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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태어나 자라고 나이 드는 과정을 함께하는 인생의 중요한 공간이다. 가족의 건강, 지구 환경 보호 등을 위해 건강한 집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두통·피로·호흡곤란·천식·비염·피부염 등 일시적 만성 질환을 유발하는 새집증후군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96%의 자원을 수입하는 대표적 자원수입국이다. 따라서 에너지 문제는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최근의 급격한 기후변화와 에너지의 연관성은 에너지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방안을 찾는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주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를 비롯한 현대식 주거 환경이 일반화 된 이후 새집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친환경 건축자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자연 친화적 건물 구조 설계 등 건축계에도 일명 '에코 바람'이 불고 있다. 자연과의 순환관계 속에서 환경오염 없이 자연에너지를 잘 활용하는 등 생태계를 고려하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윤하(50) 생태건축연구소 노둣돌 대표를 지난 11일 만나 국내외 친환경 건축 산업의 현황과 전망 등에 대해 물어봤다.

이윤하(50) 생태건축연구소 노둣돌 대표
 이윤하(50) 생태건축연구소 노둣돌 대표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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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지난 1998년부터 생태건축 활성화를 위해 힘써오고 있다. 일찍이 자신의 건축사무소 내에 생태 및 친환경 건축 연구소를 열었고, 지난 2004년부터는 생태환경건축아카데미를 설립해 친환경 건축의 확산과 자리매김에 앞장서고 있다.

- 생태건축이란 무엇인지 개념부터 알고 싶다.
"생태학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곳, 삶의 모습, 상호작용, 상호관계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와 연관된 생태건축은 유럽에서 생성됐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생겨난 인간에 의한 자연지배, 물질주의에 대한 새로운 건축적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생태주의는 우리의 삶과 미술·음악·건축 등을 생태학을 기반으로 한 철학적 요소와 결합시켰다. 미국에서는 그린건축, 일본에서는 환경공생건축이라고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친환경 건축 또는 지속가능한 건축으로 통용된다. 생태건축은 인간중심적이며 지구환경에 도움을 주는 데 비중을 둔다. 인간이 오랫동안 잘 살기 위한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면 된다."

- 생태건축과 에너지 절약형 건축은 어떤 관계인가.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은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 이상기후나 전력난을 초래하고 있다. 초기 생태건축은 웰빙(well-being)·환경에 대해 접근했지만 지금은 에너지 위기를 의식해 '에너지 절약형 건축'으로 그 접근 방법이 진화됐다. 에너지 절약·환경보전을 목표로 에너지부하 저감, 고효율 에너지 설비, 자원 재활용, 환경공해 저감기술 등을 적용해 설계 및 건축을 하고 그것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 에너지 절약형 건축 발전의 배경은 무엇인가.
"생태건축의 범주에는 5개의 요소가 포함돼 있다. 건축 재료를 어떻게 친환경·생태적으로 사용할까에 대한 고민, 저에너지 건물을 통한 지구환경 유지, 건축과 물의 관계, 녹지, 대기문제 등이다. 과거에는 재료위주로 연구되던 것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인간에게 건강한 재료,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제공할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민의 무게중심이 점차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런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자 6∼7년 전부터 에너지 문제가 대두됐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 중 30%를 건축물이 사용한다. 이처럼 건축물이 소비하는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가정이나 대중교통 이용 등 민간차원의 에너지 절약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건축분야가 나서서 건물을 지을 때부터 고효율 에너지 설비에 관한 대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 미세먼지 등 대기문제에 대한 건축계의 대책은.
"우선 건축에서 중요시 여기는 것은 실내 공기질(Indoor Air Quality)이다. 우리 호흡기와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러 가지 유해가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VOCs※가 가급적 적게 발생하는 재료로 건축을 하려 애쓴다. 건축자재 운반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문제도 많이 거론된다. 요즘 화두인 미세먼지를 잡는 여러 방법 중 대표적으로 녹화, 녹지 등에 대해 신경을 보다 많이 쓰게 됐다. 하지만 아무래도 실내 공기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을 우선한다."

※ VOCs란? Volatile Organic Compounds의 약자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다. 대기오염물질이자 발암성을 지닌 독성 화학물질로 광화학산화물의 전구물질이기도 하다. 지구온난화의 원인물질로 악취를 일으키기도 한다. 배출원은 토양과 습지·초목·초지 등 자연적 요소와 유기용제 시설·도장 시설·세탁소·주유소·각종 운송수단의 배기가스 등 인위적 요소들로 구성된다.

