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할머니 두 분이 방앗간 앞에서 고추를 다듬고 있다.
 할머니 두 분이 방앗간 앞에서 고추를 다듬고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지난 달 28일, 할머니 두 분이 방앗간 앞에서 가을을 다듬고 있다.

"6천 원 줬어요. 물건 흥정할 줄 몰라가지고 달라는 대로 주고 샀어요."

순천 황전면에 사는 장순일(77) 할머니다. 구례 5일장에서 상인이 달라는 대로 돈을 지불하고 고추를 샀다며 아쉬워한다. 흥정이라도 해볼 걸. 

"고추 다듬어서 방아 찧어 갈라고요, 아침 7시에 나왔어요. 한 근 찧는데 김장 고춧가루는 400원, 고추장 고춧가루는 몇 번씩 해야한께 800원 받아요."

할머니는 고추방아를 찧은 다음 생선을 사러 장터로 다시 간다고 했다. 생선과 꽃게를 좋아해 사긴 사야겠는데 방사능 오염이 걱정된다고 한다. 

"방사능 오염이 걱정되지만 안 사묵을라니 그렇고... 그래도 어쩔 꺼요 묵고 살랑께."

노루궁뎅이버섯 한 개에 20만 원... 돈 많은 서울손님이 찜

노루궁뎅이버섯 한 개에 20만원이다.
 노루궁뎅이버섯 한 개에 20만원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구례 5일장 초입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귀한 버섯을 팔고 있다. 노루궁뎅이버섯 한 개에 20만 원이다. 벌써 돈 많은 서울손님이 찜해놓았다. 능이버섯 1kg은 13만 원이다. 올 여름에는 태풍이 없는데다 가뭄으로 인해 버섯이 귀하다고 한다. 금버섯을 넘어 다이몬드버섯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작두로 헛개나무를 자르고 있다. 약재시장에는 야산에서 채취해 온 이름 모를 나무 열매가 가득하다. 벌집채로 그물 망태기에 담겨있는 살아있는 말벌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머문다. 영지버섯과 알밤, 대추, 감 등 가을의 열매가 수확의 계절임을 말해주고 있다.

푸줏간 앞을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지나간다.
 푸줏간 앞을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지나간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농기구를 만들고 파는 대장간이다.
 농기구를 만들고 파는 대장간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장터 구경에 나선 가족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장터 구경에 나선 가족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애호박 한 개에 천 원이다. 호박잎과 단감도 집에서 따왔다며 할머니가 난전에서 팔고 있다. 낙하산을 펼쳐놓은 듯 신기한 모양의 감을 보고 있으려니 할머니가 미소 지으며 자신의 집에서 따왔다고 한다. 맛보고 가라는데 애써 외면하고 돌아섰다. 할머니는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이내 함박웃음이다.

참게는 1kg에 4만5천 원이다. 참게가 실하다. 다들 가격이 얼마냐고 물어만 보고 그냥 지나간다. 참게 파는 아저씨는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별 대수냐며 개의치 않는다. 미꾸라지는 좁은 대야에서 꼼지락대고 가물치는 산소공급을 받아가며 여유롭게 유영한다.

"산란철인 봄에는 내림 참게, 가을엔 오름 참게입니다. 봄에는 참게가 바다로 내려가고 가을에는 강으로 올라오지요. 겨울 동면 들어가기 전의 가을 참게가 맛있습니다. 나락 모가지가 누렇게 숙여질 때부터 서리가 끝날 때까지 맛있어요."

구례 5일장은 3일과 8일이다.
 구례 5일장은 3일과 8일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알밤 한 바구니에 5천원이다.
 알밤 한 바구니에 5천원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25년째 이곳 구례 장터에서 참게를 팔고 있다는 박욱(51)씨다. 민물매운탕에 참게 두세 마리만 넣어 끓이면 맛이 정말 최고란다.

"본전에 드릴게 사세요, 오늘 장이 안 돼."

임실과 남원, 구례, 세 곳의 5일장을 오가며 미꾸라지를 판다는 아주머니는 1kg에 1만5천  원 하는 미꾸라지를 1만2천 원 본전에 사가라고 외친다. 구례 광의면에서 왔다는 아저씨가 추어탕 끓여서 아들네도 보내고 식구들끼리 먹는다며 1kg을 사갔다.

알밤은 한 바구니에 5천 원이다. 두 바구니를 1만 원에 샀다. 자신들이 먹으려고 놔두었다며 덤까지 건네주며 또 오란다. 후한 인심이, 정겨움이 넘쳐나는 구례 재래시장의 풍경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장터구경 중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장꾼들이 즐겨 찾는다는 ‘꿀꿀국밥’집 앞이다.
 장꾼들이 즐겨 찾는다는 ‘꿀꿀국밥’집 앞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점심 무렵, 장꾼들이 즐겨 찾는다는 '꿀꿀국밥'집 앞이다. 아주머니의 건강이 안 좋아 이제 영업을 안 한다며 생선가게 아주머니가 소머리국밥집을 알려준다. 자신의 생선가게는 날이 갈수록 더 안 된다며 한숨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장터구경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먹거리다. 시장 상인들이 맛집이라며 이구동성으로 가마솥 소머리국밥집을 추천했다. 그래서 점심은 소머리국밥을 먹기로 했다.

"이녁 묵고 자픈(먹고 싶은) 거 다 있어요. 그 중 소머리국밥이 맛있데요. 사람들이 그 집으로 많이도 들어갑디다."

어르신들이 소머리국밥을 맛있게 먹는다.
 어르신들이 소머리국밥을 맛있게 먹는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국밥 400인분을 동시에 끓여낼 수 있다는 무쇠 가마솥이다.
 국밥 400인분을 동시에 끓여낼 수 있다는 무쇠 가마솥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붉은 고추가 가을 햇볕을 받아 더 붉다.
 붉은 고추가 가을 햇볕을 받아 더 붉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입구에는 국밥 400인분을 동시에 끓여낼 수 있다는 무쇠 가마솥이 걸려있다. 어르신 부부가 소머리국밥을 맛있게 드신다.

당면과 소머리가 듬뿍 들어간 국밥이다. 뜨끈뜨끈한 국밥 한술에 속이 확 풀린다. 이마에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힌다. 맛도 좋은데다 실속 있고 알차다. 

지난달 28일, 구례 5일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상인들의 말에 의하면 명절 뒤끝이라 그렇단다. 구례장터 가장자리에 널어놓은 붉은 고추가 가을 햇볕을 받아 더 붉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구례 5일장, #노루궁뎅이버섯, #소머리국밥, #고추, #맛돌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