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루소의 책 <에밀.은 아이에 대한 어른들의 관점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온 책이다. 이전까지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 밖이었으며, 심지어 어른들이 대화할 때에는 포대기에 쌓여 마치 누에고치처럼 벽에 걸려 있기도 하였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는 영국 속담은 아이들에 대한 그 시대의 관점이 어떠했는가를 짐작케 한다. 아이들에게는 악마가 붙어 있다고 생각하여 사정없이 매질을 해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아동심리학이 발달하면서 아동들의 어릴 적 경험이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져 아동관이 바뀌게 된다. 20세기 초 미국 내 고아원의 영아 사망률은 30%가 넘었다. 아무리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어도 사망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간호사들이 아기들을 자주 안아주는 양육법을 채택하였는데, 그러자 유아 사망률은 10% 이하로 떨어졌다. 아기들에겐 깨끗한 환경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엄마 품 같은 따뜻한 손길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자들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많은 철학자들이 우울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유가 가정환경 탓이 되었든, 천재들이 가지는 괴팍한 성격 때문이든.

철학자들의 괴팍함이야 누구 하나 뒤질 일이 없다. 성격이 괴팍하다는 것은 여자들에게 잘 대해 주지 못한다는 것일 테고 그러다 보니 철학자 중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스피노자, 칸트, 니체, 쇼펜하우어 모두 독신으로 살았다. 칸트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80세까지 독신으로 살았다.

한번은 칸트에게 청혼한 여인이 있었는데, 꼼꼼한 성격의 칸트는 결혼해서 좋은 점과 결혼해서 나쁜 점을 정리하여 각각 354가지의 좋은 점과 350가지의 나쁜 점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좋은 점이 4가지 더 많으니 청혼을 수락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녀는 다른 사람의 배필이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칸트가 너무 오래 동안 고민했기 때문에. 꼼꼼한 성격의 칸트는 7년 동안이나 고민을 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악처로 유명하다. 하기야 가정은 돌보지 않고 매일 거리를 배회하며 토론을 즐기는 남편을 둔 아내는 화가 날 만도 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는 못했을 법한데 '결혼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그의 답은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결혼을 해서 좋은 여자를 만나면 행복한 삶을 살면 되고, 독한 여자를 만나면 철학을 하면 된다고 하였다. 유머스러운 소크라테스식의 변명이랄까?

BBC가 영국인들에게 '지난 1000년간 가장 위대한 철학자는 누구입니까?'라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마르크스가 1위로 나왔다. 마르크스의 삶은 어땠을까? 마르크스는 아내 예니와 같은 고향 친구이자 연인이었다. 예니가 4살 연상이다.

마르크스는 독일 베를린 대학 법학과에 진학했지만 이내 철학과로 전과를 하였다. 당시 베를린 대학은 헤겔이 죽은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광풍이 아직도 불고 있었다. 철학과로 전과하여 헤겔 철학에 심취한 마르크스는 교수가 꿈이었으나 자신이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을 이끄는 바우어 강사가 해고되는 것을 보고는 그 꿈을 접었다. 왜냐하면 자신처럼 비판적인 헤겔 좌파의 학자들은 교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마르크스는 라인신문에 들어가 편집장을 하면서 당시 정부를 비판하는 독한 글을 많이 쓰게 된다. 프로이센 정부는 눈엣가시 같은 그를 추방해 버렸다. 이제부터 마르크스는 고난의 망명생활을 하게 되는데, 프랑스를 거쳐 벨기에로 또 추방, 다시 영국으로 추방되었다.

계속되는 망명생활과 궁핍 속에서도 마르크스 곁에서 그를 지켜준 사람이 아내 예니이다. 마르크스는 괴팍한 성격만큼이나 글씨도 악필이다. 아마 그의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아내 예니뿐일 것이다. 그러한 아내 덕분에 그의 역작 <자본론>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래서 마르크스는 결혼은 조건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했다. 마르크스와 아내 예니가 조건으로 만났다면 아마 평생을 함께 하진 못했을 것이다.


태그:#철학자, #철학자의 삶, #철학자의 사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