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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초강경 모드로 정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청구'는 그간의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하여 여당이나 박근혜 정부에게 불리한 여타의 정치적인 사안들을 일거에 덮어버릴 수 있는 사안이다. 진보당에 대한 종북몰이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예비음모 혐의 사건으로 정점으로 치닫는가 싶더니, 이젠 그 수위가 한껏 높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진보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고, 진보당 관계자들이 삭발투쟁과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고, 인터넷 언론보도의 댓글 역시도 대부분 진보당에 대해서 우호적이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국민과 소통하지 못한 결과의 산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진보당의 노선에 적극 찬동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의 노선에 찬동하는 것도 아니다. 거대야당 민주당이나 정권의 나팔수 역할이나 하는 새누리당의 후진적인 정치행태를 보면서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쪽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가 진정 국민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현재, 여야 할 것 없이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행동들로 정치의 격을 한껏 떨어뜨리고 있으며, 그 정점에 새누리당이 서 있다고 본다. 특히,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입장을 보면,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청구가 아니라 새누리당에 대한 정당해산 청구가 오히려 이 나라의 정당정치를 살리는 방안이 아닐까 상상도 해본다.

물론 상상이다.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겠지만, 만일 정부가 새누리당에 대해 정당해산 청구를 했더라도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했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편이어서가 아니라, 정당해산에 대한 청구 자체가 비민주적일 뿐 아니라 반민주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정치풍토에서 진보정당이 태동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토록 어렵게 태동한 진보당이기에 그들의 미숙한 정치적인 행태들에 대해서 실망하고 허탈하기도 했던 것이다.

정당해산청구는 헌재에서 기각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당해산청구는 헌재에서 기각되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투표권을 행사하여 진보당을 태동시킨 국민의 권리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부가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권력을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다. 진보당을 선택한 국민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두 번째로는 정당강령에 대한 것인데, 정당강령은 포괄적인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협하게 해석하여 마치 북한을 추종하는 것인 양 호도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편협한 해석의 잣대대로 한다면 새누리당의 강령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정당을 결성할 때의 여러 가지 법적 절차들이 하자가 없었기에 진보당이 결성되었을 것이다. 지금 강령을 들어 진보당이 해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편협한 잣대로 자신들의 입맛을 충족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당해산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이러한 일을 권력수반인 대통령이 외국순방 중일 때 처리할 만큼 급한 사안인가 묻고 싶다. 이런 점에서 국민은 대통령의 침묵정치와 맞물린 통치스타일에 대해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대통령이 당당하게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침묵에 이어진 총리 대독 형식의 답변은 불통정치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 이전에도 불리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해왔기에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침묵정치'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침묵은 곧 불통이다. 그리고 간접적인 통치를 하는 듯한, 대리자를 통해서 일하는 듯한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외국순방 중 원격결재했다는 것은 지혜로운 처신이 아니다.

침묵정치에 이어 대리정치를 한다는 오해를 받을 것인가

우리 사회는 레드컴플렉스를 통한 특정 이데올로기의 내재화에 성공한 나라다. 내재화되었을 뿐 아니라 재생산해내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진보당에 대해 적극 옹호하는 것은 곧 '종북몰이'의 덫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대선뿐 아니라 총선정국에서 불거진 진보당 내부의 문제들과 진보당의 분열 등은 많은 국민을 진보정치에 등 돌리게 하였다. 진보정치 혹은 진보당에 우호적인 국민조차도 껴안지 못하고 갈 정도로 진보당 자체도 문제가 많았다. 진보당은 스스로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 가지 못한 자신들의 한계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거듭나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진보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난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새누리당이 적극 찬동하고 있는 '정당해산청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다. 그들이 삭발투쟁을 하는 것조차도 역겹게 바라보고, 정치적이 쇼라고 매도하기도 하며, 그들의 모든 행동은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헐뜯는다. '이런 정당은 없어져도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만일, 헌재가 정부의 안을 받아들이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차후 우리나라의 정치는 어떤 국면을 맞이할까? 이것이 하나의 나쁜 선례가 되어, 정부나 여당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정당해산청구'를 할 수 있는 폭압적인 도구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그들이 잘못에 대해서 매를 들지언정 그들을 아예 없애버리겠다고 한다면 그들을 선택한 국민의 주권을 말살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예화를 들자면,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 야구방망이 같은 것을 들어 때리면 훈계의 차원을 넘어가 폭력이 될 수 있으며 생명까지도 위협당할 수 있다. 훈계의 차원이 아닌 폭력의 차원으로 비화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진보당은 국민에게 회초리를 맞아야 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의 손에 몽둥이를 쥐여주려고 한다. 그러자 새누리당에서는 몽둥이 가지고 되겠느냐며, 칼을 쥐여주는 형국이다. 무조건 진보당을 비난하는 이들은 그보다 수위가 더 높다. 아예, 그들을 국가전복세력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다.

이래서야 어찌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있겠는가? 좀 진정하자. 순리대로 가자. 헌재가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하지만, 작금의 정치풍토에서 헌재가 얼마나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헌재의 판결을 통해 이 나라의 민주주의 정도가 가늠될 시금석이 될 것은 분명하다.


태그:#정당해산청구, #침묵정치, #삭발투쟁, #단식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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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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