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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무실 운영비용을 대고 변호사 명의를 빌려 파산 등 사건을 대리한 속칭 '사장형 법조브로커'들과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긴 법조브로커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한 이들 법조브로커들과 결탁해 범행에 가담한 변호사가 무려 7명이나 적발돼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후곤)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법조브로커 23명을 적발해 2명을 구속기소하고, 2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또한 법조브로커들에게 사건 알선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법조브로커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변호사 명의를 대여해 준 변호사 7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에서 법조브로커들이 변호사 명의를 빌려 파산·면책 사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고, 그로 인해 부적격 채무자들에 대한 파산·면책 신청이 무더기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이번에 구속 기소된 법조브로커 J씨는 7명으로 구성된 법조브로커 팀을 이끌며 활동했는데 변호사에게 수수료를 받고 법률사건을 알선하거나, 변호사 명의를 빌려 무자격으로 파산ㆍ면책 사건 등을 대행하며 8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판검사 및 검찰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들 일당은 사건 당사자로부터 직접 수임료를 받아 변호사 사무실 운영비용(임대료, 직원 월급 등) 및 변호사 명의 대여료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챙기는 속칭 '사장형 법조브로커'였다.

이들 법조브로커 23명은 서초동 법조타운일대에서 2007년 4월부터 최근까지 활개를 쳤고, 챙긴 돈은 무려 합계 16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법률지식이 크게 필요하지 않고 서류로만 사건이 진행돼 변호사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파산·면책 사건만을 골라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법조브로커들은 수임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파산·면책 사건 의뢰인에게 사채업자를 연결시켜 수임료를 받는가 하면, 각종 증빙서류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하는 등 궁지에 몰린 사건 의뢰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기까지 하는 부도덕한 행태를 보였다.

아울러 M변호사의 경우 5년 동안 법조브로커들에게 무려 1000건이 넘게 변호사 명의를 대여해 주고 1억7600만원을 받는 등 변호사 7명도 손쉽게 거액을 챙겼다.

검찰은 "이번에 속칭 '사장형 법조브로커'의 존재를 확인했고, 또한 수사기관 공무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속칭 '사건 알선 사무장'도 여전히 변호사업계에 만연한다는 고질적 비리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건 알선 사무장' 문제는 이들이 사건 유치를 위해 "OOO 판사, OOO 검사, OOO 수사관 등을 잘 안다"라는 식으로 거짓말을 일삼았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법률적 도움을 구하려는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법조브로커들과 변호사들의 구조적 결탁 사실이 확인된 점도 우려가 깊다.

검찰은 "'사장형 브로커'가 활개를 치는 배경에는 이들에게 변호사 명의를 대여해 줌으로써 별다른 노력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변호사들과의 구조적 결탁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적발된 변호사들은 변호사업계 불황에 따라 사건수임이 어려운 틈을 타 이러한 구조적 비리가 만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적발된 변호사들 중에는 "불법인 줄 몰랐다", "정당한 영업방식이다"라거나 "변호사업계가 불황이어서 다른 변호사들도 이런 식으로 영업을 많이 한다"는 취지로 변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번 검찰 수사로 드러난 문제점 중 하나는 성실한 개인채무자의 신용회복을 위한 파산ㆍ면책, 개인회생 제도가 변호사와 법조브로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변호사는 변호사 명의 대여 대가로 받은 수입으로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급여 등 수백만원에 달하는 사무실 운영비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고, 법조브로커들은 무자격 파산 등 사건 대행으로 매월 1000~2000만원의 순수익을 챙겨 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결탁이 가능했던 것이다.

한편, 검찰은 "이번에 입건된 변호사들에 대해 전원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통보 예정이며, 피의자들의 불법수익에 대해 추징보전절차 등 철저한 환수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법조브로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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