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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전'이 열리는 성북구립미술관 입구. 성북구 성북동 246번지에 위치한 참 예쁜 미술관이다
 '이경미전'이 열리는 성북구립미술관 입구. 성북구 성북동 246번지에 위치한 참 예쁜 미술관이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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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립미술관 2014 여름프로젝트 '예술가의 집' 공모에 첫 작가로 선정된 이경미 작가가 31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성북구립미술관은 자치구 최초로 2009년에 생긴 구립미술관이다. 그동안 참신한 기획전을 열어왔다.

또한 이곳은 강북에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과 함께 가장 가 볼만한 미술관이다. 작은 미술관이지만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롱샹 성당'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주변엔 만해가 생애 마지막 11년을 보낸 '심우장'과 '이태준가옥', '길상사', '이종석별장', '방우산장' 그리고 '성북예술창작터', '최순우옛집', '간송미술관' 등도 있다.

이경미 작가는 현재 부군이 실리콘벨리에 있는 미국회사에 다녀 샌프란시스코 남부 '산타클라라'에 살고 있는데 일시 귀국했다. 그는 기념비적인 웅장한 건물 아래로 거센 바닷물을 흐르게 하여 현대문명의 위태로움을 초현실적인 화풍으로 그려왔다.

그는 홍익대에서 판화와 회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 회화과를 마쳤다. '카이스갤러리', '표갤러리' 등에서 총 7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상해 두오룬 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대만 모카 타이베이', '북경 스프링아트센터' 등 국내외의 미술관의 기획전과 국제아트페어에도 참여하며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고단한 성장기, 힘겨웠던 사춘기

이경미 I '넌 나를 가질 수 없어(You Don't Own Me)'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2. 이 작품은 전시 때마다 전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데 설치작품이라 사진으로 보관된다. 공중 부양하듯 풍선이 하늘을 날고 있어 전시장에 축제분위기를 낸다
 이경미 I '넌 나를 가질 수 없어(You Don't Own Me)'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2. 이 작품은 전시 때마다 전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데 설치작품이라 사진으로 보관된다. 공중 부양하듯 풍선이 하늘을 날고 있어 전시장에 축제분위기를 낸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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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란 얼마나 극악하고 끔찍하고 눈물겹고 애잔한 단어인가"라는 작가의 고백 속에 그의 사춘기가 얼마나 힘겨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기억창고에는 누구도 경험하기 힘든 에피소드가 많다. 서너 살 때 술중독자인 아버지를 피해 어머니는 몇 년 집을 비웠고 그때 맛본 지독한 외로움은 눈발 날리는 그의 그림 속에도 남아 있다.

작가의 아버지는 생업으로 여러 일을 전전했는데 그래도 그중 가장 오래 한 것이 미제 은박풍선장사란다. 위 작품은 바로 그런 추억이 담겨있다. 힘들었던 그 시절 아버지에 대한 억한 심정은 이제는 그리움이 되었고, 그는 이런 가난과 아버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독서와 공부라고 생각해 명저와 고전을 탐독했다.

당시 아버지가 사온 어린이용 미제풍선은 단칸방에 사는 자신의 처지와 어울리지 않게 색채나 무늬가 너무 화려하고 세련됐단다. 한복 짓는 일을 하신 어머니 역시 눈부시게 광택이 나는 돋보이는 색상을 고르는 안목이 있었다. 이런 색깔조절과 미적 감각을 갖춘 부모를 두었으니 그가 화가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작가 말에 따르면, 미국에 살면서 다양한 기념일 때문에 호화판 풍선을 주고 받는데, 이런 부국이라는 미국에서도 풍요 속 빈곤이라고나 할까 갈증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상 야릇한 아이러니를 느꼈단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일탈과 해방감을 느껴보려고 하는 것이 본능인지 모른다. 경제적 궁핍과 다른 차원의 심정적 결핍, 풍선은 공기가 다 빠지면 허전함만 남는데 사람들은 그래도 이런 저런 선물을 교환하며 뭔가 채우려 한단다.

아버지 죽음, 차원 높은 긍정의 힘으로 전환

2014년 7월 19일(토) 성북구립미술관 기획으로 <작가와의 만남(Museum Talk)>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하는 이경미 작가와 그 옆에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경민 학예연구사. 작가는 책에서 삶과 죽음이 한 상자에 있음을 깨달으면서 역경이 오히려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고통이 인생을 더 성장시키는 선물이 될 수 있음을 고백한다
 2014년 7월 19일(토) 성북구립미술관 기획으로 <작가와의 만남(Museum Talk)>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하는 이경미 작가와 그 옆에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경민 학예연구사. 작가는 책에서 삶과 죽음이 한 상자에 있음을 깨달으면서 역경이 오히려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고통이 인생을 더 성장시키는 선물이 될 수 있음을 고백한다
ⓒ 강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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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22살에 그리도 미워했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니, 원망할 사람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닥쳐온 'IMF'로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인생의 큰 전환기를 맞아 강단 있는 성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심정과 관련, 인터뷰에서 "땅 속에 꺼지는 느낌으로 무너지면 안 된다. 하늘을 바라보자!"였다고 털어놓는다.

