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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보름째인 지난 달 30일 아직 가족의 생사확인조차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탈진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바닥에 몸을 누인 채 링겔을 맞고 있다.
▲ 사고 발생 보름째, 생사확인도 못했다구요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보름째인 30일 아직 가족의 생사확인조차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탈진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바닥에 몸을 누인 채 링겔을 맞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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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의 구조작업이 장기화 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시신과 유실물이 발견되는 등 시신 유실에 대한 우려가 점점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시신유실방지 전담반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사고 초기 시신 유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km 떨어진 곳에서 유실품 발견... 차단망 벗어났을 가능성 제기

사고 발행 18일째인 3일 오전 11시 현재, 세월호 침몰 사고의 사망자는 228명, 실종자는 74명이다. 지난 2일에는 세월호 침몰 지점에서 제주도 방향인 남동쪽으로 4.5㎞가량 떨어진 곳에서 여학생 시신이 발견됐다. 범정부대책본부(아래 대책본부)는 이에 대해 여학생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잠수사가 놓쳤다고 밝혔다. 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잠수사의 손에서 벗어난 여학생 시신이 4km 이상 떠내려갔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달 30일에는 사고 현장에서 2km가량 떨어진 동거차도 앞 해상에서 기름 방제작업에 나섰던 어민이 시신 1구를 발견하기도 했다. 세월호 탑승자들의 유실물은 더 먼 해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사고해역에서 15㎞ 떨어진 곳에서 침대매트리스와 옷가지가 발견됐고, 북동쪽으로 30㎞ 이상 떨어진 해변에서 가방, 슬리퍼, 잠옷 등이 수거됐다. 이는 정부가 유실 방지를 위해 설치한 차단망을 벗어난 지역이다.

시신 유실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 되자, 대책본부도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대책본부는 침몰 지점 반경 8km 내에서 해경과 해군이 수색과 유실 방지 작업을 동시에 하도록 하고 더 먼 지역은 그물망과 어선을 이용한 방지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그물을 동원해 3단계로 저지망을 쳤고, 쌍끌이 어선을 이용해 바다 밑바닥을 수색 중이다.

그러나 현재는 침몰한 세월호 내부의 조류가 강하지 않아 시신이 유실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책이 시행되기 이전이다. 사고 당일 사고 해역에서 7km가량 떨어진 서거차도에서 세월호에 실려 있던 대형 컨테이너가 발견되는 등 사고 발생 초기에 실종자들이 유실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초동대처의 문제점이 다시 지적되는 것이다.

정부가 시신유실에 대비해 저인망어선을 동원한 수색과 그물망 설치를 시행한 것은 사고 발생 나흘째인 지난 달 19일이었다. 당시 대책본부 측은 "현장에 100여척의 배가 24시간 수색하고 있어 시신 유실 우려는 없다"라며 유실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유실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사고 발생 13일째인 지난 달 28일에야 유실방지전담반을 구성했다.

"거기서 떠내려가면 관매도, 추자도에서 발견"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4일째인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시신을 추가 발견한 잠수사들이 바지선 언딘 리베로호로 복귀하고 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4일째인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시신을 추가 발견한 잠수사들이 바지선 언딘 리베로호로 복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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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사고발생 초기부터 구조작업과 함께 유실방지 작업이 병행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사고해역을 비롯해 주변 해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진도주민들은 상당수 시신이 유실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색범위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진도 주민 박아무개씨(66)는 "맹골도 주변에서 사고가 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물이 세게 흐르는 곳이라 순식간에 멀리까지 떠내려갔을 수도 있다"라며 "거기서 누가 빠지면 관매도나 추자도에서 발견된다는 얘기도 있다, 지금 사고 주변에서 찾는 것보다 더 멀리까지 찾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사고해역은 강한 조류가 북쪽과 남쪽 방향으로 교차하며 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매도는 사고지점에서 북동쪽에 위치해 있고, 추자도는 제주도 방향으로 남동쪽에 있다. 박씨의 말처럼 피해자 시신이 대책본부의 차단망 밖으로 벗어났다면 이들 지역까지 떠내려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18일째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대책본부의 시신 유실 대책에 회의적이었다. 환갑 여행에 나섰다 사고를 당한 인천 용유초등학교 출신 정아무개씨의 형 정아무개(64)씨는 "정부는 무엇을 하든지 우왕좌왕하다가 항상 늦었다"라며 "유실 방지 대책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초기에도 대응이 제대로 안 됐는데, 지금 와서 유실 방지한다는 게 효과가 있겠냐"라며 "(유실 방지) 그물을 쳤지만 빠져 나갈 것은 다 빠져 나갈 것 같다, 완벽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3층 객실이나 복도에 (동생의 시신이) 있을 걸로 추정되는데, (시신 인양) 소식이 없어서 불안하다"며 "재차 수색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유실 가능성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했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보름째인 30일 오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옆 운동장에 대기하고 있던 군용수송헬기로 희생자의 관을 옮겨실은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 사고 발생 보름째, 군용헬기로 옮겨지는 희생자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보름째인 30일 오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옆 운동장에 대기하고 있던 군용수송헬기로 희생자의 관을 옮겨실은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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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고 초기부터 유실 가능성은 제기됐다"며 "정부가 구조 작업에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유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해경과 해군은 이 분야에는 전문가들인데 유실 가능성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알고도 안 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승기 대책본부 대변인은 "처음부터 유실 대비를 안 한 게 아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하던 어선들이 가지고 있는 그물을 현장 바닥에 깔았다"라며 "사고 초기에는 실종자 수색이 우선이었다, 지금은 입체적으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추자도와 관매도 등 먼 해역까지 시신이 유실됐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 정도가 50~60km인데,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본다"라며 "배제 하지 않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근거리에 집중해야 한다, 가용 인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효율적으로 배치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태그:#세월호, #세월호침몰, #진도, #관매도, #추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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