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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서당
 절기서당
ⓒ 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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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陰曆)으로 1월 1일 새해를 맞는 설날을 며칠 앞두고 있다. 양력(陽曆)의 24절기(節氣) 중 첫 절기인 입춘(立春, 2월4일)보다 설날이 빠르면 그해 날씨가 춥고, 입춘 뒤에 설날이 오면 날씨가 춥지 않다는 것이 통설이다. 농촌에서는 이렇듯 설날과 입춘을 같이 보면서 농사준비를 한다. 올해처럼 입춘보다 설날이 빠르면 열흘정도 농사시기도 늦춰진다.

<절기서당>은 자연의 흐름과 만물이 생겨나고 소멸하는 과정에 해와 달, 별의 움직임과 음양오행(陰陽五行)이 절기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썼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절기를 만들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동서양을 통틀어서 절대 권력밖에 없었다. 왕이 결정한 절기를 거스르면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그리하여 풍년이 들면 왕의 권력은 더욱 견고해지고, 흉년이 들면 민심은 흉흉해져서 왕권은 약화되거나 몰락하기도 했다. 오늘날에 사용하는 절기가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역사적인 사건들과 문명이 생겨나고 사라지게 했던 절기는 무엇일까?

"절기는 계절의 기(氣)흐름을 24개의 마디로 구분해둔것이며 하나의 절기는 다시 초후(初候), 이후(二候), 삼후(三候)로 나눠져서 총 72개의 작은 마디를 갖는다. 이것을 72절후(節候)라고 하는데 하나의 절기안에서 자연의 변화를 3개의 마디로 구분해둔것이라고 보면 된다. " - 본문 중에서 -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 재앙이 닥친다

최근들어 폭우·폭염이 잦아지고 북극 한파라는 큰 추위까지 생겨났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절기가 바뀐 걸까? 그렇지 않다. 우주의 별들은 변함없이 정해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지구도 변함없이 공전과 자전을 제때에 하고 있다. 변한 것이라면 인간의 탐욕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폭력에 대한 댓가로 천체를 관장하는 우주의 신(神)이 자연의 힘을 빌려서 거듭 경고를 하는 것이라면 너무 오버한 걸까?

자연이 감당해내지 못할 만큼의 엄청난 방사능의 핵발전소를 계속 탐닉하고 화학물질에 의존하는 농사와 서로 다른 종(種)의 유전자를 바꿔치기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다면, 권력을 이용하여 절기를 제멋대로 바꾸고 필요이상으로 자연을 폭력으로 수탈했다가 결국에는 몰락한 역사속의 문명처럼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오행중에 거침없이 나아가는 목(木)의 기운에 해당한다. 씨앗이 껍질을 깨고 새싹을 뾰족한 창으로 삼아 땅을 뚫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 생명의 신비와 자연의 순리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목의 기운이 시작되는 첫 절기인 입춘을 앞두고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1월20일)에는 빌리거나 빌려준것을 마무리 하는 풍속이 있었다. 이 무렵에는 설날 명절을 앞두고 그동안 묵은 빚이나 감정을 다 털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에서 생겨난 것은 아닐까. 입춘이 곧 다가온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묵은 빚과 감정이 남았다면 털어버리기를...

봄바람에 청춘남녀 바람난다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3월 5일)과 봄의 절정에 다가오는 춘분(春分, 3월 20일)이 되면 청춘들의 가슴 속에도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이때는 이성(異性)을 향해 마음속에 품었던 연정(戀情)을 거침없이 드러내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한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성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시기에 프러포즈를 해보기를...

"만물이 톡톡 튀어오르는 때에 젊은 남녀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때부터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청춘들의 심장은 터질듯이 뛴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성을 향해서 목(木)의 기운으로 거침없는 달려든다. 음과 양의 기운이 교체되는 시기라서 성공(?)이 높다.

농경사회였던 고대국가에서는 봄에 청춘 남녀들에게 축제를 열어주는 풍습이 많았다. 젊은 남녀들에게 축제를 마련해주는 목적은 봄이 되면 양의 기운이 퍼지면서 움츠렸던 생명들이 세상에 나오는 때에 맞춰 남녀의 만남을 연결해줌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

이때는 양의 기운이 세지고 음의 기운이 약해지면서 남녀 간에도 혼인이나 사랑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로 본 것이다. 요즘도 봄이 되면 결혼을 많이하고 꽃 구경을 핑계로 연애을 시작하는 청춘들이 많다. 농경사회에서는 다산(多産)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이때에 청춘남녀들을 불러모아 축제를 열었을 것이다.

부지깽이도 농사일을 거들어, 빨리빨리

'빨리빨리' 문화가 생겨난 것도 절기와 무관하지 않다. 일년에 네 번의 계절이 바뀌는 때에 맞춰서 농사를 제 때에 짓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었다. 농번기에는 서둘러야만 했던 것이 '빨리빨리'의 국민성격이 된 것이다.

절기에 빗댄 속담이나 풀어낸 이야기도 재미있다. '부지깽이도 일을 거든다. 새색시도 모를 심는다'는 말은 바쁜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하면 부지깽이나 갓 시집온 며느리도 농사일을 해야 할 만큼 바쁘다는 것이다. '집나간 며느리 전어 냄새에 돌아온다'는 말을 안철환 텃밭보급소장의 절기풀이로 들어보면 가을 추수를 다 끝내고나서야 친정에 다녀간 며느리가 돌아올 때 쯤이 전어철과 겹쳐서 생겨났을것이라고 재미있는 해석을 했다.

절기의 변화는 지구와 태양의 움직임으로 계절이 바뀌고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만들어낸 자연 달력이다. 계절의 변화가 생기는 것도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졌기 때문으로 똑바로 되었다면 계절의 변화가 없었을 것이고, 지구생태계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일상을 지배하면서 사람들의 삶도 작은 네모난 기계 속에 갇혔다는 생각이다. 절기력에 맞춰서 생각해 보고 생활해 보는 실천을 해 보면, <절기서당>에서 봤던 재밌는 자연 현상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절기서당> (김동철,송혜경 지음)| 북드라망 |발행일 2013. 10. 25 | 14,900원



절기서당 - 몸과 우주의 리듬 24절기 이야기

김동철.송혜경 지음, 북드라망(2013)


태그:#24절기, #입춘, #입춘대길, #지구,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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