당시 어린 미대생은 생계를 위해 학원 강사가 되어 경험 많고 노련한 남자들과 경쟁을 해야 했고 본의 아니게 수강생규모를 키우려 그들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학부모상담도 하고, 중간에 포기한 학생을 독려하기도 하면서 모든 일을 혼자서 다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보였고, 그런 강사생활을 무려 13년이나 했단다.

홍익대에서 판화와 회화를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마치는데 11년이 걸렸고 그러니 학생식당에서 여유 있게 밥 먹은 적이 거의 없었고 틈틈이 시간 관리를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서 관절염이 오고 지금도 그런 기질은 약간 남아있단다.

새벽 3시에 귀가, 하루에 4-5시간 쪽잠을 자니 깨여있는 시간이 많아 5끼를 먹었다. 그랬더니, 2-3달 만에 13킬로가 늘고, 아침 8시 등교해 정상적 대학생활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단다. 그래도 아버지께 고맙게 생각하는 건 자신이 대학을 진학한 후 돌아가셨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오히려 힘이 되어 추진력과 결단력을 가지게 됐다는 점이란다.

화가의 '벗'이자 '분신'이자 '아바타'인 고양이

이경미 I '나나 3' 캔버스에 유화(oil on canvas) 92×118cm 2006. 고양이 눈빛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경미 I '나나 3' 캔버스에 유화(oil on canvas) 92×118cm 2006. 고양이 눈빛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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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퇴근하면 무중력상태에 고독한 우주비행사처럼 외로움이 몰려오고 몸이 힘들어 엄마한테 말 걸기도 싫고 대답하기도 귀찮았단다. 그럴 때 조용히 고양이 '나나'가 다가와 말없는 소통을 해주면 위로가 되었기에 남들은 고양이를 하찮게 볼지 모르지만 자신에겐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단다.

작가는 말한다.
"가장 외로웠던 순간마다 고양이가 지나갔다. 가장 괴로웠던 순간마다 고양이를 그렸다. 가장 아름답던 순간마다 고양이와 함께했다."

고양이는 그를 상실감에서 구해주는 안식처 같은 존재였고, 그의 그림자 같은 또 다른 자아였다.

그에게는 네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 태어나 인연을 맺은 '나나'와 목을 다쳐 늘 20도 기울어진 '프랑켄슈타인(랑켄)'과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입양한 '바마', 미국동물보호소에서 우연찮게 입양한 '주디'가 있다.

시대의 관찰자, 독서로 이해한 세상 그리다

이경미 I '브뤼허의 낮-아폴로(The Day of Brugge-Apollo)' 자작나무패널에 유화(oil on constructed birch panel) 130×250cm 2014. 벨기에 명소이자 운하도시 브뤼허를 아폴론적인 관점 다시 말해 낮의 세계, 양의 세계, 남성의 세계, 질서가 정연한 세계로 그린 것이다. 아폴론신상도 보이고 인류최초로 달에 도착한 아폴로 호와 그때 탑승한 미국우주비행사도 보인다
 이경미 I '브뤼허의 낮-아폴로(The Day of Brugge-Apollo)' 자작나무패널에 유화(oil on constructed birch panel) 130×250cm 2014. 벨기에 명소이자 운하도시 브뤼허를 아폴론적인 관점 다시 말해 낮의 세계, 양의 세계, 남성의 세계, 질서가 정연한 세계로 그린 것이다. 아폴론신상도 보이고 인류최초로 달에 도착한 아폴로 호와 그때 탑승한 미국우주비행사도 보인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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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그림을 잘 그리기보다는 "내가 왜 이 험난한 세상에 태어났을까"라든가 "도대체 우주의 원리가 뭔가"를 알기 위해서란다. 그는 선배나 교수에게 질문할 틈이 없어 이런 걸 먼저 고민한 석학들 책을 통해 그 대답을 찾았는데 그들의 대답 중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포기할 건 진작 포기했단다.

