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철수 의원의 일화가 실린 교과서가 수정·삭제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에서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안철수 출연편'에 대한 심의가 진행중에 있다. 그 이유는 교과서에 실린 안 의원과 관련된 일화가 한 인물을 과도하게 미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TV오락프로그램이 안 의원의 거짓된 이야기를 그대로 방영했다는 보수단체의 민원에 따른 조치들이다.

한 개인을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고 포장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경계해야 할 일이며, 예외는 없어야 할 것이다. 보수단체의 예리한 듯 억지스러운 지적이 무릇 일방향으로 향하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기념도서관 입구 모습.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기념도서관 입구 모습.
ⓒ 김민화

관련사진보기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2012년 2월 21일 개관한 박정희기념도서관을 찾았다.  전체 부지 5290m2(1603평)에 세워진 기념도서관은 그가 통치했던 18년의 세월을 담아내기에 여념없이 매우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입구 계단에는 박정희 시대를 상징하는 새마을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기념관 부지는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에서 무상으로 임대해 주었으며, 기념관 사업에 국비 208억 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개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공도서관은 서울시와의 운영비 지원 협의가 합의되지 않아 개관이 미뤄지고 있다. 기념관만을 운영하고 있는 평일 오후의 '박정희기념도서관'은 스산할 정도로 한적했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실 입구에 걸려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 사진 앞에서 오랜시간 묵념을 하는 시민을 볼 수 있었다.
 전시실 입구에 걸려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 사진 앞에서 오랜시간 묵념을 하는 시민을 볼 수 있었다.
ⓒ 김민화

관련사진보기


관람은 2층에 있는 전시실 입구 정면에 걸린 커다란 사진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되는 박정희 정권의 18년 6개월의 치적들을 화려하게 전시해 놓았다.  '516 쿠데타'는  '516혁명은 민족중흥과 근대화 혁명'이라고 정의되어 있었고, 이렇게 정의된 시간들의 전시는 그들이 말하는 '중흥'과 '근대화'만을 중심으로 거대한 전시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한 수출 주도형 경제개발 추진, 24개의 댐 건설, 고속도로 건설,  새마을 운동,  전국민의 과학학화 운동 등의 업적들이 일목요연하게 친절히 소개되어 있다. 

전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입구에 '5.16 혁명은 민족중흥과 근대화 혁명'이라고 설명 되어져 있다.
 전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입구에 '5.16 혁명은 민족중흥과 근대화 혁명'이라고 설명 되어져 있다.
ⓒ 김민화

관련사진보기


업적에 대한 전시가 끝나는 곳에서 '인간 박정희'에 대한 전시가 시작된다. 단란한 가족사진, 어린시절 등을 담은 영상물, 박정희-육영수 두 사람의 유품 전시는 관람객의 눈길을 끌며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반복되어 흘러나오는 영상에서 박정희의 일본군 장교 시절은 '장교가 되서는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아랫사람을 지도했다'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일본군 장교 였다는 사실, 일본군 장교 시절 만주로 넘어가 독립군 토벌대에서 혁혁한 공을 쌓았다는 사실, 혈서로서 일본에 충성을 맹세하고 자발적 창씨개명을 했던 사실들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간 박정희' 전시관 벽에 걸린 사진들.
 '인간 박정희' 전시관 벽에 걸린 사진들.
ⓒ 김민화

관련사진보기


박정희의 치적 홍보를 중심으로 한 제 1, 2 전시실을 지나, '인간 박정희'를 다룬 제 3전시실을 끝으로 전시는 끝이난다. 대략 둘러보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 걸린다.

젊은시절 파독광부로 독일에 다녀왔고 지금은 택시운전을 한다는 60대 남성을 만났다. 그 분은 "마음이 답답할 땐 이곳에 들른다, 나와 박정희 대통령은 남이 아니다, 말라깽이 었던 나를 배불리 먹고 살게 해주셨다"며 "독일에서 고생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본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다, 기념관은 10배는 더 크게 지어야 한다"라며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어 갔다.

경제를 고속성장 시켜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업적을 부정하지는 않더라도, 대통령 이전의 인물의 생애, 18년의 권위주의적 독재 통치,  경제성장의 이면에서 '산업역군'이라는 미화어로 이루어진 노동착취, 인간의 생각을 통제하고 자유를 억압한 반공이데올로기의 공포 통치도 그 시대의 팩트이다. 누군가에게는 '구세주' 였을지 몰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폭군 중의 폭군'이었다.

후대의 사람들은 역사를 바르게 기록해야하는 사명이 있다. '역사는 미래의 프리퀄'이기 때문이다. 사실을 가리고 일면의 치적만을 과대포장 하고 영웅화하고 있는 박정희기념도서관. 이처럼 편향된 역사가 오늘날에도 버젓이 펼쳐지고 있기에 2013년 한국에서 벌지고 있는 사안들이 생경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기형적인 비정규직 노동문제, 정보기관의 정치공작, 진보정당에 대한 탄압까지 '미화'된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박정희 향수'에 대한 방향제가 시급하다.


태그:#박정희기념도서관, #박정희, #상암동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밀알이 되는 글쓰기를 위하여 오늘도 파닥파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