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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전쟁 없는 세상에서 병역거부 가이드북 발간기념 행사를 준비하면서 제작한 웹포스터에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어차피 이번 정권 5년 동안 (병역) 법 개정은 없다. 코 앞에 영장이 닥친 젊은이들이여, 혼자 고민말고 함께 이야기해보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ㄱ부터 ㅎ까지, ㅏ부터 ㅣ까지 친절상담" 

굉장히 경쾌하고 쿨하다. 정확한 현실파악인 듯싶다. 그래서 서글프고 특히 개인적으로 대체복무제도가 유엔인권기구의 단골 권고사안이기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미안하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하다.

사실 대체복무제도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차별금지법, 사형제폐지, 이주협약 가입 등은 유엔주요조약기구와 UPR에서 주구장창 반복이 되는 권고사안들이다. 국가보안법의 경우에는 국내 인권단체들이 최초로 유엔의 인권기구를 활용했던 1992년 유엔자유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 최초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도 단계적 폐지를 권고하였으니 햇수로 20년이 넘은 사안이다. 

이명박 정부 시에 정권차원에서 자주 등장했던 용어가 '국제적 기준'이었다. 그러면서 국내의 인권상황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도로 돌려놓았다. 당연히 유엔을 포함한 국제인권기구에서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들이 쏟아졌다. 이전에 받았던 권고들도 별다른 해결이 되지 않았으니 권고는 쌓여만 갔다.

가장 최근에 한국의 인권상황을 검토한 UPR(국가별인권상황 정례검토)제도에서 한국 정부는 65개 유엔회원국으로부터 70개 이상의 권고를 받았다. 물론 권고들 중에는 반복이 되는 것들도 있지만 4년 전 같은 제도에서 33개의 권고를 받을 때에 비하면 두 배 정도의 권고들이다. 이 권고들 중에 한국정부는 몇 개나 수용할지, 수용한다고 하여도 어떻게 이행할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 국민들의 선택에 의하여 박근혜 정부가 곧 출범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대통합을 외치며 준비되었다고 한다. 선거직후 한동안 뉴스도 보기 싫을 정도로 멘붕이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건강에 좋다. 준비된 대통령도 좋고 국민대통합도 좋다. 잘 했으면 좋겠다. 아니 잘해야 한다. 하지만 솔직히 국제기구에서 주구장창 반복되는 권고사항들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차라리 앞서 말했던 '전쟁없는 세상'의 문구처럼 절대 지켜질 리 없다. 꿈 깨라 쪽이 더 현실적이다.

그래도 민변을 포함한 국내의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제기구를 활용하여 국내의 인권상황을 알리고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권고사항을 받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어떤 상황이 어떻게 발생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어차피 유엔권고들로 세상이 다 좋아지는 것도 아닐 것이고 또 누가 아랴? 권고들이 이행되는 시점이 원래는 백년 후인데 단체들이 죽어라 노력하면 한 50년쯤 당겨질지? 

세상은 여전히 시간을 필요로 하고 그 시간에 처절한 노력과 희생은 필수 요소인 것 같다. 그래도 솔직히 지금 힘빠진 건 어쩔 수 없다. 에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동화 씨는 현재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근혜, #유엔권고, #양심적 병역거부, #국제적 기준, #대체복무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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