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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피해지역인 센다이 유리아게를 둘러보는 이광우 삼척시의원
 쓰나미 피해지역인 센다이 유리아게를 둘러보는 이광우 삼척시의원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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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 삼척시의원은 지난 2012년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삼척시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전까지 그는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기획홍보실장으로 삼척 핵발전소 건설반대 투쟁을 계속해 왔다.

2010년, 김대수 삼척시장은 삼척에 핵발전소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때문에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가 만들어졌고, 이 의원은 앞장서서 핵발전소 반대투쟁을 벌여왔다. 시의원이 된 뒤에도 그의 반핵투쟁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삼척 사람 눈으로 직접 후쿠시마 보고 싶었다"

이광우 의원이 8박9일 동안 '탈핵 아시아평화 일본서부지역 원전투어(이하 탈핵원전투어)'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지역을 둘러본 것은 그의 '반핵투쟁'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는 것보다 삼척 사람이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와서 이야기를 하자, 하는 생각을 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삼척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이 의원은 탈핵원전투어 참가 소감을 이렇게 답변했다. 30년 동안 주민들이 똘똘 뭉쳐 원전건설을 막아낸 이와이시마를 방문했을 때 이 의원은 "삼척이 치열하게 반핵투쟁을 벌였다고 생각했는데 이와이시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며 "원전투어가 끝나고 삼척으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핵발전소 반대투쟁을 하겠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삼척이 핵반대 투쟁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80년대, 삼척시민들은 핵발전소 건설반대 투쟁을 벌였고, 이겼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핵폐기장 건설반대 운동을 벌여야 했다. 두 번째 싸움도 이겼다.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삼척은 다시 핵반대투쟁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김대수 삼척시장 때문이다.

김대수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삼척핵발전소 유치가 힘을 받는 듯했으나, 2011년 3월 11일에 터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이런 상황을 돌려놓는 역할을 했다. 삼척시민들에게 핵발전소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됐던 것.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염수가 계속 유출되면서 바다가 오염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예측하조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장을 직접 보고 들은 이 의원은 "삼척에서 절대로 핵발전소가 건설되어서는 안 된다"며 "끝까지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 의원은 백발이 성성해질 때까지 핵발전소 반대투쟁을 하겠단다.

삼척시청 공무원 출신인 이 의원은 공무원노조 강원지역본부장,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 인수위원회 인수위원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광우 의원 인터뷰는 지난 6일, 센다이 버스터미널과 도쿄 나리타공항까지 가는 야간버스 안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이 의원과 한 인터뷰 내용이다.

규슈전력 앞에서 894일째 원전재가동 반대 천막농성을 하는 아오야기 유키노부씨와 기념촬영을 하는 이광우 삼척시의원
 규슈전력 앞에서 894일째 원전재가동 반대 천막농성을 하는 아오야기 유키노부씨와 기념촬영을 하는 이광우 삼척시의원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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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의 핵반대투쟁이 세 번째라면 삼척시청 공무원들도 핵발전소 유치를 반대할 것 같다.
"그렇다. 지금도 공무원들은 반대한다. 지금 삼척에서 공무원, 교사, 경찰 등은 안정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들이 핵이 위험하다는 것을 다 아는데 굳이 찬성할 이유가 없다. 삼척시 공무원 90% 정도가 반대한다고 보면 된다."

- 공무원 90%가 반대한다면 시장이 핵발전소 유치를 추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해할 수 없다.
"김대수 시장이 재판을 받고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김 시장은 뇌물수수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는데 1심과 2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다. 검사가 10년을 구형했는데 무죄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삼척시민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김 시장이 (핵발전소 건설을) 무식하게 추진했다."

김 시장의 삼척 핵발전소 건설유치는 삼척시민들에게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면서 찬성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삼척시민들이 정체성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우리가 왜 두 번이나 핵반대 투쟁을 했을까? 이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핵반대투쟁위)가 유리해지고, 저쪽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

2011년 4월 4일부터 핵반대투쟁위는 매주 한 번씩 삼척우체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촛불 집회는 지금까지 끈질기게 이어지면서 삼척시민들의 반핵투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탈핵원전투어 참석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는 것보다 삼척 사람이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와서 이야기를 하자, 하는 생각을 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삼척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두 번째는 일본의 핵발전소 50기가 가동이 중지됐는데 왜 중지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전력회사들은 계속 재가동을 요구하는데 중지된 이유가 알고 싶었다. 겐카이, 이카타, 후쿠이 등 원전이 있는 지역은 다 핵발전소가 들어설 때 반대투쟁을 했는데도 못 막았는데, 지금도 싸우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가동중지 투쟁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가동을 막은 것이다. 이번 탈핵원전투어를 통해 그것을 알게 되었다."

이 의원은 두 가지 외에도 다른 이유 하나를 덧붙였다. 시의원들에게 배정된 해외출장비를 모범적으로 사용하는 전례를 남기고 싶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출장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본래의 의도가 아닌 낭비성 관광으로 채워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나는 절대로 그런 식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지역에 갈 계획을 세우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8박9일의 일정은 상당히 빡빡했다. 참가자들은 원전지역 주민들과 12차례나 교류회를 가졌고, 이동거리가 멀어 하루는 배 안에서 하루는 야간버스에서 자야 했다. 당연히 개인 시간은 없었다.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는 기자의 말에 이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관광을 가거나 하는 건 앞으로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이라도 있을 줄 았았는데... 깜짝 놀랐다"

이광우 삼척시의원
 이광우 삼척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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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지역을 둘러봤는데 소감은?
"(쓰나미 피해지역인) 센다이를 보고 놀랐다. 집이라도 서 있을 줄 알았는데 싹 쓸어가 버린 꼴이다. 또 미나미소마의 오다카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순간적으로 삼척이 머릿속을 스쳤다. 삼척에 대해서 화가 났다. 시장이나 의원들이 전부 다 (일본에) 와서 보고 가면 답이 간단명료하게 나올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자 분노가 치밀었던 것이다. 와서 보기를 잘했다."

