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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왕촌 살구쟁이 5번째 구덩이에서 발굴된 희생자 유해
 공주 왕촌 살구쟁이 5번째 구덩이에서 발굴된 희생자 유해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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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왕촌 살구쟁이 5번째 구덩이에서 발굴된 유해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1구 많은 80구로 최종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공주 왕촌 살구쟁이에서 발굴된 유해는 지난 2009년 발굴 유해(4개 구덩이)을 합쳐 모두 397구로 집계됐다.

공주시와 충북대산학협력단으로 구성된 '공주왕촌 유해발굴단'(단장 김도태 충북대 교수)은 최근 지난해 10월 벌인 공주왕촌 민간인 집단희생 5구덩이에 대한 유해발굴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사단은 책임연구원인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와 박데비 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발굴된 희생자 유해는 출토된 허벅지 뼈와 정강뼈를 바탕으로 80구 확정했다"고 밝혔다. 최종감식과정에서 현장 발굴 때 추정한 것보다 1구가 늘어난 것이다.

"두터운 사지뼈도 모두 삭아 부서졌다"

유해 보존 상태는 매우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지역은 일 년 내내 햇빛이 들지 않고 늘 땅이 젖어 있으며 물이 빠지지 않는 곳인데다 뼈를 삭이는 박테리아의 활동이 왕성한 곳"이라고 썼다. 토양검사결과 토양은 산성 성분이 높아(pH 5.4) 유해의 뼈대가 보존되기 어려웠으며, 유해의 존재 가능성을 가늠하는 토양 내 유기물 잔존율은 16.45(g/kg)으로 매우 높았다. 보고서는 이어 "출토된 뼈의 대부분은 머리뼈와 사지뼈인데 겉조직과 속조직이 모두 삭아 뼈대가 얇아졌고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조각으로 부서졌다"며 "완전한 형태의 뼈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고 명시했다.

공주 왕촌 살구쟁이 5번째 구덩이에서 발굴된 희생자 유해
 공주 왕촌 살구쟁이 5번째 구덩이에서 발굴된 희생자 유해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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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명예교수는 "아래턱의 경우 몸체는 삭아 없어졌고 비교적 몸체가 두터운 사지뼈도 모두 삭아 몸체 안의 빈 공간은 흙이나 나무뿌리로 채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가 인근 지역에서 발굴한 유해에 비해 부식정도가 훨씬 심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유해발굴이 늦어지면서 유해훼손이 빠르게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또 유해발굴이 더 늦어졌을 경우 심한 훼손으로 진실규명이 쉽지 않았을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박 명예교수는 "전국 각지에 남아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자의 경우 공주 왕촌의 경우처럼 지질에 따라 유해 부식이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정부의 조속한 유해추가발굴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희생자는 모두 남자로 판별됐다. 이중 17~22세로 추정되는 유해도 5구가 나타났다. 하지만 80명 중 46명이 관련 유해가 남아 있지 않아 나이식별이 불가능했다.

구덩이 안에 앉게 한 후 뒷머리 조준 사살
  
치아와 함께 드러난 턱뼈와 금 보철 치아
 치아와 함께 드러난 턱뼈와 금 보철 치아
ⓒ 모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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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들은 구덩이 안에서 등을 마주한 채 손을 뒤로 깍지를 낀 후 구덩이 벽면을 따라 일렬로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로 사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덩이 안쪽에서만 총탄류(M1, 카빈 탄피 등 79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뒷머리에 조준사살 또는 확인사살을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품으로 출토된 51개의 모양과 색깔이 다른 단추는 희생자들의 신분이 공주형무소 재소자(갈색 단추) 또는 예비 검속된 보도연맹원(백색 단추)임을 말해 주고 있다. 이 밖에 금, 은, 청동을 사용한 보철 치아 12개가 출토됐다.

조사단은 보고서 말미에 "공주 왕촌 유해매장지는 다른 곳보다 잘 보존돼 있고 접근성이 좋아 시민들의 인권과 역사교육을 위한 장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시했다.

지난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는 이곳에서 317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하지만 발굴도중 추가 확인된 5구덩이 유해에 대해서는 발굴조사를 미뤄오다 지난해 10월 충남도의 예산지원으로 뒤늦게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1950년 7월 9일께 공주 CIC분견대, 공주파견헌병대, 공주지역 경찰 등이 공주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 연맹원 등 최소 400여 명을 이곳에 끌고 와 집단 총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 희생자 위령제 봉행 및 위령비 건립 등 위령사업 지원 ▲ 유해발굴과 유해안치장소 설치 지원 등을 권고했다.


태그:#공주, #왕촌, #살구쟁이, #민간인집단희생, #유해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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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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