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셔틀콕>의 포스터.

영화 <셔틀콕>의 포스터. ⓒ KT&G 상상마당


대개 스포츠카나 캠핑카에 화려한 장관을 보여주기 일쑤인 여타 로드무비와는 달리, 영화 <셔틀콕>은 자신을 '거지'라고 칭하는 반항아 민재(이주승 분)와 애 어른 오줌싸개 은호(김태용 분)가 함께한다. 돈 한 푼 없는 어린 아이들이 살기 위해 떠난 여행, 그들을 둘러싼 절망적인 상황들을 배경으로 로드무비는 출발한다.

<셔틀콕>은 은주(공예지 분)가 부모님의 사망 보험금 1억 원을 갖고 사라진 사건을 계기로 시작한다. 갓 성인이 된 은주와 고등학생 민재, 초등학생 은호는 재혼가정에서 인연을 맺은 이복형제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면서 남남이 되었다. 세 사람은 양가 부모님이 남긴 1억 원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과거의 은주는 "돈 있으니까 아무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한다"며 부모님의 보험금을 마치 일확천금인양 마구 쓴다. 하지만 은주는 피붙이 동생 은호를 두고 문득 사라져 버린다.

 영화 <셔틀콕>의 민재(이주승 분)와 은호(김태용 분).

영화 <셔틀콕>의 민재(이주승 분)와 은호(김태용 분). ⓒ KT&G 상상마당


<셔틀콕>은 민재가 움직이는 곳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하지만 가는 곳 마다 동물 시체와 쓰레기가 널브러져있다. 이는 마치 민재가 보는 세상의 모습인 듯하다. 민재는 그 어떤 믿음도 남아있지 않았고, 절망 속에 빠져 사는 아이 같다.

하지만 그런 민재에게도 하나의 희망이 있다면 은주다.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 은주를 생각하는 마음이 민재의 동력이 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빛나야 할 나이에 민재의 세상에 남은 것이라곤 이복형제 은호 하나다.

가족도, 돈도, 사랑도 모두 잃어버린 민재 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 줄 가장 순수한 존재 은호가 있어 다행이었다. 물론 은호도 피붙이마저 떠나버린 후 곁에 남은 단 한명의 가족 아닌 가족이 민재였다. 이복형제가 복잡한 갈등을 겪으면서 진짜 우애를 쌓아가는 과정도 관객을 압도하는 <셔틀콕>의 볼거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영화 <셔틀콕>이 시사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막연히 다양한 면들이 병치 되면서 아이들의 복잡한 심리를 담기는 했지만, 정작 감독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었다.

극 중 인물들은 모두 강한 척 하지만 약한 존재, 바람에 휘날리고 잘 망가지는 셔틀콕 같았다. <셔틀콕>은 의미를 많이 담고 있는 듯한 장면들이 반복되지만 명확하고 친절하게 관객에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관객이 나름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열어둬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져주는 영화다.

셔틀콕 공예지 이주승 김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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