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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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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한 달이 넘었다. 그리고 아직 실종자가 배 안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하였다. 사고에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담화문 말미에는 희생된 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나고 지금까지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정부, 그리고 해경의 무능한 대응은 국민의 질타를 받아 마땅했다. 어느 한 가지만의 문제가 아니며 잘못된 제도와 관료주의, 그리고 돈이면 물불 가리지 않는 물질만능주의가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 해경의 인명 구조 무능, 낙하산 인사 등등 어느 것 하나 그대로 놔둘 수 없는 제도 개선과 인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에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해양경찰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해경 해체 발언은 적어도 이 상황에서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지금도 진주 팽목항의 체육관과 맹골수도에서는 수많은 해경들이 남은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살아있던 생명을 구조하지 못한 죄책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안전과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자신이 몸담은 조직, 그리고 바다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실종자들을 구조하고 유가족들을 도우려고 일선을 지키고 있다.

그들 역시 힘들고 가슴이 아프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의 지친 몸을 지탱해주는 것은 자신은 대한민국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이라는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해양경찰이 꿈인 사람도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정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수험생도 있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면서 자신의 미래가 더욱 확고해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한 대학생이 있다. 자신의 아버지는 평생을 해양경찰에 몸 담고 천직으로 여겼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자신이 평생을 몸담은 해경이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본 그 아버지는 할 말을 잃었다. 예견이라도 해서일까. 이제는 정년퇴직하셨지만 그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금 해경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 아들은 해경의 해체소식으로 자신의 꿈을 잃었다. 아버지는 이 상황을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른다.

대통령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급조된 발언은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서 충분한 고민과 그 뿌리 깊은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이 파악되면 그에 합당한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만약 원인을 찾지 못하고 문제의 핵심도 모르고 겉도는 해결방안을 내놓는다면 제2의 세월호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같은 해상에서의 대형 참사를 겪어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선진국들의 사례도 참고하고 비교분석해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국내사정에 맞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2001년 9.11 태러 이후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설치한 국토안보부는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설치되었는데, 사고 후 일 년이 지난 2002년 11월에 창설되었다. 또한 해양법 집행능력이 세계 3위인 일본의 해상보안청과 같은 기구도 충분히 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한 달이 지났고 실종자도 아직 배 안에 있으며 영영 찾지 못할 유실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수장이며 행정부의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은 아직 사고 수습이 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무책임한 발언은 현장에 있는 해경과 해경을 준비하는 모든 수험생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최소한 해경 해체 발언을 했으면 차후 방안도 내놓았어야 했다.


태그:#세월호, #해경 해체, #해경, #사회,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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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평범한 한 아이의 아빠이자 시민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밝고 투명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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