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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념관 건립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춘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
 한승수 기념관 건립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춘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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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에 '한승수 기념관'을 건립하려던 사업이 무산됐다. 춘천시의회는 18일 임시회 본의회에서, 춘천시가 제시한 추가경정예산안 중 '전 유엔총회 의장 한승수 기념관 건립 기본설계비 5천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로써 지난해 말 이후, 이 문제로 춘천시와 춘천시의회, 그리고 춘천지역 내 시민단체 사이에 일기 시작한 논란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춘천시는 원래 총 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 유엔총회 의장과 이명박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한승수 전 총리의 고향인 서면 금산리에, "춘천시와 강원도, 한국을 빛낸" 한 전 총리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었다. 이 계획에는 기념관에 한 전 총리의 생가를 비롯해, 교육관, 광장, 주차장 등의 시설을 갖추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도내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춘천시의회는 본회의에서 한승수 기념관을 건립하는 데 필요한 기본설계비를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강청룡 의원이 본회의 도중 기념관 건립 기본설계비를 포함한 4개 항목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조교리 통행 버스 지원 예산으로 3500만 원을 추가하는 수정예산안을 제시하면서 예상과는 다른 결론이 나왔다.

춘천시의회는 강청룡 의원이 제시한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참석 의원 21명 중 14명이 수정안에 찬성하고 7명이 반대함으로써 한승수 기념관 건립 예산 등을 전액 삭감하는 수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더불어 소양강댐이 건설되면서 통행 문제로 곤란을 겪어온 조교리 주민들은 마을의 오랜 숙원 사업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날 춘천시의회에는 본회의 시작 전부터 시민단체 회원들과 조교리 주민들로 북적였다. 춘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춘천시의회에 기념관 건립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조교리 주민들은 "춘천시의회가 추가경정예산안에서 한승수 기념관 건립 예산은 그대로 수용하면서, 버스 한 대 다니지 않는 마을에서 통행 버스 지원 예산안은 전액 삭감"하려는 데 항의했다.

춘천시민연대 등 춘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춘천시의회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승수 기념관 건립 사업은 타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사업에 총 5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려고 하는 춘천시의 편파적이고 몰상식한 행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유엔총회 의장은 대륙별로 안배하여 순차적으로 맡게 되는 자리일 뿐"이고 "한승수 전 총리는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업적보다 과거 경력으로 인해 오히려 논란이 되어 왔던 인물"이라며, "춘천시는 한승수 기념관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춘천시의회, 추가경정예산 심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오지마을 조교리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
 춘천시의회, 추가경정예산 심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오지마을 조교리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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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념관 건립 시도는 지난해 시작됐다. 지난해 9월 춘천시 서면 주민들은 '서면인의 날'에 한승수 기념관 건립 문제를 논의하고 기념관 건립을 춘천시 등에 건의했다. 서면인의 날은 서면 주민들이 한 전 총리의 유엔총회 의장 취임을 기념해 지정한 날이다. 서면 주민들은 "한승수 기념관을 관광자원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춘천시는 서면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한승수 기념관 건립 기본설계비로 5천만 원을 2013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그러나 춘천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제234회 정례회에서 춘천시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기본설계비 5천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자 서면 주민자치위원장과 이장단협의회장, 번영회장,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등은 올해 3월 춘천시의회를 방문해, 한승수 기념관 건립을 요구하는 건의문과 주민 서명부를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 춘천시는 다시 한승수 기념관 기본설계비를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해 제출했다.

한승수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로, 전두환 정부 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신군부 입법위원)과 상공부 무역위원장을 맡으면서 관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김대중 정부 때는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내면서 2001년 제56차 유엔총회 의장을 지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 국무총리를 지냈다.


태그:#한승수,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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