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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은 내륙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거대한 지진해일을 일으켜 해안지역도 초토화시킨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1일 관측 이래 세 번째로 큰 규모(5.1)의 지진이 충남 태안에서 발생하는 등 서해안 쪽에 심상치 않은 지진이 연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다음날인 4월 2일과 3일에는 남미 칠레에서도 규모 8.2와 7.6의 강진이 각각 발생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산림과학원이 최근 우리나라 모든 해안이 지진해일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해안이 얼마나 지진해일에 노출돼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림방재과 임업연구관인 윤호중(52) 박사를 지난달 23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취재 당시 산림과학원이 위치한 홍릉수목원의 나무들은 연둣빛 봄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나무와 봄꽃이 아침부터 영롱하게 피어있었다. 이런 나무들이 어떻게 지진피해도 줄일 수 있는 것일까.

"폭 100m 해안방재림, 지진해일 힘 50% 감소시켜"

산림과학원 산림방재과 윤호중 박사가 지진해일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안방재림 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림과학원 산림방재과 윤호중 박사가 지진해일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안방재림 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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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박사는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 건물과 도로 붕괴 등 직접적인 피해도 걱정이지만 연이어 발생하는 지진해일이 더 큰 피해를 초래한다"며 "이러한 지진해일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 중의 하나가 해안방재림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재해 중 갑작스런 발생으로 큰 피해를 입는 것이 지진이다. 이런 지진이 바다에서 발생하면 바닷물이 뒤흔들려 거대한 파도가 생성되기도 하는데 이를 지진해일이라고 한다.

윤 박사는 "우리나라의 지진해일 피해 예방을 위해 지난해 해안방재림의 규모(폭)에 따른 해일의 에너지 저감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모든 해안이 지진해일에 노출돼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해역도 지진해일에 대한 위험성을 방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해안방재림 폭이 증가하면 지진해일의 에너지 감소율은 커진다"며 "해안방재림의 폭이 100m인 경우 약 50%의 에너지가 감소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진해일 에너지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해안방재림의 폭이 최소한 100m이상은 돼야한다"며 "하지만 조사 결과 전국 주요 해안방재림 120개소 중 14개소만 해안방재림의 폭이 100m이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과연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 해안가 숲들은 어떤 기능을 발휘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윤 박사는 "해안방재림은 지진해일뿐만 아니라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해충과 염해를 막아 해안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도 보호한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해안방재림이 조성된 곳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지진해일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밝혔다.

일본은 재난에 취약한 나라이기 때문에 해안방재림 조성이 잘 돼 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때 강력한 규모에도 센다이 공항이 남아있는 건 해안방재림 덕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규모 7.5 이상의 지진이 지진해일 발생시켜"

윤호중 박사가 1993년 동해안을 공습했던 지진해일에 대해 설명 중이다.
 윤호중 박사가 1993년 동해안을 공습했던 지진해일에 대해 설명 중이다.
ⓒ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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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해일(tsunami)'이란 단어는 쓰나미(津波) 라고 불리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 'tsu'는 '항구', 'nami'는 '파도'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일본 산리쿠 연안(1896년 6월)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피해가 알려지면서 세계 공통어로 사용하게 됐다.

전 세계의 모든 해안 지역은 지진해일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지진해일의 대부분은 태평양과 주변해역에서 발생한다. 이는 태평양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 태평양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은 발생 하루 만에 발생지점에서 지구의 반대편까지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지진이 지진해일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리히터 규모 7.5 이상의 지진이 파괴적인 지진해일을 발생시킨다.

국내에서 지진해일에 의한 피해는 총 네 차례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1940년 8월 일본 북해도에서 7.5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우리나라 삼척, 울진, 울릉도 등에서 높이 2m 정도의 지진해일이 발생한 것. 당시 삼척에서는 어선 2척이 유실되고 4척이 침몰되는 한편, 가옥 10호가 전파되고 46호는 부분파손 됐다.

두 번째는 1964년 일본 니가타 해상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해 우리나라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도달한 것. 당시 부산 32cm, 울산 39cm의 해수면이 상승했다. 일본에는 큰 피해가 있었으나 한국에는 거의 피해가 없었다.

1983년 5월 일본 아키타현 외해에서 규모 7.7의 지진이 발생했다. 파고가 10m 이상이나 되는 지진해일이 발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울릉도에 5m, 경북 울진이북, 강원 동해 해안에서 2m 이상의 파고가 관측됐다. 당시 사망 1명, 행방불명 2명, 부상 3명 등의 인명피해와 가옥피해 34호, 어선피해 154척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네 번째는 1993년 7월 일본 북해도 해안에서 발생했던 규모 7.8의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였다. 지진해일은 발생 후 1시간 30분에서 3시간 사이에 10분 주기로 우리나라 동해안에 밀려 왔고 러시아 연안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당시 동해안의 소형선박 19척이 전파되고 16척이 반파되는 등 어망 및 어구 3228통에 피해를 입혔다.

