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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3사의 옴부즈맨 프로그램 로고
 지상파 방송 3사의 옴부즈맨 프로그램 로고
ⓒ 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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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은 스웨덴어로 대리자, 대표자라는 뜻이다. 방송에 있어서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란 '시청자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2000년 개정된 방송법에 따르면, 각 방송사는 매주 60분 이상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해야한다. 이에 따라 현재 KBS, MBC, SBS는 각각 <TV 비평 시청자 데스크> <TV 속의 TV> <열린 TV 시청자 세상>이라는 옴부즈맨프로그램을 구성해 매주 방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걸까.

시청률 위주 편성 때문에... 존재감 없는 비판

3사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KBS 토요일 오후 1시, 그리고 MBC와 SBS는 각각 금요일 낮 12시와 12시 30분에 편성되어 있다.

방송법에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관해 편성시간에 대해 규정한 부분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이 프로그램들을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TV를 시청하지 않는 시간대에 편성한다.

토요일 오후 1시와 금요일 낮 12시와 12시 30분은 사람들이 주로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이 시간대에 TV를 보는 시청자는 주로 주부들로 한정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적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 받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힘들다.

옴부즈맨 방송은 본래 자사 프로그램을 올바르게 비판하고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게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시청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명목 아래 그 주에 방영된 방송분의 줄거리나 명장면을 보여주고, "빠른 전개로 스토리가 흘러가서 좋았다. 다음 회가 기대된다"는 식의 시청자 의견을 함께 들려줌으로써 프로그램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방송현장을 둘러봄으로써 방송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주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거나 자사에서 새로 시작한 드라마, 예능의 현장을 방문해 스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코너도 있다.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다룰 법한 이야기들이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MBC <TV 속의 TV>의 경우 'TV 시간여행'이라는 코너를 통해 명작극장, 연예인 가족들, 추억의 스타 등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방송 비판 프로그램이 오히려 자사 프로그램 홍보수단으로

MBC 옴부즈맨 프로그램 <TV 속의 TV>의 '평가원 보고'를 진행하고 있는 김경환 시청자 평가원
 MBC 옴부즈맨 프로그램 <TV 속의 TV>의 '평가원 보고'를 진행하고 있는 김경환 시청자 평가원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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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중 자사의 뉴스를 비평하는 코너를 따로 구성하고 있는 곳은 SBS 하나뿐이다. SBS는 <열린 TV 시청자 세상>에서 '백선기의 뉴스비평'을 통해 한 주간의 자사 뉴스를 분석한다. KBS, MBC도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김인규 전 KBS 사장은 뉴스 분야에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2011년 11월, 자사 뉴스보도를 비평하는 <뉴스 옴부즈맨>을 신설했다. 하지만 방송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인 지난해 5월 뉴스 옴부즈맨 위원 6명이 전원 총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옴부즈맨으로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드는 KBS의 구조적 한계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전원 사퇴했다. 또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경청하기는커녕, KBS는 옴부즈맨을 싸워서 이겨야 하는 존재로 바라봤다"고 주장했다.

MBC <TV 속의 TV>은 지난해 6월 17일 불방사태를 겪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2012년 5월 17일, MBC 파업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 권재홍 앵커가 노조원들의 퇴근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일부에 충격을 받아 당분간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을 수 없게 됐다"며 이 사건을 첫 꼭지로 다뤘다. 하지만 이는 곧 거짓말로 드러났고 "신체적 충격이 아닌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말을 바꿨다.

6월 17일 방영될 <TV 속의 TV>는 이 내용을 다룰 예정이었다. 시청자 평가원인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권재홍 앵커 관련 뉴스를 톱뉴스로 다룬 것이 정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비평하려 했으나 담당 제작진은 내용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불가를 통보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드라마·예능에 치중된 구성... 보도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어

이 밖에도 심의에 걸린 장면을 소개하면서 또 다시 시청자들에게 같은 장면을 노출하거나, 한 번 지적된 부분이 다시 지적되는 등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매체를 TV라고 응답한 사람은 53.4%였다. 이처럼 TV는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매일 시청자와 마주하는 TV 프로그램에 비판의 목소리가 없다면 과장되고 자극적인, 심지어는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조차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질 것이다.

옴부즈맨 방송이 진정으로 시청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올바른 비판을 제기하는 시청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해나가는 방송국의 노력이 더해질 때만이 진정한 시청자를 위한 방송, 공정한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청춘의소리>는 20대가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매주 월요일 웹진형태로 기사, 영상을 발행하고 있으며 www.voiceofyouth.co.kr에서 더 많은 기사 보기, 정기구독신청 등을 할 수 있습니다.



태그:#옴부즈맨, #옴부즈맨프로그램 , #TV비평 시청자데스크, #TV속의 TV, #열린 TV 시청자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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