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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법원 인근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고, 보통 법원청사 바로 옆에 검찰청사가 붙어 있다. 그런데 검찰청 앞에서 검찰에 수사를 요구하거나 규탄하는 집회를 한 경우 어떻게 될까?

 

대법원은 집시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집회가 검찰에 계류 중인 사건에 관한 것이라도, 오래지 않아 법원에 기소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검찰에 대한 집회나 시위가 법원에 영향을 미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군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사무국장인 K(48)씨는 지난 2011년 1월 전주지법 군산지원 정문 앞 도로에서 군산 시민사회단체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강봉균 의원의 보좌관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또한 두 달 뒤인 3월에도 군산지원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검찰에 대해 "강봉균 의원 보좌관 뇌물사건 축소·은폐를 즉각 중단하라", "강봉균 의원과 민주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다 그해 6월에는 군산지원 앞에서 '군산 미군기지 기름유출 제8전투비행단장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군산 미군기지 기름유출 책임자 제8전투비행단장을 즉각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누구든지 각급 법원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를 해서는 안 된다"며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 제1항은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K씨는 2011년 10월 군산시 비응도동 길거리에서 새만금에어쇼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걸던 중 경찰로부터 자진 철거할 것을 요구받자, 시민들과 경찰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해 해당 경찰관을 모욕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인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 전일호 판사 2012년 11월 집시법 위반, 모욕 혐의로 기소된 K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K씨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을 뿐이고 집회에 해당하지 않고, 또한 기자회견이 집시법이 정한 집회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개최한 기자회견은 집시법이 정한 집회에 해당하고, 또한 강봉균 의원 보좌관 구속사건 및 군산미군기지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요구할 목적을 가졌더라도 집시법이 정한 금지장소 안에서 집회를 주최한 행위가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및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K씨는 "집시법 제11조 제1항의 집회는 법원의 사법기능 및 재판독립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옥외집회로 제한 해석돼야 하는데, 당시 법원이 아닌 검찰을 상대로 집회를 한 것이므로 집시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전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고종영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집시법 위반과 모욕 혐의 공소사실에 대해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다만 K씨가 개최한 집회가 구호를 몇 차례 제창하는 것 외에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벌금을 50만원으로 형량을 낮췄다.

 

재판부는 "집시법 제11조 1항은 법원의 기능보호와 법원의 안녕 보호를 입법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직접적으로는 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집회 및 시위라도 간접적으로 법원의 업무에 관련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검찰청에 대한 집회와 시위는 간접적으로 법원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가령 집회나 시위 당시에는 검찰청에 계류 중인 사건이라도, 오래지 않아 법원에 기소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검찰청에 대한 집회나 시위가 법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찰청에 계류 중일 때부터 법원에 기소될 것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법원에서도 이 사건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 경우 검찰청에 대한 집회나 시위라 하더라도 법원의 기능에 거의 직접적인 저해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분쟁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집회·시위의 속성상 그 집회·시위의 대상문제가 법정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각급 법원 인근에 집회 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그와 같은 금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절대적 집회 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피고인이 법원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 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한 이상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K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집시법 위반 및 모욕 혐의로 기소된 '군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국장 K(4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집시법에서 정하는 '집회'의 의미와 집시법 제11조 1항에서 금지하는 옥외집회의 범위 또는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집시법, #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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