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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돌을 쌓았습니다. 깊은 뜻이 있겠지요. 하지만 동네 강아지들에게는 이곳이 더 없이 좋은 놀이터입니다.
▲ 돌탑 힘들게 돌을 쌓았습니다. 깊은 뜻이 있겠지요. 하지만 동네 강아지들에게는 이곳이 더 없이 좋은 놀이터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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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는 제주도 축소판입니다. 섬 속의 섬이죠. 눈처럼 흰 해변도 있고 몸에 좋다는 검은모래 해수욕장도 있어요. 당연히 몽돌밭도 있죠. 제주의 다양한 자연이 우도에 모여 있습니다. 크기는 여의도 보다 조금 큽니다. 사람들은 1000명 정도 살아요. 이래봬도 '우도면'이랍니다. 몇 시간 만에 이 모든 자연을 구경하기 힘들겠죠." 

뭍에서 놀러왔다 우도에 눌러 앉은 식당 주인이 던진 말입니다. 저녁을 배불리 먹어치운 일행이 숙소에 닿기 무섭게 손님 두 분이 쳐들어 왔습니다. 한 사람은 우도 경치에 빠져 이곳으로 삶터를 옮긴 사람이고, 다른 이는 육지에서 고생 꽤나 하고 몇년 전 집으로 돌아온 남자더군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 동네에서 소문난 '절친'이랍니다. 중요한 건 양손이 모두 무겁다는 사실이죠. 두 분 꺼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중 객지에서 섬에 눌러 앉은 분이 우도를 재밌게 소개합니다. 제주도 축소판이랍니다. 조금 과장하면, 우도만 잘 둘러봐도 제주도를 모두 구경한 셈이라네요.

지난 10일 오후였습니다. 늦은 점심을 걸게 먹은 후, 성산항으로 돌아 왔습니다. 우도 가는 배 오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합니다. 항구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시간이 더디 흘러갑니다. 지겨움이 서서히 올라올 즈음 멀리서 배가 다가옵니다. 성산항과 우도를 오가는 연락선입니다.

우도에서 성산항으로 배가 들어옵니다. 승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목표(?)를 달성한 사람만이 갖는 느긋함이 얼굴에 스칩니다.
▲ 성산항 우도에서 성산항으로 배가 들어옵니다. 승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목표(?)를 달성한 사람만이 갖는 느긋함이 얼굴에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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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연일까요? 바람 심한데 그곳에 앉아 있어야 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 사연 무슨 사연일까요? 바람 심한데 그곳에 앉아 있어야 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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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에 도착했습니다. 흐린 날이지만 흰 모래밭이 인상적입니다.
▲ 우도 우도에 도착했습니다. 흐린 날이지만 흰 모래밭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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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에서 사흘동안 뭐하지? 화투라도 챙겨야 했나

항구에 배가 닿았습니다. 배는 익숙한 자세로 승객을 쏟아냅니다. 사람들 표정이 편안합니다. 추측컨대, 우도에서 배 놓쳐 낭패 당하는 일 없어서 일 테고 다른 이유는 제주 관광코스 한 곳을 재빨리 섭렵하고 되돌아왔다는 뿌듯함 때문이겠지요. 목표(?)를 달성한 사람만이 갖는 느긋함이 얼굴에 스칩니다.

반면, 저는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단 연락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후, 선배에게 넌지시 물었죠. 조그마한 섬에서 사흘씩이나 있는데 뭐하며 지내야 하냐고요. 화투라도 챙겨야 하지 않느냐며 물었더니, 선배는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그 웃음을 보니 더 답답합니다.

가슴에 담긴 뭔가라도 씻어버릴 겸 갑판으로 나갔습니다. 제주 날씨, 참 변덕스럽습니다. 일출봉 오를 때는 맑던 하늘이었는데 우도 향하는 순간 먹장 구름이 가득합니다. 당연히 바람도 거셉니다. 헌데 외국인 두 사람이 그 바람 맞으며 애완견 집을 꼭 부둥켜 앉고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저는 그곳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선배 말에 답답했는데 그들 보니 더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차가운 바람 맞으며 뱃전을 서성이는데 멀리 우도가 보입니다. 아스라이 하얀 백사장이 보입니다. 흐른 봄 날씨지만 맑은 바닷물과 흰 모래가 인상적입니다.

