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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101' 이승민 디렉터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최울가 작가
 '갤러리101' 이승민 디렉터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최울가 작가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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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작 회화 15점과 조각 2점을 선보이는 최울가 작가의 개인전 'Are you there?'가 주한 독일대사관 근처에 있는 '갤러리101(용산구 동빙고동)'에서 5월 15일까지 열린다. 최 작가는 우리에게 "당신 거기에 있나요?"라고 묻는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당신은 지금 여기에 진정으로 살고 있는가?"라는 큰 질문이다.

최울가 작가는 1953년 마산출신으로 79년에 데뷔해 90년대엔 파리 루브르미술학교를 마쳤고 2000년 이후에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 20세기 다양한 현대미술의 조류 속에도 그는 30년간 서울, 파리, 뉴욕을 오가며 회화작업을 주로 해왔다. '한국화단의 이단아'라고 할 정도로 독특한 화풍으로 무질서 속에 조화로움을 선보여 왔다.

회화이면서 회화를 넘어선 '메타페인팅'

최울가 I '당신은 거기에 있는가?(Are you there?)' 캔버스에 유채 181×256cm 2005-2011. 그의 작품에는 사람, 말하는 물고기, 전구, 늑대, 바나나, 딸기, 수박, 수도관, 눈, 그리고 시계 등 다양한 오브제가 나온다
 최울가 I '당신은 거기에 있는가?(Are you there?)' 캔버스에 유채 181×256cm 2005-2011. 그의 작품에는 사람, 말하는 물고기, 전구, 늑대, 바나나, 딸기, 수박, 수도관, 눈, 그리고 시계 등 다양한 오브제가 나온다
ⓒ 최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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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회화이면서 회화를 넘는 '메타페인팅'이다. 평면이면서 입체이고 구상이면서 추상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천국'을 암시는 어린 시절의 '수박'도, '지옥'을 상징하는 군대시절의 '늑대'도 나온다. 그뿐 아니라 '원시와 문명, 정신과 물질, 시간과 공간, 이상과 현실' 등 그 주제의 폭도 넓고 그 소제도 다양하다.

그의 화풍은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래된 낙서방식이다. 물감이 마르기 전 긁어내는 '그라피토' 방식도 닮았다. '바스키아'의 화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호와 숫자와 문자'도 보인다. 그는 이렇게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그린다.

유화가 주이지만 거기에 아크릴, 안료, 크레용, 스프레이 등 다양한 재료를 써 매우 현대적이다. 형식에 구속을 받지 않고 시공간을 넘어선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흑백화(B&W)' 시리즈는 그 배경이 창공인지 해저인지 모호해 더 재미있다. 같은 반복 속에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여 마치 현대음악을 들려주는 것 같다.

그는 본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상상한 대로 그린다. 자기만의 감각과 사유를 '표현주의'기법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하긴 초기부터 그는 '북유럽 표현주의(코브라)' 풍이었다. 그리고 동굴이나 바위에 새긴 암각화 연상시키는 '원시주의' 화풍도 강하다. 실제로 작가 자신이 스페인 동굴벽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단다.

미적 유희와 축제의식 없이 창조는 불가능

최울가 I '저것은(That is)_놀이(Play)시리즈' 캔버스에 유채 163×112cm 2009
 최울가 I '저것은(That is)_놀이(Play)시리즈' 캔버스에 유채 163×112cm 2009
ⓒ 최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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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울가는 일상을 예술화하는 축제주의자다. 그에게 인생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인생이다. 그는 "사람이라는 존재는 원래 끝없는 놀이를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고 또 놀이를 위하여 일하고 놀기 위하여 돈을 벌지요. 인간의 존재 이유는 즐거운 놀이를 탐닉하기 위함이고 그것을 즐기기 위하여 일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는 또 묻는다. "왜 우리는 사는가?" 돈 많이 벌어 호의호식하며 멋진 차를 타고 골프를 치고 황홀한 연애와 우아한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서? 그러나 그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창조'다. 인간은 뭔가 새로운 걸 창조할 때 가장 행복하다. 창조 없이 즐거움은 없다. 그러기에 그가 생각하는 삶의 목표는 즐거움이다.

그는 잘 놀기 위해서 그림을 그린다. 그의 그림은 잘 노는 사람이 남긴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창작에너지는 놀이와 유희, 친교와 소통에서 나온다. 이런 축제의식이 없다면 그는 아무것도 그릴 수 없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가 일관되게 천진난만한 '놀이'시리즈를 그리는 이유일 것이다.

무의식 속 잠재한 순수감각 추구

최울가 I '경계하라(Be on your guard)_놀이(Play)시리즈'' 캔버스에 유채 112×163cm 2008
 최울가 I '경계하라(Be on your guard)_놀이(Play)시리즈'' 캔버스에 유채 112×163cm 2008
ⓒ 최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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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모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나는 내 그림에 말하기, 듣고 보는 감각을 모두 풀어내고자 한다. 이른바 공감각의 표현이다. 사람과 늑대와 물고기가 한데 어우러져 대화를 나누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심판관이 서 있다. 장난감 총, 어항, 딸기, 말, 풍선, 시계는 시간이상의 동경을 수박은 현실과 일상을 은유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천박한 박스형태, 조야한 글씨 등으로 나만의 조형언어를 찾으려 한다. 나는 내 의식 깊은 곳에 잠재한 원초적 본능을 그림에 토해낸다"라고 덧붙인다.

