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의 PS 파트너> 스틸.

<나의 PS 파트너> 스틸. ⓒ 나의PS파트너 문화산업전문회사


이 영화, 생각보다 야하지 않다. 물론 10대에서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상식적이며 또한 받아들일만한 내용을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김아중과 지성. 둘 다 인상적인 장면 하나씩을 남겨주었다. 그 장면들에서 보여준 둘의 감정 연기가 꽤 괜찮았다. 먼저 김아중의 베스트 신은 윤정의 '술집 난동 신' 이었다. 약혼자가 몰래 바람핀 회사 여후배를 자신이 동반된 회식 자리에서 본 윤정이 자기만 아프고 다른 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현실에 결국 폭발하는 설정이다.

윤정이 땅콩을 훅 하고 뱉어낸뒤 담배 한개비를 빼어 물고는 놀라는 약혼자에게 "너 만나느라 담배 끊었었다"고 하는 거라든지, 약혼자의 머리에 피우던 담배 적신 맥주를 부어주고, 약혼자와 바람핀 여후배에게 맥주를 부어버리려 하는 것도 잘 했지만 특히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나한테 막 한다!"며 만남을 후회하는 대사를 칠 때 그 느낌이 상당히 적당했다.

지성의 '베스트 신'도 역시 술집 신이다. 이른바 '거짓 전화 신'. 윤정의 약혼남이 현승과 통화하게 되어, 윤정을 한껏 의심하는 약혼남에게 현승은 오히려 호통을 치며 윤정이 자신을 귀찮게 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제대로 말이다. 그로인해 윤정은 약혼남의 적반하장적 의심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윤정을 사랑하지만,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현승. 특히 "지금 내 심정이 어떤줄 아냐"며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윤정의 약혼남에게 따지는 현승을 연기할때 그 감정선을 보여준 지성의 연기는 꽤 그럴듯 했다. 자신의 약혼자와 파혼할뻔 했다고 얘기하는 현승의 말은 곧 윤정의 약혼남의 존재를 인지해 윤정을 보내기 싫지만 보내야 하는 현승의 심리가 담겨있어 찡한 마음의 움직임을 선사하는 것이다.

<나의 PS 파트너> 볼까 말까?

 <나의 PS 파트너> 스틸.

<나의 PS 파트너> 스틸. ⓒ 나의PS파트너 문화산업전문회사


'여성 시대'이니만큼 윤정 캐릭터가 좀 더 세고, 현승 캐릭터가 좀 더 지질하게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아쉬움은 그래도 중간중간 웃겨주는 조연들과 감동을 주는 두 주인공의 서로에 대한 대사와 행동들로 잊어 보려해야 하지 싶다.

로맨틱 코미디인데 사실 슬프기도 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도 등장하는 슬픔과 비슷한데, 바로 사랑하는 사이끼리 서로를 외롭게 만드는 것에 대한 슬픔이었던 것이다. 마음에 있는 말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라는게 <나의 PS 파트너>에 깔려있는 고독의 정서와도 일맥상통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사소한 심리를 잘 에피소드화 한 것이나, 대사가 대부분 깔끔하게 되어 있던 점은 이 영화의 좋은 점이다. 이 영화는 그저 보고 즐길뿐인 팝콘 무비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몇가지 문제들이 메타포 처럼 녹아들어 있다.

또한 '결혼과 연애가 꼭 그렇게 서로를 슬프고 아프게 해야만 하는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윤정의 약혼남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윤정에게 성욕을 분출하거나, 야동 마니아인 현승의 친구가 데려간 술집에서 현승이 그 술집에 온 남자손님들과 싸우게 되는 것 등을 통해 한국 남자들의 잘못된 성(性)문화에 대해서 꼬집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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