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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교육의원의 임기를 모두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성원과 가르침 덕분으로 '의정'이라는 낯선 공직 활동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우러나는 저의 마음을 '감사'라는 인사글로 대신 전합니다. 직을 떠나 다소간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천천히 찾아뵙고 다시 인사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간 부족하고 게을렀던 일들은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30일로 임기 4년을 마친 조형래(48) 경남도의회 교육의원이 남긴 인사말이다. '교육의원 일몰제'에 따라 7월 1일부터 출범하는 광역지방의회(제주도의회 제외)에 교육의원이 없어졌는데, 조 의원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 의원은 "교육의 전문성을 살려내야 한다"며 "앞으로 교육행정의 전문성을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지 걱정도 된다"고 밝혔다.

6월 30일로 4년 임기를 마친 조형래 경남도교육의원.
 6월 30일로 4년 임기를 마친 조형래 경남도교육의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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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4년간 활동하면서 '고입 연합고사'가 부활되도록 하고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지 못했던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는 '학교비정규직의 교육감 직고용 조례'라든지 교육청 공무원도 교사와 같은 복무시간을 적용하도록 한 조례를 만들었던 것은 성과로 꼽았다.

조형래 교육의원은 해직교수 출신이다. 마산 창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는 교수협의회를 만들어 '맑은 사학재단 운영'을 요구하며 투쟁하다 결국 해고됐다. 이 대학 해직교수는 총 6명이다. 그는 앞으로 복직투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다음은 조형래 교육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임기 4년을 마친 소감은?
"그동안 나름대로 보람 있게 일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많이 관심도 갖고, 도움을 받고 해서, 크게 '대과' 없이 임기를 마무리 했다고 본다. 고맙다."

- 아쉬움이 있다면?
"처음에 임기 시작할 때는, 많은 일을 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평등해지고 교육에서 아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그렇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4년을 마치고 보니, 이루어내지 못한 게 더 많아 안타깝다. 고입 연합고사 부활을 막아내지 못하고,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지 못했던 것이 특히 더 그렇다."

- 2002년 폐지됐던 고입연합고사가 고영진 전 교육감 재직시 부활되어 현재 중학교 3학년들이 오는 12월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경남도교육청에서 고입 연합고사를 부활하겠다고 했을 때, 교육단체나 학부모단체까지 깊이 있게 논의하고 소통하자고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응하지 않았다. 단식과 삭발까지 했지만 교육청이 하고 싶은대로 했다. 연합고사 부활을 막아내지 못해 학부모와 학생들한테 죄송했다."

- 학생인권조례는 결국 만들어지지 못했는데.
"학생인권조례안은 주민발의로 경남도의회에 제출되었다. 경남도민 4만명이나 서명에 참여했다. 그런데 경남도의회에서는 통과되지 못하고 부결되고 말았다. 정말로 아쉬움이 컸다. 당시 교육의원으로서 대단히 무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경남도의회가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틀을 보여주었다."

- 또 다른 사례는?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관련 조례가 만들어졌다. 많은 고비를 넘기면서 만들어졌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에 대해 경남도나 경남도교육청이 서로 자기 업무가 아니라며 미루는 바람에 어정쩡한 내용으로 조례가 통과되었다. 장애인 평생교육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내용으로 조례가 만들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 지난 4년 경남도의회에서 교육 관련해 성과를 든다면?
"무엇보다 학교비정규직의 교육감 직고용과 관련한 조례를 만든 게 큰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그 조례로 인해 교육과 노동문제에 있어 상당히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교육청 공무원과 교사들의 복무시간이 달라 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복무조례를 만들어 형평성을 맞추었던 것도 하나의 성과였다. 교사의 경우 복무 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인데 교육청 공무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되어 있었다. 교육청 공무원도 교사와 같은 복무시간을 만들었다. 누구보다 교육청 공무원들이 좋아하더라."

- 7월 1일부터는 교육의원 제도가 없어지는데.
"'일몰제'라 해서 2014년 6월까지만 교육의원을 두기로 했던 법 때문에 그렇다. 교육행정이 일반행정에서 분리되었던 게 40년 전이다. 그 때는 경남도청 안에 '학무국'이 있어 교육청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가 교육이 가지는 전문성을 고려해 교육행정이 분리됐다. 교육의원 제도가 없어진 것도 아쉽다. 교육의 전문성을 살려야 하는데 말이다."

- 앞으로 경남도의회 안에서 교육분야와 관련해 하고 싶은 일은?
"교육의원이 없어지고, 교육전문위원실이 폐지되었다. 앞으로 교육행정의 전문성을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지 걱정도 된다. 그리고 최근 경남도의회를 통과한 조례를 보면, 의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의 인사권을 교육감이 아닌 도지사가 갖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전문위원 임명권까지 도지사가 갖는 것이다. 교육 전문성을 제대로 살려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지난 6·4 지방선거 결과 경남도의회는 새누리당 일색이다.
"교육감이 난처하게 됐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인이 내세운 진보 정책과 의지들이 제대로 실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남도의회에 진보정책과 관련된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거나 무지막지하게 반대해버리면 교육감이 투쟁 일선에 서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잘 소통하고 교육감이 가지고 있는 홍보 활동을 열심히 해서  도의원들이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와 관련한 정책은 예산 지원 없이는 어렵다. 도의원들도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교육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교육감 후보일 때 시민단체들이 검증하는 절차를 거쳤다. 검증을 통해 신뢰할만하기에 당선되었다고 본다. 시민단체들은 교육이 좀 더 평등해지고,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교육을 바라고 있다. 박종훈 당선인은 그런 점을 잘 염두에 두고 잘 해나갈 것이라 믿는다."

- 창신대학(마산) 해직 교수 출신인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창신대 해직 교수가 총 6명이었다. 그 중에 4명은 법률적으로 복직하기가 어려운 선고를 받았고, 저를 포함해서 이병희 교수는 법률적인 다툼이 남아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할 지 교수들과 상의해서 명예회복을 하고, 복직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4년 동안 부족한 점이 있기는 했지만 의정활동을 마쳤다. 개인적으로 공부해야 할 일이 있다. 창신대 복직투쟁하고 의정 활동을 한다고 마치지 못한 공부(박사학위)를 마무리해야한다. 그리고 저는 교수노조 조합원이다. 앞으로도 교육과 관련해서 말하거나 활동해야 할 자리에 있을 것이다."


태그:#조형래,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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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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