최 작가는 이렇게 무의식 속에 잠재한 본능적 유희와 색감을 자유로운 낙서방식과 신나는 놀이형식으로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런 배경에는 어려서 아버지가 통역사여서 그 덕에 책과 음악을 자연스럽게 많이 접해 예술 감각을 키웠기 때문이란다.

천진의 세계로 현대문명을 치유하다

최울가 I '즐거운 식사시간(The mealtime for enjoy)_XP 시리즈' 캔버스에 유채 100×140cm 2008
 최울가 I '즐거운 식사시간(The mealtime for enjoy)_XP 시리즈' 캔버스에 유채 100×140cm 2008
ⓒ 최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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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을 보면 어린 시절의 천국 같은 태초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고 그런 천진난만한 유희가 넘치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이 작품의 기조에 깔려있다. 그의 작품엔 어린 시절 생선을 맛있게 먹었던 경험과 밤새워 재미있게 만화책을 읽었던 기억과 동네아이들과 쥐불놀이하며 신나게 놀았던 추억이 담긴 것 같다.

우리는 첨단의 테크놀로지 속에 살고 있지만 생존경쟁 속 여전히 불안과 공포, 생명의 위험을 느끼며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이럴 때 그의 작품이 주는 미덕은 바로 천진무구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는 점이다. 관객은 거기서 긴장도 풀고 상처도 씻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꿈과 상상을 쫓으며 위로를 받는다.

그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인간(XP) 찬양

최울가 I '난 거기 안 갈 거야(I am not going there)' 캔버스에 유채 122×152.4cm 2013
 최울가 I '난 거기 안 갈 거야(I am not going there)' 캔버스에 유채 122×152.4cm 2013
ⓒ 최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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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울가는 '엑스트라 인간(XP)' 시리즈, 사람들이 다 가는데 '난 거기 안 갈 거야'라고 말하는 다시 말해 '예외적 인간'을 그리고 있다. 이 세상이 만들어놓은 규칙에 따라 살지 않고 자기 스스로 규칙을 만들며 사는 창조적 인간형을 작가는 찬양한다.

모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런 가치를 추구한 그가 군대 시절이 순탄할 리가 없었다. 그는 고참과 장교들 눈 밖에 나 심한 얼차려를 받았고 정신분열증을 일으켰다. 이런 '예외적 인간(XP)'을 추구하는 그로써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는 사회적 위계나 도덕적 위선, 사이비 질서를 강요하는 사회현실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끊임없이 닫힌 세계를 열고 숨 막히는 세상에 구멍을 낸다. 이미 짜인 구조에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21세기 원시인이 되고 싶은 것인가.

30년 쓴맛단맛 다 보고 회화의 참맛도 보다(?)

 최울가 전시장 내부. 작품을 여유롭게 감상하는 관객들
 최울가 전시장 내부. 작품을 여유롭게 감상하는 관객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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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가생활 30년 쓴맛 단맛 두루 경험했다. 그런데 요즘은 참맛도 본단다. 우주공간에 최울가 회화라는 인공위성을 띄웠지만 도킹까지 완료된 건 아니다. 그는 이제 김환기가 동경, 파리, 뉴욕을 거쳐 말년에 '점화'를 발표하면서 이전과는 획기적으로 다른 차원으로 도약했듯 최 작가도 60대를 맞아 그렇게 도약할 때가 되었다.

서울생활도 그렇지만 그간 연고 없는 파리와 뉴욕에서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을 해왔다. 그의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넘치는 작품 뒤에는 심각한 우울과 깊은 슬픔도 서려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중간에 작품을 태우기까지 했겠는가. 이제는 그런 지난한 과정을 다 거쳤기에 '마에스트로'로 가는 길만 남았다.

시대정신 담긴 세련된 도시풍경

'갤러리 101' 전시장 작품 앞에 선 작가 최울가
 '갤러리 101' 전시장 작품 앞에 선 작가 최울가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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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으로 말해 그의 회화는 자유 형식에 미래지향적 경향이 강하고 실험성이 높은 세련되고 현대도시화다. 30년간 서울, 파리, 뉴욕 등 새 도시를 만날 때마다 재도전한 결과이리라. 그런 과정에서 그가 쌓은 내공과 기법은 타의 추정을 불허한다. 예리한 그만의 문명비평적인 시선과 사려 깊은 통찰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최 작가는 작품 속에 삶의 원리와 우주의 법칙을 장난기 어린 사람과 동물의 모습으로 구현되었다. 부분과 전체의 양면을 다 보는 원효의 '화쟁사상'도 묻어있다. 2006년 그의 전시기사를 쓸 때 본 것과 2013년 이번 전시와 비교해보니 그가 추구하는 방향이 더 분명하고 명쾌해졌다. '최울가 스타일'이 이제 본 괘도에 오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갤러리 101(용산구 동빙고동 309-3)[정혜연 이승민 대표] 02-797 3093
최울가작가 홈페이지 http://www.choiwoolga.com/



태그:#최울가, #엑스트라 인간, #흑백화(B&W) 시리즈, #갤러리101, #원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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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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