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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0일 오전 11시 49분]

8월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 형제단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8월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 형제단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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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알카에다가 이집트를 새로운 근거지로 삼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전 세계 미디어 속, 죽어가는 이슬람주의자 시위대의 이미지는 알카에다의 '희생양 서사'에 안성맞춤"이라면서 "이는 그들이 이미 리비아, 시리아 그리고 이라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역의) 불안정성을 이용하는 전략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지적했다.

이집트 출신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쿠란 전쟁 벌여라"

지난 14일 이집트 군부가 친무르시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을 시작한 후, 온라인에서는 서구에서 유입된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근거한 정부를 세우기 위해 싸우라는 요구가 많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소말리아 알카에다 연계단체 '알 샤바브'는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알카에다를 지원할 적절한 때가 있다면 그것은 지금이다. 이집트에서 가장 먼저 깃발을 올려라."

이는 이집트 출신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주장이기도 하다. 자와히리는 무슬림 형제단이 폭력에 의존하기보다는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정치적 이슬람'을 소개하려고 노력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비난해왔다. 8월 초에는 "이집트에서 쿠란 전쟁을 벌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집트 보안당국은 17일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형제 모하메드 알 자와히리를 구금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무슬림 형제단 일부 강경파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슬림 형제단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는 군부는 알카에다가 이미 이집트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집트 외무부가 지난 18일 배포한 사진들을 보면 무슬림 형제단이 곤봉과 화기를 들고 있고, 한 사진에는 검은색 알카에다 깃발이 보인다. <로이터>는 이집트 일각에서 군부가 무슬림 형제단 지도자들을 가두는 것이 젊은 형제단 단원들이 알카에다에게 포섭되는 것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미 강경세력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로 의심받는 이들의 공격으로 이집트 경찰 24명이 사망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14일 이후 이 같은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이집트는 서쪽에 리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무기 그리고 폭파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외부 '전사'들이 유입되기에 용이하다. <로이터>는 2011년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이후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리비아를 무기 공급소로 활용해왔다면서, 지난 2년간 수많은 무기가 리비아에서 이집트로 밀반입됐다고 전했다.

카이로 남부에 있는 민야 지역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14일 하루 동안만 이 지역에서 70명이 사망했다. 그중 16명이 경찰이었다. 친 무르시 지지자들의 보복 공격으로 교회, 이에 기독교인들의 집, 상점이 불탔다. 콥트교도들이 무르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지지했다는 것이 보복의 이유다. 이에 현재 민간인 옷을 입은 이들이 공격용 소총을 들고 순찰을 하고 있다. 이들이 사복을 입은 경찰인지 무슬림 형제단에 반대하는 시민 자경단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무슬림 형제단 존폐 기로... "정치적 역할 포기할 수도"

이집트에는 이전에도 이미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한 '폭력의 역사'가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 '가마 이슬라미야'는 1981년 안와 사다트 대통령을 암살하고, 1997년에는 외국인 관광객 57명을 살해했다.

아랍어로 '이흐완(Ikhwan)'이라고 불리는 무슬림 형제단은 80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1970년대, 이들은 공식적으로 '테러리즘'과 결별하고 사회적·교육적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장기집권이 막을 내린 뒤, 2012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배출하며 '여당'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무르시가 집권 1년 만에 군부에 의해 축출되면서 무슬림 형제단도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가디언>은 "군부가 무슬림 형제단의 활동을 법으로 금지하면서 이들을 뿌리 뽑으려 하고 있다"면서 "무슬림 형제단 고위 지도자들과 활동가들을 체포하고 이들을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악마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영 방송과 신문은 연일 무슬림 형제단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무슬림 형제단은 군부가 "평화로운 시위를 거짓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군부가 유혈진압으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무슬림 형제단 역시 전 국민적인 지지는 얻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6월 말, 수백만 명이 무르시의 축출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타마로드'는 최근 "군부의 선택이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배제전략 속에서 형제단이 정치를 포기하고 종교적이고 사회적인 복지활동으로 역할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태그:#무슬림 형제단, #이집트, #알카에다, #무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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