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수입 2400원 '착복' 혐의로 지난달 7일 해고된 버스기사의 징계위원회 재심이 한 달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호남고속 17년차 버스기사 이희진씨는 지난 1월 3일 발생한 버스 현금 수입 중 2400원을 실수로 빠뜨린 채 입금했다. 이씨는 이런 이유로 지난 4월 초 해고통보를 받았다. 동료 이인술씨도 800원을 적게 입금했다며 정직 1개월을 통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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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증거도 없는데 2400원을 '착복'했다는 혐의로 해고된 호남고속 이희진 노동자가 24일 전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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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복' 혐의로 해고된 버스기사, 징계위 재심 미뤄져

이 둘은 '착복'이라는 범죄와도 같은 불명예를 감당해야 했다. 이인술씨는 예비기사로 강등되어 10년 이상 운행하던 노선에서 배제됐고, 기사들이 꺼리는 노선에서 일하고 있다. 노동강도와 업무 스트레스는 더 커졌다. 

해고된 이희진씨는 지난 2월 업무에서 배제돼 현재까지 마땅한 돈벌이를 못 하고 있다. 해고 사유 탓에 실업급여 신청 대상에서도 배제됐다. 그의 벌이는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에서 매달 마련하는 기금 '50만 원'이 전부다.

4월 초 언론에 이 문제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 세 자녀가 아버지의 해고 사유를 안 것도 그에게는 큰 근심이다. 애초 그는 세 아이에게 몸이 아파 쉰다고 설명했다. 세 아이는 아버지의 '착복' 혐의를 믿지 않는다. 그래도 아버지의 마음은 "찢어진다." 이희진씨는 "명예 회복이 우선이다"라며 지난 4월부터 전주시청 앞에서 농성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희진씨와 이인술씨는 징계위원회의 해고와 정직 등 징계 결정이 부당하다며 재심을 신청했다. 이에 재심은 4월 22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측은 당일 오전 7시 30분 재심을 연기한다는 내용을 문자로 통보했다.

최낙구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장은 "몇 차례 재심 요청을 공문으로 보냈지만, 회사에서는 특별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재심을 미루고 있다"면서 "재심이라도 열려야 이후 대응을 고민하는데, 회사가 노동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이야기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징계위 재심을 연기한 배경에는 노동부 전주지청이 있었다. 노동부 전주지청은 민주노총 버스노조와 호남고속이 상당 기간 대화가 단절된 것을 풀겠다며 노동부를 포함한 3자 협상을 4월 21일에 제안했다. 이어 원만한 대화를 위해 징계위 재심 연기를 사측에 요청했다.

징계위는 노동부의 요청에 따라 연기됐지만, 3자 협상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노·사가 팽팽하게 교섭위원 선정에서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노동부와 노조 등 복수의 의견에 따르면 사측은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이 협상에 배석하는 걸 완강하게 반대한다.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호남고속 대표가 나올 것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이에 노동부 관계자는 "대화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대표가 나간다는 사측의 견해와 그 전까지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하겠다는 방침을 노조에 설명했다"면서 "노조가 한 발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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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적극적인 근로감독을 통해 문제 해결을 했으면 하지만, 노동부는 중재 말고는 별다른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가 시도한 중재도 현재 결렬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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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노동부 이 사안 전혀 이해 못해"

노동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민주노총은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노동부가 현재 이 사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호남고속 노사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협상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수차례 사측과 협상하고 합의도 했지만 매번 뒤집어진다. 최근에도 사측이 불법노선 고소고발을 취하해달라고 해서 취하해줬더니 우리 조합원을 해고했다. 이렇게 약속된 것이 계속 뒤집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우리는 그동안 합의한 것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데, 협상할 것이 뭐가 있나. 합의한 것을 잘 이행하는지 노동부가 지도감독하는 게 맞다. 노동부도 호남고속 문제를 모르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된다. 즉각적인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호남고속 안에서 벌어진 각종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근로감독을 기대한다. 그동안 노조는 호남고속 안에서 벌어진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노동부에 진정과 고발을 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관계자는 "징계를 하려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버스회사들은 '징계간소화규정'이라는 것을 만들어 징계위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징계하는 불합리한 제도로 노동자를 압박하는 사례가 많다"며 노조가 진정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참소리>는 호남고속지회가 어떤 이유로 진정과 고발을 했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노동부의 대처를 살펴보기 위해 부당노동행위 등의 고소고발 현황을 노동부 요청(정보공개청구)을 했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과 결부된 개인정보(회사명)가 있다는 이유로 노동부는 비공개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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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고속은 5월 초 공문을 통해 징계위 재심이 늦어진 점에 대해 '미안함'을 표현했지만, 현재까지 징계위는 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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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씨는 지난 4월 30일, 약 1년 반의 해고 기간 동안 괴로워하다 자살을 시도한 신성여객지회 진기승 해고자를 생각하며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씨는 24일 기자에게 "제2의 진기승 동지가 나일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도 한다"면서 "만약 호남고속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하면 나로 생각하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