바람이 심하게 붑니다. 불청객이 맛있는 저녁 식사를 방해했나요?
▲ 말과 망아지 바람이 심하게 붑니다. 불청객이 맛있는 저녁 식사를 방해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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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에서 만난 강아지들입니다. 늦은 시간에 왜 왔냐는 듯 저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 강아지 우도에서 만난 강아지들입니다. 늦은 시간에 왜 왔냐는 듯 저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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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에서 이틀밤을 보낸 조용한 숙소입니다. 이 건물 주인장이 바닷가에 돌을 쌓았더군요.
▲ 숙소 우도에서 이틀밤을 보낸 조용한 숙소입니다. 이 건물 주인장이 바닷가에 돌을 쌓았더군요.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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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다가온 선배, 내일부터 열심히 걷잡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 모래밭도 몇 번 보면 지겨울 텐데 이 작은 섬에서 사흘 동안 뭐하며 때워야 할까요? 갖은 상념을 머릿속에 담고 우도에 발을 내딛습니다. 소 한 마리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 해 우도(牛島)라는 이름을 얻은 섬 속의 섬입니다.

숙소로 이동하는 길, 참 운치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고개 돌리면 파란 바다가 망망히 펼쳐져 있고 반대편에는 겹겹이 쌓인 돌담 너머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馬)과 어미젖을 찾아 아랫배를 헤집는 망아지가 보입니다. 잠시 상상 속 목가적인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니 황홀해집니다.

넋을 놓고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숙소에 닿았습니다. 일행을 맞은 건 세 마리 강아지. 녀석들은 방문객 모두 떠난 늦은 시간에 이곳에 몰려온 이유가 뭐냐는 듯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저도 특별히 해줄 말이 없어 한참을 서로 바라만 봤죠.

아름다운 섬에 와서 강아지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잖아요? 재빨리 숙소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해지는 섬 풍경 참 아름답습니다. 그제야 답답한 마음이 조금 풀리더군요. 조용한 바닷가에서 해 지는 모습을 바로보고 있는데 선배가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내일부터 열심히 걸으며 우도의 색다른 멋을 느껴 보잡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번 여행, 순례길입니다. 선배의 의미심장한 말을 들으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습니다. 서둘러 식당으로 향했죠. 그곳에서 식당 세 번 망하고 또 다시 식당 차려 열심히 살고 있는 주인장을 만났습니다.

사장은 육지 사람과 셈법이 다르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 돌아와 조그마한 식당을 열었습니다.
▲ 회양과 국수군 사장은 육지 사람과 셈법이 다르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 돌아와 조그마한 식당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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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회는겨울에 제맛을 내는데 5월까지는 맛 볼 수 있습니다. 그후로는 다른 어종으로 회를 준비합니다.
▲ 방어회 방어회는겨울에 제맛을 내는데 5월까지는 맛 볼 수 있습니다. 그후로는 다른 어종으로 회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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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회에 국수를 비벼 먹으니 독특한 맛이 납니다.
▲ 회국수 싱싱한 회에 국수를 비벼 먹으니 독특한 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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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에서 만난 횟집 사장님입니다.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손님상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이 분과 밤새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 회양과 국수군 우도에서 만난 횟집 사장님입니다.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손님상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이 분과 밤새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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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방어회, 순례길에 큰 도움 될까요

그는 뭍에서 안 해본 일이 없었답니다. 하지만 육지 사람과 자신의 셈법이 다르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곳에 돌아와 조그마한 식당을 열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상에 올린 음식에서 진실함이 엿보입니다. 그가 말하더군요. 생물을 상에 올리기 때문에 정성을 다한답니다. 밑반찬도 가능하면 제주 앞바다에 널린 갯것으로 만든답니다.

거대한 방어 대가리를 구웠습니다. 대가리가 큰 만큼 살도 곳곳에 많이 숨어있습니다.
▲ 방어 대가리 거대한 방어 대가리를 구웠습니다. 대가리가 큰 만큼 살도 곳곳에 많이 숨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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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껏 먹었는데 방어회가 남았습니다. 일행중 한명이 솜씨 좋게 즉석초밥을 만들었습니다. 그 또한 별미더군요. 회를 만든 일행의 솜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 즉석초밥 맘껏 먹었는데 방어회가 남았습니다. 일행중 한명이 솜씨 좋게 즉석초밥을 만들었습니다. 그 또한 별미더군요. 회를 만든 일행의 솜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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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참돔을 들고 숙소를 방문했는데 누가 이 분들을 막겠어요.
▲ 안주 맛있는 참돔을 들고 숙소를 방문했는데 누가 이 분들을 막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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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들으니 새삼 음식 맛이 다르더군요. 식당주인 덩치에 맞게 방어회도 두툼합니다. 제주의 또 다른 맛과 인심이 느껴집니다. 또 한 번 행복한 식사를 마쳤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니 뒤따라 식당에서 만난 끈기 넘치는 주인이 절친과 함께 들이닥칩니다. 두 분과 일행이 밤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도의 첫날밤은 이야기꽃과 함께 저물었습니다.

(* 기사 이어집니다.)


태그:#우도, #회양과 국수군, #방어회, #그린제주, #로뎀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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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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