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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그리고 치열한 접전 끝에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축하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고, 실망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또한 화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의 학교 친구들도 그러했다. 학교를 가자마자 내 친구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반 대부분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였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지 않자 화가 난 것이다.

우리 학교에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군대는 3년을 가야 한다고 말이다.

"야, 우린 아직 13살이야! 5년 후에도 18살이라고!"
"바보야, 법이 바뀌는 거잖아!"
"헌법이잖아! 헌법은 국민투표를 실시해서 바뀌는 거 아니야? 사회시간에 배우잖아!"
"그건 그러네... 만약, 대통령이 헌법을 바꾸려고 한다면, 엄마 아빠한테 찬성하지 말라고 해야겠다!"
"난 찬성하라고 할건데..."
"왜?!"
"우리 오빠가 곧 있으면 군대 가거든."
"야, 그건 좀 심했다!"

군대를 3년 동안 갔다와야 한다는 것은 근거없는 소문이었지만 박근혜 당선자가 여성이다 보니 남자를 도리어 성차별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벌어진 일 같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보면서 우리 초딩들도 할 말이 많다. 우리들은 항상 말한다. "어른들은 왜 박근혜를 뽑은 거야?" 박근혜가 정말로 준비된 대통령일까? 우린 국어시간에 배운다. '같은 성별의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는 좋지 않은 후보란 걸 말이다. 그런 사실을 우리도 아는데, 왜 어른들은 모르는 걸까?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 때, 새마을 운동 했었잖아.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박근혜도 잘 할 거라고 박근혜 뽑은 거래!"
"그런 게 어딨어?"
"봐봐, 19일에 대통령 선거만 실시한 게 아니라 교육감 선거도 했잖아. 그런데 문용린이 뽑혔잖아! 그런 걸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새누리당 쪽에 있는 사람들이 박정희처럼 경제를 살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에휴... 이제 고령화 시대인데 자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시면 어떡하라는 거야."

친구들이 어디서 이런 정보들을 알아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친구들의 말대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박근혜가 잘 할 거라고 생각하고 뽑으신 것 같다. 요즘 '카카오스토리'어플에 많이 올라오는 글이 있다.

"어른들, 투표하기 귀찮으시죠? 우리한테 넘기세요."
"5년을 망하고도 5년을 더 망하고 싶으신 겁니까?"
"이제 우리는 10년을 망한 셈이다."

우리들도 아는 문제점을 왜 어른들은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 어른들은 정말로 박근혜 후보가 잘할 거라고 생각해서 뽑은 걸까? 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안철수 후보와 이정희 후보가 사퇴를 하고 나서, 그 두 후보자의 지지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 '이제 뽑을 사람도 없는데 둘 중 하나 고르지 뭐. 이왕에 망할 거, 박근혜가 되면 덜 망하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5년에 한 번씩 있는 아주 중요한 투표. 우리의 5년을 좌우하는 선거. 어른들의 선택이 신중해 보이지 않는다.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학급 임원선거를 할때에도, 우리는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한다. 학급 임원이 반년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학급 임원이 어떻게 하느냐의 따라, 그 반 학생들의 반년도 결정된다. 이런 반년도 신중한데,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5년이라는 긴 시간을 그런 식으로 결정해 버렸다.

6학년 2학기 국어에는 선거유세의 대한 단원이 나온다. 선거를 할 때 먼저 봐야할 것은 그 공약이 실천 가능한 공약인지, 후보가 평소에 믿을 만한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박근혜 후보가 이랬었지만 이번에 잘하겠지."
"왜 자꾸 과거에 목매요? 잘할 수도 있지...!"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6학년 교과서에도 나오는 기본적인 내용을, 어쩜 어른들이 모를 수 있을까? 그것이 우리 6학년들의 의문점이다. 항상 투표할 때, 우리 학생들의 입장도 고려해 주길. 우리 6학년들은, 우리들의 앞날도 중요하지만 후배들의 앞날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6년 동안 초등학교를 다녀보면서, 힘든 점이 참 많았다. 시험, 시험이 문제다. 한자경시대회니 수학경시대회니. 그런 걸 왜 하는 걸까? 자기 실력을 뽐내려고? 상 받으려고?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면 공부를 엄청 하게 될 텐데, 초등학교부터 그런 무리한 시험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시험의 문제점도 꽤 있다. 만약 수학경시대회에서 점수가 잘 안나왔다고 치자.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몇 점을 맞았는지 물어본다.

"야, 너 몇점 맞았어?"
"음...너는...?"
"나? 65점...! 완전 못봤어~~"
"그..그래..?"
"너는 몇점 맞았어?"
"나...나...? 나는... 25점..."

이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야, 00이 수학경시대회 25점이래!"
"정말? 헐! 대박 못봤다!"

이렇게 되면서 이런 소문은 점점 과장되어 간다. 25점이었던 점수는, 15점이 되가고, 0점이 되어간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아이는 '0점짜리 아이'가 된다. 빵점, 빵점짜리 말이다. 수학경시대회 점수가 그 아이의 인격을 평가하는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한순간에 왕따가 되어가고, 한순간 0점짜리 아이가 되는 것이 다 수학경시대회와 한자경시대회 때문이다. 저번에는 수학경시대회와 기말고사의 날짜가 무척 가까워서 학생들이 당황했다. 수학경시 공부도 해야하고, 기말고사 공부도 해야 하고... 우린 이렇게 시험만 치고 살아야 할까?

우린 이제 졸업하지만 이런 점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픔을 알고 있어도 후배들에게 미리 경고하지 못하는 나쁜 선배가 되어버린다. 이런 점들은 새로운 교육감, 새로운 대통령이 나서주었으면 한다. 이외에도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많다. 학교폭력 문제, 성범죄 문제 등등! 그리고 이 문제를 결코 쉽게 받아들이시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 글을 쓴다. 부디 대한민국의 국민 중 한명인 초등학생 6학년의 이야기를 대통령께서 들어주시길.


태그:#박근혜, #대통령, #초딩, #6학년,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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