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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치동에서 '입시 전쟁'을 치루고 있는 전형적인 고등학생이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나와 같은 청소년이 체감하는 청소년 정책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학원교습시간 규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기자 말

사교육 규제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사교육 규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을 강화시키면, 학원 교습시간 규제만 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교육'을 찾는 이유는 공교육 질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학벌주의 사회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남들과 똑같이 받는 공교육만 받는 것보다는 사교육을 받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 집행되고 있는 규제·정책들은 수박 겉핡기식으로 본질적인 문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예로 '서울특별시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및 규칙'(아래 학원조례)을 들 수 있다. 서울시는 학원조례를 통해 1991년부터 계속 청소년의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로 규제하고 있다. 취지는 좋으나 사교육을 줄이기는커념 단속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교육의 중심 대치동과 목동이 관할구역인 강남·강서 교육지원청에 직접 전화를 해봤다. "학원모니터링이나 교습시간을 단속하는 단속 부서가 따로 있냐"고 물어보자 두 교육지원청 모두 "부서는 따로 없고 1~2명 정도가 가끔 순찰을 돈다"고 답했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또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오후 10시 넘어서 수업을 한다는 신고를 받아도 바로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강남구 교습시간 위반 학원 단속 실적은 35건이었다. 나는 강남구에 신고된 3200여 개의 학원과 2800여 개의 교습소 가운데 35개의 학원만이 적발됐다는 것을 두고 학원조례가 잘 지켜지는 게 아니라 단속 인원 부족이 초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학원들이 단속 피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내가 다니는 D수학학원은 같은 건물에서 영어학원도 같이 운영한다. 수학 수업이 끝나고 로비로 나가면 그곳에서 영어 단어·문법 구두시험을 보고 있는 장면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그 구두시험을 통과해야 집에 갈 수 있단다.

취재를 위해 SNS을 통해 지인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24시간 커피숍이나 음식점으로 가는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원장 선생님의 집으로까지 간다고 한다. 또, 교실 창문을 없애고 밤에도 수업을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다른 제보도 있었다. 전국에 여러 캠퍼스들을 두고 있는 한 입시전문학원은 오후 10시에는 집에 보내주고 다음날 오전 5시에 다시 학원으로 부른다는 제보도 있었다. 학원조례 제5조(교습시간규제)는 학원교습 금지 시간을 '청소년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 성인은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5시'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입시전문학원의 사례는 학원조례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의 수면권·건강권 보장을 위해 교습시간 규제를 만들어 놓은 것인 만큼 교습금지 시간을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연장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

서울시 학원조례 위반사항에 대한 벌점표 중 교습시간에 대한 벌점표
 서울시 학원조례 위반사항에 대한 벌점표 중 교습시간에 대한 벌점표
ⓒ 강서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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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위반을 한 학원에 대한 처벌 또한 가볍다는 지적이다. 위 표는 서울시 학원조례 중 교습시간 위반시 부과하는 벌점표다. 이 벌점이 누적되면 아래 표에 나와있는 행정처분 기준표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는다.

서울특별시 학원조례 행정처분 기준표
 서울특별시 학원조례 행정처분 기준표
ⓒ 강서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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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학원이 교습정지 7일 처분을 받는다면 학원 운영에 타격이 클지 모른다. 하지만 대형학원의 경우 한 곳이 교습정지를 당해도 다른 곳에서 인원을 보충할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에 실제적인 규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교습시간 위반에 대한 최대 과태료가 300만 원 인데 강남구 중·고등학생 단과학원 등록금이 한 달 평균 3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가벼운 처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행정처분이나 과태료도 정액세의 성격이 아니라 학원의 규모나 소득 수준에 따라 누진세·비례세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그:#서울학원조례, #학원조례, #학원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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