그는 특히 짧은 문구에 깊은 지혜가 담긴 아포리즘의 형식이 좋아한단다. 예컨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자연은 선도 악도 아니고 지푸라기일 뿐이다"와 같은 문장 말이다. 그는 독서량 엄청나고 그 분야도 문학·과학·사상·예술·역사 등 다양하다. 니체, 라캉, 지젝, 졸라, 소쉬르, 바타이유, 세르반테스 등이 책 그림에 등장한다.

이번 전 기획자 김경민 성북구립미술관 학예연구사 말에 따르면 오래 전에 합정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간 적이 있었는데 좁은 공간 한쪽에 물감과 한복천이 널려있고 고양이 '나나'도 반겼는데 자신을 압도하는 건 역시 벽면을 빼곡히 채운 서적이었단다. 이미지와 함께 텍스트에 몰입하는 게 이 작가의 최고 미덕이자 장점이다.

위아래 작품은 니체가 말하는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결합에서 비극이 탄생했다는 이론에 빗대어 벨기에 브뤼허 시를 낮과 밤이라는 주제로 그린 것이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했을 때 그 의미는 '종교와 아폴론 시대'는 가고 '예술과 디오니소스 시대'가 왔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작가도 이에 공감하는 것 같다.

여성적 세계와 남성적 세계의 불안한 공존

이경미 I '브뤼허의 밤-디오니소스(The Night of Brugge-Dionysus)' 자작나무패널에 유화 130×250cm 2014. 벨기에 브뤼허 시를 디오니소스적 관점 다시 말해 밤의 세계, 음의 세계, 여성의 세계, 감정이 발화하는 세계로 그린 것이다. 왼쪽에 핵폭탄을 연상시키는 그림은 현대사회의 불안과 위기감을 은유한다
 이경미 I '브뤼허의 밤-디오니소스(The Night of Brugge-Dionysus)' 자작나무패널에 유화 130×250cm 2014. 벨기에 브뤼허 시를 디오니소스적 관점 다시 말해 밤의 세계, 음의 세계, 여성의 세계, 감정이 발화하는 세계로 그린 것이다. 왼쪽에 핵폭탄을 연상시키는 그림은 현대사회의 불안과 위기감을 은유한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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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한 작가설명을 들어보면 전체적 구성은 이렇다. 상단에 건축물은 '라캉'이 말하는 논리 정연한 남성의 문명세계이고 하단에 흥건히 흐르는 물은 여성의 문명세계 그 이래 책상에 고양이는 세상을 조용히 관찰하고 탐색하는 작가자신이다.

이런 초현실적인 풍경 이면에는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언급한 재난이나 불안, 작가가 냉정하게 주시한 세상에 대한 관점도 보인다. 또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그런 문명의 위기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필요한 '눈속임(trompe l'oeil)'기법을 넘어서는 요철처럼 튀어나온 저부조 자작나무 패널을 쓴다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

사소한 것에 소중한 기억 담은 오브제아트

이경미 I '넌 나를 가질 수 없어(You Don't Own Me)' 병위에 그린 유화(oil on glass jar) 가변설치 2011-2014. 병에는 술(와인 혹은 위스키)병, 잼병, 향수병, 화장품 병 등 다양하다
 이경미 I '넌 나를 가질 수 없어(You Don't Own Me)' 병위에 그린 유화(oil on glass jar) 가변설치 2011-2014. 병에는 술(와인 혹은 위스키)병, 잼병, 향수병, 화장품 병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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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작가는 위에서 본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거론한 거창한 세계관과는 전혀 다르게 사소한 것, 하찮은 것에도 역시 탐닉하는 경향이 있다. 뭐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소소한 물건도 모아뒀다가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설치형식으로 작품화한다.

위에서 보듯 그가 활용하는 오브제라는 게 별 게 없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예컨대 각종 잼병, 술병, 가구, 상자, 서랍, 주사위, 캐비닛 등이 그것이다. 이런 작품은 완벽미를 추구하는 회화보다 관객에게는 오히려 친근감과 공감을 더 많이 주기도 한다.

작가가 이런 경향을 보이는 건 사람이나 사물, 사소한 것이나 대단한 것이나 다 그 나름의 정체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가도 "나에게 그림이란 소중한 순간을 수집하는 것이고 사소한 것이 다 비슷해 보이나 주는 감동은 다 다르다"라고 말한다.

