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밀스 프로필

던밀스 프로필 ⓒ 던밀스 페이스북


뒷골목의 현실과 인간의 아이러니, 고뇌, 분노 등을 꼬집는 촌철살인에 육중한 비트가 가해지니 누군가는 뒷걸음질을, 그 누군가는 환호를 한다. '꼼수만이 살길'이라고 합리화하는 이 시대에 100% 정공법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던밀스. 캐나다 명문대 재학 중 음악에 대한 열의만으로, 지난해 토론토 유학생활을 뒤로 한 채 한국땅을 밟았고, 오랜시간 몸 담았던 지역을 예명으로 쓸 만큼 정체성과 주관이 뚜렷한 남자다. 우탄, 딥플로우 등이 속한 힙합 크루 비스메이저의 멤버이자 MC메타 디제이렉스 랩 컴피티션 1위에 빛나는 실력자로, 작년 2장의 개인 싱글을 발매했다. 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그는 진정성이라는 고집이 최대의 무기라고 말했다. 

"햄버거 가게서 만난 걸인, 음악 시작하게 한 귀인"

- 오로지 음악만을 위해서 한국에 오셨다고요.
"공부를 하면서 음악을 하다 보니까 약간 애매한 걸 느꼈어요. 그래서 학교를 중퇴하고 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죠."

- 랩 네임 작명은 누가했으며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던밀스'라는 이름은 제가 10년 동안 살던 지역 이름이에요. 어릴 때부터 뛰어 놀기도 했고 제 정체성을 알게 해준 동네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고 추억도 많은 곳이에요. 그 고민 덕에 지금은 랩을 하기로 결심 했고요. 던밀스 전에는 황마라는 이름을 썼었는데 제가 유학 시절에 이름이 마크 황이었거든요. 한국식으로 부르면 '황 마이크' 인 셈이죠. 그렇게 불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마크에 '마'만 따서 황마가 된 것 같아요."

- 랩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뭘까요?
"어릴 때부터 랩을 듣고 자랐어요. 랩을 처음 접한 건 2001년 드렁큰 타이거부터 였을 거예요. 정말 좋아하기도 했고요. 캐나다에 흑인들도 많은데 TV를 틀면 힙합 노래가 정말 자주 나와요. 자연스럽게 힙합음악을 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가사를 쓰고 프리스타일 랩을 하고.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햄버거 가게에 갔는데 우연히 흑인 걸인을 만났어요. 저한테 '담배가 있냐'고 접근을 해왔어요. 없다고 했는데 그분이 저한테 '마약을 팔아보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런 건 별 생각 없고 랩을 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저한테 명함을 하나 주는 거예요. 여기 와서 녹음 해보라고… 평소에는 거들떠도 안 볼 사람인데 정말 신기했죠. 저한테는 귀인 같은 존재예요. 그 사건 이후로 녹음도 해봤던 것 같아요.

또 대학교에서 의류 사업을 공부하는 의상 비즈니스를 전공했는데, 그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진짜 제가 살면서 뭘 해야 할지를요. 계속 가사를 쓰면서 답을 얻고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 학력을 보고 사실 놀랐어요.(요크대학교 키네시올로지 휴학 중)
"좋은 학교예요. 대학교를 진학할 때 2년제 학교를 갔었죠. 과가 너무 안 맞아서 운동과로 옮기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성적을 높여야 했어요. 그래서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갔죠. 성적을 높여서 다시 대학교에 들어갔어요."

- 음악 활동하는 것에 대한 가까운 지인들의 반응은 어때요?
"어머님과 아버님은 응원해주세요. 처음에는 당연히 반대를 하셨어요. 아버지는 학교를 다니면서 음악을 한다니까 그냥 지켜봐주셨고요. 엄마와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학교와 음악을 병행하다가 스스로 지치는 감이 있어서 음악만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지금은 믿어주고 계세요. 감사드리죠."

- 요즘은 뭐하고 지내시나요?
"주말에는 보통 공연을 하고, 평일에는 낮에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어요. 일이 끝나면 운동을 해요. 가사도 꾸준히 쓰고 그 작업물이 이번 달 말쯤에 싱글로 하나 나올 것 같아요."

"일상서 영감 받아...경험을 음악으로 풀어내려"

 던밀스 최근 싱글인 '귀가'

던밀스 최근 싱글인 '귀가' ⓒ 던밀스 페이스북


-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요?
"심심하지 않은 가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요. 랩은 요즘에 다들 너무 잘해서 평준화가 됐다는 느낌도 들어요. 위트 있는 가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또 소리 자체에 신경을 쓰죠. 그러니까 균형에 중점을 두는 거죠. 공연 MR도 몇 곡을 하던 그 곡들의 음량을 다 똑같이 맞추거나 전체적인 소리의 균형에 큰 비중을 두고 있어요."

- 음악을 계속 하게끔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동료들 사이에서의 경쟁 심리도 약간 있고 가장 큰 건 강박증인 것 같아요. '잘 해야겠다' 는 스스로의 의지랄까요. 딥플로우 형은 이런 제 모습을 잘 알고 계세요. 조언을 정말 많이 해주시고 그 조언이 정말 큰 도움이 되죠.

저는 원래 작업속도가 빨라서 사람들에게 더 빨리 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매일 곡 공개를 하자는 생각으로 다작을 했었죠. 나중에 보니까 그 과정이 득보단 실이 많더라고요. 너무 자주 보여주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곡들을 아껴놓을 수 없다는 얘기도 되니까요. 자주 올려서 곡들이 묻힐 수도 있죠.

