔으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인재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큰 불사라는 생각에 동국대에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11월 5일 10억 원을 동국대에 입금하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깜짝 놀랐다. 스님에게 어느 절의 누구인지 물었으나, 스님은 끝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동국대는 "5일 오전 9시 통장을 확인한 결과 학교 통장에 10억 원이 입금됐다. (입금자에게)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이름도 알 수가 없었다. 통장에는 입금자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고 했다.

스님은 5일 김 총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와 "동국대 발전기금 계좌로 10억 원을 송금했으니 확인해보라"고 했다. 이어 "본래 사찰불사를 하려고 오랫동안 모아둔 돈이다. 시절인연이 닿지 않고 나이도 먹다 보니 대학에 기부해 인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동국대는 "스님은 '김 총장이 앞장서 동국대가 한국불교의 발전과 우리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 데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보도자료에서 "산중 작은 사찰에 기거하시는 스님이 무주상보시의 큰 뜻을 보태줘 대학경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스님의 큰 뜻을 깊이 새겨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갖춘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했다.

동국대 인재불사를 위해 무주상보시를 실천한 스님은 적지 않다. 지난 3월 제2기숙사 착공 현장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노 스님이 찾아와 김 총장에게 현금 3억 원을 기부했다. 같은 달 부산의 작은 사찰 숭림사 주지 진락 스님이 5억 원을, 대구 길상선원 원명 스님이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익명의 스님과 작은 사찰 스님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동국대는 익명의 노스님이 전달한 10억 원을 108주년기념관 건립에 사용할 계획이다. 기념관은 동국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연면적 8194평 규모로 세워진다. 기념관에는 컨벤션홀과 각종 교육연구시설, 국제선센터, 동창회관 등이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