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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말기 졸속으로 추진되다 중단된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등 대규모 무기 도입 사업이 최근 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도입이 유력시되는 미국 거대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의 F-35 CTOL의 가격이 무려 15조 원으로 뛴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60대에 달하는 최신 기종의 전투기를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사업이다.

특히 차세대 전투기 사업만 해도 당장 책정된 예산만 8조3000억 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으로 불리는 지경이다. 문제는 어마어마한 국민의 혈세를 들여 다급하게 무기를 도입하다 보니 피폐한 국민 생활은 별다른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록히드마틴 배만 불려주는 '애물단지 전투기'

당장 문제는 도입이 유력한 차세대 전투기 F-35가 개발이 완료된 전투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F-35는 제조국인 미국 국방부조차 손사래 칠 정도로 결함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 <워싱턴타임스> 3월 6일 보도가 전한 미국 국방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F-35 조종석 시야 확보는 다른 전투기에 비해 떨어진다"며 작전 중 격추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MBC 3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F-35는 미국 내에서 이미 디자인 결함으로 수직이착륙 기능이 불가능하며, 지난 2월 비행 시 엔진부품 파열이 발견돼 전 기종의 시험 비행마저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 드러났다.

 ‘애물단지 전투기’ F-35는 잇단 시험비행 실패로 초기보다 생산비용이 70% 가량 급증했다
 ‘애물단지 전투기’ F-35는 잇단 시험비행 실패로 초기보다 생산비용이 70% 가량 급증했다
ⓒ MBC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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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의 가격도 2001년 사업 시작 당시 록히드 마틴이 제시했던 256조 원에서 2013년 437조 원으로 폭증하고 있다. 기체 결함이 계속 발견되면서 개발 비용이 추가로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F-35 개발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F-35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호주가 구매를 포기했고, 영국·캐나다·네덜란드·이탈리아 등은 도입 물량을 축소하거나 시기를 미루고 있다. 이미 록히드 마틴 측이 미국 의회에 제시한 한국과의 목표 계약액도 한국 예산 계획 8조3000억 원을 뛰어넘는 12조636억 원에 이른다.

이들 중 F-35 구매계약을 전면 취소한 캐나다의 사례가 단연 주목된다. 캐나다는 F-35 구입비용이 아니라 운용비용 문제로 구매계약을 전면 취소하였다. <한겨레> 1월 24일 보도에 의하면, 캐나다 정부는 국내의 F-35 도입 논란에 따라 세계적인 회계감사 업체인 KPMG에 F-35를 운용하는데 드는 총비용인 수명주기비용(LCC: Life Cycle Cost) 추산을 의뢰하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캐나다가 F-35 65대를 운용할 경우 총 42년에 걸쳐 약 450억 캐나다달러, 한국 돈으로 약 49조 원이 든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최초에 캐나다 국방부가 발표했던 F-35 65대의 수명주기비용 160억 캐나다달러에 비해서도 3배가량 증가한 결과다.

이 같은 F-35의 어마어마한 유지 비용은 미국 내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 4월 9일 보도에 의하면, "미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일반 전투기의 연간 유지비용이 111억 달러인데 반해 F-35는 거의 두 배 가까운 182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도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전투기 개발을 완료한 뒤에 드는 유지비용이 더 악몽이 될 것"이라고 전하며, 50년간 유지비용으로 최대 1조 1천 억 달러, 약 121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캐나다의 사례에 비춰보면, 한국의 경우 F-35 60대를 30년간 운용하는 데 약 35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최근 보도된 도입 예상 비용 12조 원을 더하면 F-35 운용에 총 47조 원의 비용이 든다. 이와 관련하여 <오마이뉴스> 김민석 기자는 4월 4일 보도에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F-35의 경우 구매에 총 17조 원이 소모되는데 이는 2013년 국방예산의 절반이며 공군의 5년간 무기도입 예산 전부에 해당한다. 구입 후에는 30년간 운영비로 30~90조 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런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가면서까지 개발을 담당한 국가들조차 꺼리는 전투기를 도입해야 할지 의문이다.

