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 포스터 ⓒ 시네마달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중국, 일본의 그림책 작가가 모여 '평화'를 주제로 그림책을 준비하던 도중. 한국의 권윤덕 작가는 태평양 전쟁 당시 종군 위안부 피해 여성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출간하기로 한다.

예상대로 위안부 이야기를 일본에서 그림책으로 발간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위안부'는 일본 정부가 가장 감추고 싶어하는 역사다. 일본은 2012년 아베 신조가 총리로 재집권한 이후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으며, 몇몇 우익 유명 인사는 위안부를 두고 망언을 하기도 했다. 

심달연 할머니 증언을 토대로 한 권윤덕 작가의 '꽃 할머니'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권윤덕 작가 역시 어린 시절 아픈 상처가 있었기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고,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스케치가 채 완성되기 전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악화된 주변 상황은 그녀를 점점 힘들게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 한 장면 ⓒ 시네마 달


영화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권효 감독의 물음 하에 지난 5년간 위안부를 소재로 한 그림책의 작업과 일본에서의 출판 시도 과정을 담았다. 

과거를 부정하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일본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작업이지만, 영화 속 권윤덕 작가는 선조가 저지른 잘못을 사과하고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 분노하기보다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양국의 신뢰 회복을 강조한다.

그녀의 스케치를 둘러싼 한국, 일본 작가들의 치열한 논쟁 이후 어떻게든 일본에 위안부 이야기를 널리 알리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종의 온건한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하나 맹목적인 애국주의에서 비롯된 분노를 경계하고, 위안부를 일본의 잘못만이 아니라 전쟁 중 벌어진 국가 성폭력으로 규정짓고자 하는 권윤덕 작가의 시각은 여전히 과거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을 마냥 우호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한국 관객에게 적잖은 이견을 품게 할 법도 하다.

그러나 위안부를 바라보는 권 작가의 시선에 동의할 순 없다 한들. 2013년을 기점으로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가 고작 57명밖에 남지 않는 현실에서 위안부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겨 일본 정부의 진정한 공식 사과와 배상.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을 이루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은 아픈 역사임에도 위안부 문제에 무관심했던 대한민국에 잔잔한 파장을 던진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 한 장면 ⓒ 시네마 달


권 작가의 그림책을 통해 비로소 '위안부'를 알게 된 일본 학생과 학부모는 큰 충격을 받는다. '꽃 할머니'를 보고 나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한국 초등학생들의 반응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자신들의 역사를 부정한다. 아쉽게도 영화는 양국의 미묘하고도 첨예한 입장 차이만 보여줄 뿐, 모두가 꿈꾸던 엔딩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가 원하고, 그리고 싶은 결말을 맞이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고, '역사의 증인'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더 많은 시민이 뜻을 모으는 것. 그렇게 영화는 위안부라는 아픔을 끌어안으며, 녹록지 않은 과정에서도 굴하지 않는 의미 있는 움직임 속에서 언젠가 피어날 희망의 꽃을 기다리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그리고 싶은 것 위안부 종군위안부 일본 우경화 역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