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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석촌지하차도 동공(洞空, 빈 공간)의 핵심 원인으로 초과 토사량을 지적했으나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이 적정한 양이었으며 이를 감리단에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8일 오전, 기자설명회를 열어 석촌지하차도 동공 발생 원인에 대해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의 관리 부실이 직접적인 원인이라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지하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계획했던 양보다 14% 더 많은 토사를 파냈으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삼성물산 탓으로 돌렸지만... "초과량 보고했다" 반박

박창근 서울시 동공 원인 조사단장의 설명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애초 예측 토사량 2만 3842세제곱미터보다 14% 많은 2만 7159세제곱미터의 토사를 팠다.
 박창근 서울시 동공 원인 조사단장의 설명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애초 예측 토사량 2만 3842세제곱미터보다 14% 많은 2만 7159세제곱미터의 토사를 팠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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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박창근 서울시 동공 원인 조사단장(관동대 교수)은 "다각도로 원인을 조사한 결과 동공은 지하철 9호선(919공구) 3단계 실드 터널 공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박 단장은 "이 구간은 충적층(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연약지반)으로 삼성물산이 지반 침하를 대비, 현장조치 매뉴얼까지 만들었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조치가 미흡해 동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제2롯데월드 건설과 노후 상수도관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단장의 설명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애초 예측 토사량 2만3842세제곱미터보다 14%가 많은 2만7159세제곱미터의 토사를 팠다.

초과량 원인에 대해 조사단은 터널을 뚫는 실드기계가 흙 속에 박혀 있던 돌과 함께 회전하면서 계획한 것보다 많은 양의 흙을 긁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터널 주변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그라우팅'(grouting)을 제대로 하지 않아 흙이 추가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삼성물산의 관리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즉 초과된 토사량이 도로 함몰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도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이 구간의 지층 특성상 함몰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지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물산 측은 토사가 적정한 양이라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기자설명회에서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은 "서울시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며 "서울시와의 계약에 따라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해나가겠다"며 기본 입장을 밝혔다. 또 "서울시민에게 불안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후 진행된 질의 응답 과정에서 김 부사장은 토사량에 대해 "적정한 관리 범위 내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서울시의 지적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매일 매일 작업 결과를 감리단에 제출했다"며 "서울시나 감리단에서 초과량에 대해서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삼성물산 측이 감리단(서영기술단)과 서울시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초과량 보고가 서울시와 감리단에 이뤄졌다면 두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도 제기될 수 있다.

수백억~천억 대 '복구 비용' 부담도 논쟁될 듯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 도로에서 이날 12시 20분께 생긴 싱크홀 복구작업이 한창이다.경찰은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인근 도로의 교통을 전면 통제했으며, 송파구청과 동부도로사업소 등이 현장에 출동해 도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 도로에서 이날 12시 20분께 생긴 싱크홀 복구작업이 한창이다.경찰은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인근 도로의 교통을 전면 통제했으며, 송파구청과 동부도로사업소 등이 현장에 출동해 도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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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복구 비용 부담 문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복구부터 보강까지 추가 공사비는 시공사가 부담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책임 소재에 대한 입장이 삼성물산과 엇갈리면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구간의 공사 방식은 턴키 방식으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조사, 설계부터 기기 조달, 건설, 시운전 등 전 과정을 책임지게 된다. 서울시는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천억 원으로 추정되는 복구 비용을 삼성물산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천석현 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시공사 현장의 일은 감리단의 책임이지 초과량에 대해서는 전부 서울시에 보고 하지 않는다"면서도 "초과량을 사전 보고 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면 감리단과 서울시에도 책임이 넘어 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시는 추후 자체감사를 통해 시공사의 업무 태만과 감리단의 감독부실에 대한 법적 책임과 담당 공무원의 도덕적·포괄적 책임에 대해선 따로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도 자체 정밀 조사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원인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시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도로함몰 현상을 관리하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도로함몰의 주요 원인인 노후된 하수관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2021년까지 5000km, 연평균 680km의 낡은 하수관을 점검한다. 내년도 하수관 보수 예산을 올해보다 1017억 원 늘려 2200억 원으로 책정했다.

또 내년부터는 대형 공사장에 '도로함몰 전담 감리원'을 배치하고 하루 지하수 배출량이 100톤 이상인 시설에 대해서는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반탐사장비(GPR) 2대를 도입하고, 함몰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파악할 수 있는 도로함몰지도를 구축하기로 했다. 


태그:#서울시, #석촌지하차도, #동공,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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