F-35를 인수할 2016년까지 가격은 더욱 뛸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한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F-35 개발비용 삭감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은 회계연도가 마감하는 9월 말까지 7개월 동안 850억 달러가 자동 삭감되며 이 가운데 국방 예산은 올해에만 460억 달러(약 50조 원)를 줄여야 한다.

이와 관련한 시사인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애시턴 카터 국방부 차관은 3월 1일 "방산업계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예산 삭감은 무기 계약이 계획했던 것보다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개발사인 록히드 마틴은 미 국방부로부터 삭감되는 예산과 그동안 들어간 추가 개발비용 등을 판매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사인> 3월 20일 보도에 인용된 미국의 한 군사 전문가는 "F35가 한국에 팔린다면 미국은 F35의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들어갈 개발비 충당은 물론이고 국민에게 F35의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다.

최신무기 타령에 민생은 뒷전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무기 도입 사업은 F-35뿐만이 아니다. 박근혜정부는 지하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 유도폭탄(GBU-28·벙커버스터)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인 '타우러스(TAURUS) KEPD 350K' 도입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가 각종 민생현안을 뒤로하고 무기도입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한반도 전쟁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 무기는 북한의 핵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최근 한미 대북 '핵 선제 타격 전략'을 반영한 무기 구매 방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박근혜정부가 밀어붙이는 무기도입 사업은 당장 실전 배치가 가능한 것들도 아니다. 앞서 살펴본 F-35의 경우는 실제 도입될 시점이 2016년이다. 그나마 빨리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레이저 유도폭탄(GBU-28·벙커버스터)의 경우도 연내 가능할지 미지수다.

3월 2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군 관계자는 "미국이 최근 수출을 통제했던 GBU-28(벙커버스터)을 한국에 수출하기로 승인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의 무기도입은 2013년 현재 진행형인 '전쟁 위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다.

군수산업체의 배만 불리게 될 최신 무기 도입사업은, 이외에도 대형공격헬기(AH-X) 도입 사업,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HUAV) 도입 사업 등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최신 무기 구매에 반영된 예산만 해도 2012년 기준으로 13조7000억 원이 넘는다. 물론 이 비용에서 8조3000억 원만 반영되어있던 F-35 구매 비용이 12조 원 이상으로 증가했으므로, 향후 관련 예산은 최소 17조 내지 18조 원에 이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정부가 최신 무기 구매에 열을 올리는 사이 재정 투입이 필요한 민생 대책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발표한 '국민행복기금'이다. 애초 박근혜정부는 10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캠코) 예산 등을 긁어모아 18조 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3월 25일 발표한 '국민행복기금'의 규모는 1조5000억 원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예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가 332만 명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기금 대상자'도 10분의 1 수준인 32만 명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32만 명은 '6개월 이상 장기 연체자 112만4711명(자료 : 전국은행연합회)'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정도 수준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 공약도 간병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는 것으로 슬그머니 변질하였다. 박근혜정부는 제외된 "3대 비급여 항목"이 환자의 선택 가능 비용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환자들이 처한 현실과 동떨어질 뿐더러 공약 이행 재원 마련에 실패한 정부의 핑계에 불과하다.

'0~2세 양육비 전면 지급 사업'도 시행 첫 달부터 파행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일부 가정에 양육비가 지급되지 못한 것이다. 65세 이상 노년계층에게 2012년 기준 월 9만4600원에 불과한 기초연금을 20만 원 정도로 인상하겠다는 공약도 재원 마련 실패로 "국민연금 가입여부와 기간, 소득수준별로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크게 후퇴하였다.

박근혜정부, 이러고도 '민생 정부'인가?

박근혜 정부는 "민생 정부"를 표방했지만, 취임 한 달 만에 연이은 실정으로 국민에게 커다란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개발국가인 미국 정부마저 구매를 꺼리는 F-35를 도입하면서, 자신의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이 박근혜정부다.

미국 국방부의 무기 분석관이었던 척 스피니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 F-35에 대해 "유인 상술 작전이다. 편익은 과장하고 비용은 훨씬 적게 책정했다"면서, "계산이 안 맞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쯤에는 이미 그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미국 국방부조차 록히드마틴의 상술에 당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지금이라도 미국 군수산업체의 배만 불리는 무기 도입 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민생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성훈 기자는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F-35, #F-X사업, #무기도입, #민생 공약, #복지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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