"300m의 해안방재림이 일본 센다이 공항 살렸다"

지난 30년간 410㏊에 달하는 해안방재림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윤호중 박사.
 지난 30년간 410㏊에 달하는 해안방재림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윤호중 박사.
ⓒ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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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해안방재림 규모(폭)에 따른 지진해일 에너지 변화를 수치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지진해일 에너지를 100이라고 가정할 경우 해안방재림의 폭이 10m인 경우 7%의 에너지가 감소되고, 100m인 경우 약 50%의 에너지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해안방재림의 폭이 넓을수록 에너지감소율이 높아진다는 것.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조성되면 방재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는 "중요한 건 나무도 생명체라는 점이다. 일정면적에 나무가 너무 많이 심어지면 서로 경쟁을 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자라기 어렵다. 해안방재림으로 심은 나무가 건강하지 못하면 바람이나 지진해일에 쉽게 넘어지게 된다. 방재효과와 생장량을 동시에 고려해 임목 밀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방재효과와 나무 생장기능을 고려할 때 1㏊에 1300본의 나무를 심는 것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해안방재림이 지진해일 규모를 감소시킨 사례는 일본과 더불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 당시 센다이 공항은 바닷가 쪽에 조성된 폭 300m의 해안방재림 덕분에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발생한 지진해일로에 11만 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수마트라 시메우레우 섬은 해안에 '멩그로브 해안방재림'이 조성돼 있어 사망자가 단 4명에 그치기도 했다.

이처럼 바닷가 주변의 숲은 방재림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안방재림이 둘레길로 개발되거나 리조트, 펜션, 야영장 등이 건설되면서 많은 면적의 나무들이 사라지고 있다.

윤 박사는 "1980년과 2010년 해안방재림을 항공사진으로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해안방재림은 동해안 177㏊, 서해안 87㏊, 남해안 146㏊가 각각 감소해 있었다"며 "30년간 총 410㏊가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 리조트나 펜션 등이 해안가에 건설되면서 해안방재림이 사라졌다"며 "그 외에도 둘레길 개발이나 해안침식에 의해 해안방재림의 면적이 감소한 곳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여러 수종 함께 심어야 건강한 해안방재림"

또한 우리나라 해안방재림의 평균 폭은 동해안 52m, 서해안 69m, 남해안 29m로 지진해일에 의한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해안가에는 해풍이 불어오고 토양에 염분이 많아 나무가 자라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안가에서 자라는 나무는 소나무류가 많은데 그중 '곰솔'이 잘 자란다.

그는 "동해안과 서해안의 해안방재림은 약 90%가 곰솔로 이뤄져 있다. 기타 활엽수는 아까시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있다. 남해안은 곰솔이 약 50%를 차지하며 팽나무, 아까시나무, 느티나무, 후박나무 등 다른 해안보다 많은 수종이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곰솔은 소나무재선충 피해를 쉽게 받는 수종이다, 하지만 병충해를 예방해 잘 관리한다면 바다의 강풍이나 염해 등으로 환경이 열악해진 지역에서도 생존하기 때문에 최적의 수종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곰솔 한 가지 수종으로만 조성하는 것보다 여러 수종을 함께 심는 것이 병충해에도 강해 건강한 해안방재림으로 자랄 수 있다"고 밝혔다.

각종 위락 시설 조성으로 인해 너무 쉽게 제거돼 왔던 해안방재림. 그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윤 박사는 "산림청은 지난 2006~2012년 약 39㏊의 해안방재림을 조성했고 지난해에만 30㏊를 더 조성했다"며 "지진피해 발생을 줄이기 위해 해안방재림 조성에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닷가 해안지역에 나무를 심는 것은 땅 소유주가 각기 다른데다 리조트 소유주 및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에도 부딪혀 아직 그 속도가 더디다고 한다. 그는 "해안방재림 조성은 지진해일 대비에 효과적이다. 또 지진해일은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재해인 만큼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일이 걸리더라고 점차적으로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진해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안방재림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숲을 잘 가꾸는 것도 방법인 만큼 온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윤호중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윤호중 박사
ⓒ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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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중 박사는
▷서울대 임학과 졸업 ▷서울대 임학과 석·박사(사방 및 산림토목) ▷現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임업연구관 ▷前 임업연구원 기획과 임업연구사 ▷前 국립산림과학원 임지보전과 임업연구사 ▷前 사막화방지협약 과학기술연락관 <논문> ▷태풍 곤파스에 의해 발생한 풍도목 특성과 바람과의 관계분석 ▷항공 라이다 자료를 이용한 토석류 발생지역의 지형복원기업 개발 ▷경상북도 동해안 곰솔림의 군집구조 ▷산유체공학 기법을 활용한 해안방재림 조성 효과분석 등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림방재과 윤호중 박사, #해안방재림, #지진해일, #쓰나미, #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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