- 유럽의 생태건축 동향에 대해 알고 싶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주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가 활용되고 있다. 생태건축의 일부로 일반 주택에서 사용하는 난방의 10∼20% 정도 밖에 쓰지 않을 만큼 효율적이다. 또한 우리가 지금 쓰는 에너지의 8분의 1만 가지고도 건물이 작동된다. 따라서 가정 경제를 유지하면서 전 지구적 에너지 절약도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태양에너지 이용 시 기계적 시스템을 쓰지 않는 디자인을 패시브 솔라 디자인(Passive Solar Design)이라 한다.

이 디자인으로 지은 패시브 하우스는 태양에너지를 실내로 끌어들여 온실효과를 얻는다. 단열성능이 좋아 실내외 간 열 교류 차단과 함께 열 회수도 가능한 환기시스템을 적용, 열손실을 최소화하고 실내 공기질을 유지한다. 패시브 하우스 설계는 태양·바람을 이용하는 배치와 디자인을 기본으로 해서 주거환경의 쾌적성을 보장한다. 태양에서 얻을 수 있는 열·빛 등으로 냉·난방 기기의 사용빈도를 줄이면서 쾌적한 주거환경도 유지하는 게 골자다."

- 친환경 생태건축의 대표적 사례를 든다면.
"독일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등이 생태건축과 관련해 좋은 기술과 디자인을 쓰고 있다. 국내는 조경이나 친환경 건축 재료 등의 개별적 요소들은 많이 활성화 됐지만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총체적 접근은 아직 미진하다. 하지만 국내에도 좋은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긴 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해외 사례는 2000년 호주 시드니 하계올림픽 건축물들이다. '21세기는 환경의 세기'라는 슬로건 아래 올림픽 경기장, 선수촌 등을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 '깨끗한 환경에서라야 좋은 설계물이 나온다'라는 일반인의 인식을 깨고 쓰레기 매립장을 개조해 만들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 시드니 올림픽 건축물이 왜 훌륭하다고 생각하나.
"19세기 산업혁명을 지나 20세기를 거치는 과정을 살펴보면 쓰레기매립장이야 말로 인간의 모든 탐욕이 들어가 있는 장소라 여겨진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 살면서 먹고, 버리고, 배설한 것들이 그 곳에 고스란히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소비 패턴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 메커니즘 자체를 호주 시드니 올림픽이 바꾼 것이다. 버려지고 쓸모없던 황무지 땅을 새롭고 깔끔하게 만든 우수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 국내 패시브 하우스 동향에 대해서도 한 말씀을.
"자동차를 고를 때 연비를 중요시 하듯이 패시브 하우스를 지을 때도 다소 높은 초기 비용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추후 냉·난방비를 절약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생태건축은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좋은 것은 알지만 비싸서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제유가 불안정, 화석연료 고갈 등의 위기의식 때문에 대체에너지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드는 생태건축은 그 대안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대체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건물을 먼저 건강하게 지어놓고 대체에너지를 만드는 게 더 좋다. 독일의 경우 패시브 하우스를 짓는다고 하면 연방은행에서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정부 정책도 있다. 이는 국가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을 하면서 각 가정의 냉난방비 부담도 줄이는 좋은 방안이다."

- 통유리 빌딩이나 건축물은 열손실이 많지 않은가.
"통유리(전면 커튼월 시스템)로 된 건축물은 일반 건물에 비해 1.5~2배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물론 단열성능이 높은 유리를 사용하면 감소시킬 수는 있지만 고비용 부담이라는 문제가 대두된다. 전망이냐? 태양빛이냐? 우선순위를 정해 적절한 유리부분 개구부를 설정하는 효율적인 디자인으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택을 지을 때 남향의 전망용 거실창을 크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겨울에는 유리하지만 여름에는 냉방부하가 높아져 냉방비가 늘어난다. 적절한 외부 차양설치와 유리 단열성능을 높이는 설계가 필요하다."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노둣돌 대표는?
▶ 現 생태건축연구소 및 건축사사무소 노둣돌 대표.
▶ 現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건축설계 지도
▶ 주요 작품 <조태일문학관>, <세진당>, <어깨동무어린이집>, <비웅사>, <새움교회>, <남한산초리모델링> 등 다수
▶ 제1회 한국생태건축상, 제1,2회 한국목조건축대상 본상, 2012년 교보환경대상 수상


덧붙이는 글 | 신정아(jungah63@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인터뷰, #이윤하, #친환경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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