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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임원이 4월 8일 오전 서울 대치동 한국MS 본사에서 윈도우 XP 지원 종료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임원이 4월 8일 오전 서울 대치동 한국MS 본사에서 윈도우 XP 지원 종료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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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10년 지나면 구형인데 계속 안전장치를 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윈도우XP 지원 중단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윈도우XP 국내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1/3에 달해 국내 기업과 사용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8일 오전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내년 4월 8일부터 윈도우XP 보안 업데이트 등 모든 지원을 중단한다며 상위 버전 전환을 권고했다. 윈도우7조차 2년 뒤 일반 지원을 중단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지난해 선보인 '윈도우8'로 갈아타라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윈도우XP 보안 업데이트 중단... 윈도우7 일반 지원도 2년 남아

스탯카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국내 윈도우XP 사용 PC는 전체 4530만 대 가운데 32.69%인 1480만 대에 이른다. 이는 세계 평균(23.38%)보다 10%포인트나 높고 미국(13.63%)에 비해선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윈도우XP가 개발된 지 10년 넘은 운영체제다 보니 보안 위협에 취약하다는 데 있다.

이날 한국MS 최고보안책임자인 신종회 이사는 "윈도우XP는 윈도우7, 윈도우 비스타 등 상위 버전에 비해 악성코드 감염률이 2배 이상 높고 인터넷 익스플로러(IE) 9 이상 버전을 사용하지 못해 IE 6, 7, 8 등 옛 버전들이 제로데이 공격 등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공격 위협이 남아있는데도 지원을 중단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자동차도 10년이 넘으면 구형 모델인데 계속 안전장치를 달기보다 새로운 프레임으로 가는 게 효과적이라 보기 때문에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호 한국MS 최고기술임원 역시 "윈도우XP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상시 연결되는 환경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시대 정신에도 맞지 않고 새로운 혁신 스케줄과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면서 "지원을 중단한다는 건 실행은 보장하되 누군가 공격코드를 만들어도 보안 업데이트나 성능 개선, 온라인 기술 지원 등은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지원 중단이 윈도우XP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MS는 지난 2002년 마련한 제품 수명 주기 정책에 따라 신제품이 출시되면 출시 시점 기준으로 보안 업데이트 등 일반 사용자용 '일반 지원'은 5년까지, 기업 사용자는 '연장 지원' 5년을 포함해 최대 10년까지 지원하고 있다. 윈도우XP는 이 정책 이전에 나온 제품이어서 예외적으로 일반 지원도 10년까지 보장하지만 이후 제품은 5년이 고작이다.

이에 따라 '윈도우 비스타'는 이미 지난 2012년 4월 일반 지원이 중단됐고 현재 국내 PC 54%가 사용하는 윈도우7의 경우 오는 2015년 1월 일반 지원이 중단된다. 다만 기업 고객들은 추가 5년 동안 '연장 지원'된다.


박수하 한국MS 상무는 이번 지원 중단을 자동차 단종에 비유하면서 "윈도우XP가 출시한 지 10년이 넘었고 2007년 윈도우 비스타 출시부터도 6년이 지나 일반적 교체주기로 봤을 때 그 사이 PC를 2번 정도 바꿨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윈도우 비스타 등 후속 운영체제가 국내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하면서 윈도우XP 실제 수명은 계속 연장돼 왔고 불과 1년 전까지도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했다. 또 일부 구형 PC의 경우 상위 버전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새 PC를 사라는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MS가 지난해 말 출시 이후 판매가 지지부진한 윈도우8 PC 판촉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과도한 의존이 보안 취약 불러

당장 최근 해킹 공격이 발생한 금융업계와 관공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이버테러 등 보안 위협이 갈수록 커져 보안 업데이트가 절실하지만 시스템 교체에 따른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MS에 따르면 국민, 기업, 하나, 우리, 신한 등 은행권은 이미 올해 하반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수자원공사도 윈도우8 기반 스마트 기기로 교체하는 시범 사업에 나서는 등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도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MS 의존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미국 PC 운영체제 시장의 경우 애플 맥OS, 리눅스 등이 20% 정도 차지해 윈도우 의존도가 70% 정도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95%에 이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 70%를 장악한 MS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과도한 액티브 엑스 사용도 보안 취약성을 부추기고 있다. 반면 세계 시장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지난해 구글 크롬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점유율도 30%대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날 김명호 박사는 운영체제 교체를 '애벌레에서 나비로 거듭나는 변태 과정'에 비유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의 고통 때문에 우아한 애벌레로 머물고 싶어 하지만 더 안전한 사이버 환경으로 나가기 위한 발전적 해체 수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한국 소비자들에겐 새 윈도우 운영체제보다는 보안에 취약한 MS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탈피하는 게 더 시급한 상황이다.


태그:#윈도우XP,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8, #인터넷익스플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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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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