지금은 곡도 상품이고, 곡의 상품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강박증이 작업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맞는데 작업량이 쉽게 따라가질 못하는 걸 느꼈어요. 뮤직비디오가 있는 게 더 좋을 거고 그만큼 준비 기간도 필요하니까요. 그 준비기간을 거쳐 곧 '88'이라는 곡으로 찾아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 영감은 보통 어디서 얻는 편이에요?
"영감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받아요. 일하면서, 운동하면서, 버스 안에서, 택시 안에서, 모든 곳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하는데 저는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2011년 MC메타 디제이렉스 랩 컴피티션이 열릴 때 1등 했었는데요. 그 가사 내용이 일하는 주방에서 썼던 가사들이에요. 손님들이 주정하는데 저는 땅바닥을 쓸고 있었고 다짐했던 내용들을 가사로 썼어요. '너희 지금 누군지 모르지만 언젠간 알게 해줄게' 뭐 그런 다짐을 곡으로 만든 것 같아요. 정말 일상이죠."

지칠 때도 됐지 kitchen에서 일 한지 벌써
4년째 내가 왜 대체 이렇게 살아야 해
내 팔은 너무 단단해, 끝없는 걸레질로 인해
내 살은 또 무감각해 뜨건 불 앞에서 인내를
기르면서 쉬는 척 종이와 연필을 쥐어
사장 오기 전에 한자 더 적으려 기를 써
난 시를 써 바로 이 버림받은 곳에서
비트를 타고 적어 나가는 내 소개서

- 꼭 알리고 싶은 곡이 있나요?
"'88일'이란 곡이에요. 얼마 뒤에 공개되는데 길거리에서 심심해서 쓴 가사였어요. 비트도 처음에는 외국 연주곡을 사용했었어요. 공연에서 할 곡이 없어서 '88일'을 불러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그 후에 비스메이저 안에서 정식으로 음원으로 발매하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영상도 찍고 정말 잘 다듬어진 앨범이 될 것 같아요."

 던밀스가 속한 크루 비스메이저

던밀스가 속한 크루 비스메이저 ⓒ 던밀스 페이스북


- 음악을 해오면서 가장 감사한 사람은 누굴까요?
"딥플로우 형 인 것 같아요. 그리고 비스메이저 멤버들이요. 개인적으로 일통 형은 정말 사람이 좋아요. 제가 정말 힙합신에서 아무도 모를 때 일통 형한테 메일을 보내드렸는데 제 곡을 듣고 다시 연락을 해주셨어요. 그때 녹음 장소가 마땅히 없었는데 일통 형이 자기 녹음실 와서 녹음하라고 선뜻 말해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진짜 감사해요. 그렇게 선뜻 말하기가 정말 쉽지 않으니까요."

- 반대로 지치거나 불안하단 느낌을 받을 때는요?
"불안한건 있어요. 랩을 하면서도 어린 친구들은 계속 나오고 30대가 돼도 30대만의 멋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 대중은 젊고 신선한 것에 더 많은 관심을 주는 것 같아요. 50대가 돼도 무대 위에 서면 물론 좋아해 주겠지만 파급력의 차이는 어린 친구들과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차이를 대체할 것들을 스스로 찾고 있어요. 올해 안에 뭐라도 꼭 해 내야죠.(웃음)"

- 던밀스가 추구하는 음악 성향은 어떤가요?
"힙합다운 음악을 추구해요. 우울한 음악이 저한테 맞을 때가 있고, 매 순간 감정에 따라 다르겠죠. 음악을 다루는 스펙트럼이 넓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신나할 수 있는 음악, 진정성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 싱글앨범 '귀가' 가사를 보면 "뚜껑을 열어 나는 준비돼있어"라는 도발적 문구가 귀에 박혀요. 그렇다면 던밀스가 앞으로의 음악 인생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그 무기는 무엇일까요?
"거짓말 혹은 망상, 상상, 그리고 쉽게 베끼는 것들, 그런 것이 아니고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음악 속에서 풀어내고 싶어요. 음악 안에서 거짓말 안하고 진정성을 지키면서 진실 된 가사를 적는 게 준비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인생의 좌우명이 있나요? 있다면 이유는?
"따로 있지는 않은데 좋아하는 가사가 있어요. 양동근씨의 노래에서 '혼자라는 생각은 혼자만의 생각' 이라는 가사요."

- 오버와 언더, 이분법은 별로지만 어디쯤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언더에 있죠. 외국 같은 경우는 가사에 욕설이 있어도 방송에 나오긴 하거든요. 묵음 처리가 되긴 하지만 한국처럼 방송 불가판정이 뜨거나 하진 않아요. 만약 오버로 간다면 지금 하는 음악 그대로라면 괜찮은 것 같아요. 제 음악이 가벼워 보이지 않으면 돼요."

- 그래서 일까요. 던밀스가 하는 음악은 대부분 19금이 많아요.
"전까지는 욕도 많고 성적인 표현도 많았던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19금이었죠. 제 음악은 마니아 음악이 맞는 것 같아요. 소프트한 음악은 아직까진 제 취향이 아니고요."

-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 다수의 누군가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하셨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뉴스페이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던밀스 비스메이저 딥플로우 힙합 귀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