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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경제민주화와 복지분야 공약이 사실상 공약(空約)으로 그치고 있다는 사회적인 비판이 뜨겁다. 그런데 에너지 정책에서도 역시나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자 시설 내건 공약이 사실상 공약(空約)이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원전 비중을 29%로 확대한 2차 에너지 기본계획 정부안이 지난 8일 녹색성장위원회를 통과했다. 2차 에너지 기본계획 확정 절차로, 오는 14일 예정되어 있는 국무회의만 남겨놓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원전 비중을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하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전망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원전은 최소한으로 하되 신재생 에너지와 수요 관리는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계획하는 것이 장기 20년 이상의 에너지 기본계획의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일 신년사를 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원전 안전을 강조하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창조경제의 하나로 봤다. 벌써 세계는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기술과 재생 에너지 기술로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삼고 있다.

원전은 '대박', 신재생 에너지와 수요 관리는 '쪽박'

9일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전국 77개 시민사회종교환경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원전산업 확대 내용이라고 풍자하는 퍼포먼스하고 있다
 9일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전국 77개 시민사회종교환경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원전산업 확대 내용이라고 풍자하는 퍼포먼스하고 있다
ⓒ 안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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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차 에너지 기본계획 정부안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의 발언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비정상적인 과다 수요 전망에 원전은 최대로 늘리고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원전은 대박, 신재생 에너지와 수요관리 쪽박 계획인 셈이다.

2차 에너지 기본계획은 그동안의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요 관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과 분산형 전원 시스템 구축 등의 정책 목표를 세웠다. 늦었지만 정상적인 방향 전환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비정상적인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 관행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대비 에너지와 전기수요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전력수요를 대폭 늘려 전망하면서 발전 설비 예비율까지 22%로 높여 놓았다. 이에 따라 발전설비는 현재의 두 배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현재도 단위 면적당 발전 설비가 세계 최고인 상황인데,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전국을 온통 발전소와 송전탑으로 뒤덮을 계획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원전 비중이 29%로 1차 계획 보다 낮아졌어도 원전 설비 용량은 현재의 20.7기가와트(GW)의 두 배가 넘는 43기가와트(GW)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꼼수를 들킬까봐 정부는 2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대한 국민여론 수렴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여론 수렴, 향후 20년간의 전원믹스(mix)를 원점에서 재설정하며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재검토한다'는 공약은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비정상적인 수요 예측과 높은 설비 예비율로 덩달아 석탄화력발전도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기준배출량의 30%를 줄이겠다는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약속도 사실상 휴짓조각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이어가느라 국민과 세계에게 한 약속을 어기는 '공약(空約) 정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원전 안전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확대 정책 고수

지난해 10월, 신고리핵발전소 3호기의 제어케이블 부품 성능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가운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신고리핵발전소 3호기의 제어케이블 부품 성능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가운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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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박근혜 정부 들어 원전 안전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여전히 원전 안전보다 전력 수급을 우선에 두고 있다. 원전 부품의 40%를 차지하는 외국업체 부품의 시험성적서 역시 표본 조사를 통해 위조된 것이 있음을 확인했지만 전수조사 없이 원전 재가동을 강행하고 있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을 안고 수백만 명의 인구 밀집지역에서 원전 재가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고리 3, 4호기부터 적용되는 APR1400 설계인증 서류 접수조차 거부당하는 무능한 한국의 원자력 산업계가 원전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확대 정책을 고수하는 '불안한 한국사회'를 박근혜 정부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원전 비중은 민관워킹그룹 권고안의 최대치를 선택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민관워킹그룹 권고안의 최소치인 11%를 선택했다. 민관워킹그룹 신재생 에너지 분과는 최종 회의를 거쳐 2035년까지 신재생 에너지를 15% 비중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현재로도 전 세계의 재생 에너지 비중은 20%이고 국내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기술력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20년 후에도 현재 세계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칠 목표를 세워놓고 '신재생 에너지 최대'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1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 볼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서 비정상적인 관행을 계속 이어나갈 것인지 아닌지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를, 공약(空約)정부의 오명을 에너지 정책에서도 이어나갈 것인지를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는 본인의 공약과 주장을 지키는 책임있는 자세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2차 에너지 기본계획은 그동안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수요관리, 재생 에너지 중심의 계획으로 다시 짜여야 하고 원전은 최소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결정하기 전에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겸허히 물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등록되었습니다.



태그:#2차에너지기본계획, #박근혜, #에너지정책, #원전확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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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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