작가만의 또 다른 유토피아 추구

이경미 I '2월 테이블 위에 유토피아(UTOPIA on the table-feb)' 자작나무패널 위에 유화 90×90cm 2014. 역사적 건물(문화유산)과 창의적 사고(서적)와 고양이(관찰자로서의 작가)의 삼각관계를 기묘하게 표현하다. 이 중 유토피아가 어디 있는지 판단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이경미 I '2월 테이블 위에 유토피아(UTOPIA on the table-feb)' 자작나무패널 위에 유화 90×90cm 2014. 역사적 건물(문화유산)과 창의적 사고(서적)와 고양이(관찰자로서의 작가)의 삼각관계를 기묘하게 표현하다. 이 중 유토피아가 어디 있는지 판단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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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아니나 이경미 작가도 역시 유학지향교육을 받은 세대 특히 미국, 그도 이를 시도했으나 IMF로 결실을 못 봤다. 마침 부군의 직장이 미국의 실리콘벨리라 그곳에 살다 알게 된 건데 우린 미국에 관심이 많지만 미국은 한국에 전혀 관심이 없고 하여간 2010년 금융위기로 미국에 대한 동경과 환상도 더 깨졌단다.

동경과 환상이라는 주제가 나왔으니 '무릉도원'이나 '유토피아' 같은 동서양의 이상향이 있지만 이 작가의 유토피아가 뭔지 알아보자. 그는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를 읽다 거기서 언급한 '현실에 있으나 모든 장소의 바깥에 있는 이상향'에 끌린 모양이다. 위에 소개된 '브뤼허의 낮과 밤'도 그런 푸코적 이상향을 재해석한 것이다.

이경미 작가가 꿈꾼 유토피아가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를 차용하긴 했지만 이보다는 윤동주의 시 '또 다른 고향'에 나오는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 쫓기우는 사람처럼 […]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에서보듯 어둠과 갈등을 전복시키는 이상향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미국생활 통해 아시아적 정체성과 창의성 찾기

이경미 I '변방의 유토피아(Utopia on the periphery)' 자작나무패널 위에 유화 100×300×8cm 2014. 유토피아를 보는 관점을 서양에서 동양으로 눈길을 돌린다. 바닥에 타원형으로 벼를 깔아놓은 벼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대표적 건물을 거리를 두고 전체를 보기도 하고 망원경으로 부분을 보기도 한다
 이경미 I '변방의 유토피아(Utopia on the periphery)' 자작나무패널 위에 유화 100×300×8cm 2014. 유토피아를 보는 관점을 서양에서 동양으로 눈길을 돌린다. 바닥에 타원형으로 벼를 깔아놓은 벼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대표적 건물을 거리를 두고 전체를 보기도 하고 망원경으로 부분을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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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으로 이경미 작가가 보는 세계관을 정리해보자. 그는 지금 우리가 자아가 갇힌 교육을 받고, 인간의 창의가 시스템 속에서 묻힌 시대에 살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건설·질서·조화·균형·이성' 등을 상징하는 '아폴론적인 가치'보다는 '창조·파격·열정·감성·직관' 등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적인 가치'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안보와 성장이라는 덫에 갇혀 역사가 없는 식민과 분단을 살아온 우리에게 그런 면에서 '건설'보다 '창조'가 더 절실하고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창의적 인간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위 작품명이 '변방의 유토피아'인 것도 우리가 가져야 할 주체적 관점이 뭔지를 암시한다.

작가도 미국에서 살면서 빈부차 등 불합리성을 보면서 한쪽으로 경도되지 않게 더 균형감을 가지고 세상을 관찰하려 한다. 위 작품을 구상하는데 3년 걸렸다는데 오른쪽 수직건물과 왼쪽 수평건물 그 중 어느 게 자신의 유토피아인지를 물색 중이다.

하여간 그의 이런 예술적 관점은 2011년 '카이스갤러리(강남 청담동)' 전시 때부터 꽃피우기 시작했고, 그 전시를 계기로 작가로서도 큰 도약기를 맞는다. 개인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두고 더 나아가 인류의 문명사적 문제도 다룬다.

그리고 2012년 '샘터사'에서 낸 <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라는 제목의 그의 성장에세이는 힘든 어린 시절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섬세한 문체로 솔직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그는 이제 화가로서만이 아니라 에세이작가로서 탁월한 능력도 발휘한다.

덧붙이는 글 | <성북구립미술관>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34(성북동 246번지) [교통]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1111, 2112번 버스이용, 쌍다리 성북구립미술관에서 하차 [문의] 02)6925-5011 http://sma.sbculture.or.kr [2층 전시실]: 이곳은 작가의 그림읽기를 감상할 수 있고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해 작업과정을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객들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3층 전시실]: 주 전시장으로 회화, 조각, 설치, 오브제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관람은 무료다.



태그:#이경미, #김경민, #성북구립미술관, #디오니소스, #헤테로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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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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