이 의원은 미나미소마의 오다카에서 딱 두 사람을 봤다고 말했다. 기자는 '만남의 광장'인 마을회관에서 상주하는 도쿄전력 자회사 직원만 봤는데, 이 의원은 자신의 집에 들러 무엇인가를 꺼내가는 아줌마를 보았다고 했다.

"그걸 보면서 과연 이게 사람들이 할 짓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핵발전소가 없다면 그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지 않았을 거다. 잘 살든 못 살든 상관없이, 집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다. 가설주택에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거기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이 의원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어디든 간에 핵발전소가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봤다"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본 것을) 알리고 투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삼척시민들이 센다이와 미나미소마 등을 직접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제안을 해보려고 한다. 의회에 가서 공식적으로 제안을 하겠다. 안 받아들이겠지만."

이 의원은 지난 1월, 삼척시의회 임시회에서 삼척시에 "영광, 고리, 월성, 울진 원전지역을 방문해서 핵발전소가 정말 좋은지,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직접 들어보고 보고서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핵발전소가 정말 좋은 것이라면 그걸 확인하자는 의도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원님 혼자 다녀오시라"는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자신이 없는 거다. 이미 다 안다. 핵발전소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건지."

- 센다이와 미나미소마를 방문했을 때 방사능 수치가 점점 높아졌다. 두렵지 않았는지?
"겁이 났다. 미나미소마에서는 비도 맞았지 않나. 방사능 비인데... 2011년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방사능 비가 온다고 경기도와 강원도 교육청에서 하루 휴교를 한 적이 있다. 그걸 생각하니 비를 맞으면서도 겁이 나더라."

- 삼척에 핵발전소가 건설될 가능성이 있는지?
"절대로 들어오면 안 된다. 삼척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서, 지구상에서 핵발전소가 빨리 없어져야 한다."

-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새로 건설되는 것을 우선 막아야 할 것 같다.
"삼척과 영덕에 신규 핵발전소가 못 들어오게 하는 싸움이 대단히 중요하다. 영덕과 삼척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핵정책을 바꾸라고 주어진 마지막 의무인지도 모르겠다. 재미나게 의무를 수행해야겠다."

- 겐카이, 이카타, 후쿠이 원전지역을 둘러봤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어디였나?
"후쿠이였다."

- 왜?
"후쿠이 지역에 13개의 원전이 들어가 있다. 몬주까지 들어가 있는데, (일본인들이) 배짱 좋은 놈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다른 지역은 2~3기만 들어가 있는데..."

이 의원은 "우리나라보다 땅덩어리도 큰데 떨어져서 짓던지... "하면서 말을 흐렸다.

- 멀리 떨어지면 위험이 더 많이 분산되는 게 아닌가?
"실제로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한 군데 (원전을) 모아놓으면 사고율도 높아지면서 (사고가 나면) 연쇄반응이 일어나면... 어휴. 그거 보고 끔찍했다. 후쿠이 지역을 돌면서 내내 그 생각을 했다."

이 의원이 걱정한 것은 '일본도 그렇게 밀집해서 원전을 건설하는데 우리나라가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원전도 후쿠이 지역 못지않게 원전이 밀집된 상황이다. 울진은 건설계획 중인 2기까지 포함하면 전부 10기의 원전이 들어설 예정이다. 고리와 영광은 각각 6기가 들어가 있다. 경주 월성 역시 건설 중인 것까지 포함하면 6기다. 경주에는 핵폐기장까지 들어가 있다.

이와이시마로 가는 배를 기다리는 이광우 삼척시의원
 이와이시마로 가는 배를 기다리는 이광우 삼척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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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다시 원전사고가 난다면 겐카이 원전이 가능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고에 대한 생각은 솔직히 못했다.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싸웠는데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고 공산당이라고 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본은 공산당이 지방의회에 진출해 있는데도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핵이라는 게 이데올로기를 걸고 싸우는 싸움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부를 비판할 수밖에 없고, 정부 반대편에 설 수밖에 없고, 기업의 반대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도 (원전을) 운영하는 것은 개인사업자지만 전기는 공공재니까 정부가 관여할 수밖에 없으니 정부와 대항해서 싸운 것이다. 규슈전력과 싸운 게 아니라."

- 이와이시마는 어떻게 생각하나?
"삼척은 거기가 싸운 것의 반을 싸웠다. 31년을 싸웠다는데 우리는 20년 정도 싸웠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하게 고립된 섬이 대단하다."

이 의원은 "이와이시마가 30년이 넘게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온 것에 대해 존경스럽다"면서 "삼척도 이와이시마처럼 핵발전소 건설을 막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한 바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밝힌 이 의원은 "핵반대 투쟁은 삼척의 살아있는 이슈"라며 "1년 6개월 동안 활동한 것에 대한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핵발전소에서 시작된 문제가 민주주의의 후퇴를 불러왔다"며 "(삼척)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음 주에 국가에너지 기본정책 초안을 정부가 내놓는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쿠시마에 다녀가지 않았더라도 다 들었을 것 아닌가. TV를 통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 봤을 것 아닌가. 일본 국민들이 피난 가는 것도 봤고. 한국 국민도 그럴 수 있다. 부산에서 서울로 탈출할 수도 있다. 에너지 정책을 (탈핵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 시기에 대통령으로 기본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을 저버리는 것이다."


태그:#이광우, #탈핵원전투어, #삼척, #삼척핵반대투쟁위, #후쿠시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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