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에 대고 무언가 야릇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여성의 입술이 유난히도 자극적으로 보이는 영화 예고편을 보면서 거침없이 야릇한 스타일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영화 <나의 PS 파트너>. 예고편만 보면 마치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 같은 성에 관련된 폭소가 난무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폰 섹스'라는 자극적인 소재는 사랑을 통해 상처 받은 남녀가 치유하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잠시 차용되었을 뿐이다.

헤어진 뒤 83일이 지났지만 옛 사랑 소연(신소율)을 잊지 못해 방황하는 현승(지성). 만난지 5년째 되가는 남친 승준(강경준)에게 언제나 애정결핍을 느끼고 남친의 권태기를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 결혼에 목매는 여자 윤정(김아중). 윤정이 전화번호를 잘못 눌러 우연히 현승에게 전화를 걸면서 독특한 만남을 시작하게 된다. 옛 연인과 헤어진 이후 좀처럼 여성과 관계를 맺지 못하던 현승은 윤정의 섹시한 폰 섹스에 모처럼 흥분을 느끼고 이상 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은 어처구니 없이 이상야릇하게 만났지만 전화통화를 통해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간다. 결혼을 위해 멀쩡히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란제리 쇼핑몰 창업을 준비하지만 연애도 일도 좀처럼 풀리는 게 없는 윤정. 음악에 매달리지만 현실적으로 대책없이 사는 것에 진저리를 느낀 옛 연인이 떠나고 난 후 방황을 거듭하는 현승. 이 둘은 수 차례의 전화 통화 끝에 직접 만나게 되고 만나자마자 그 동안 잠재되어 있던 폭발적인 열정을 발산한다.

그러나 윤정은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회사 동료와 바람을 피우고도 태연하게 윤정을 대하는 남자친구 승준에 대한 잠재적인 분노 사이에서 정신적인 방황을 거듭한다. 윤정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되찾아가기 시작한 현승은 소연과 헤어진 이후 잊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본능을 되찾아가기 시작한다.

결국 두 사람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더 이상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윤정의 결혼식장에서 한바탕 소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영화의 예고편은 폰섹스를 통해 성에 대한 농담과 웃음거리를 제공할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영화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전달해주는 장본인은 현승의 친구이자 능청스럽고 가감없는 성에 대한 따발총 같은 직설화법을 늘어놓는 석운 역할을 맡은 김성오이다. 만약 김성오가 연기한 현승 캐릭터가 없었다면 영화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공식을 따라가면서 지루함을 전달했을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겨울 시즌에 맞춰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라 그런지 어떻게 해서든 두 남녀의 해피엔딩을 유도하기 위해 다소 작위적이고 환타지 같은 수법을 도입한다. 늘 그렇듯이 두 남녀는 자신이 원하던 일을 성취해서 성공하고 그동안 가슴에 쌓아두었던 아쉬움을 털기 위해 다시 서로에게 다가선다.

로맨틱 코미디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의 하나인 OST는 모처럼 신해철이 자신의 색깔이 묻어나는 OST를 들고 나와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노골적인 가사와 신해철의 색깔이 묻어나오는 신나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주제곡 'Show me the panty'는 대놓고 노골스러움을 자처한 것이 오히려 더 뇌리 속에 각인되게 한다.

19금 영화답게 화끈하고 노골적인 애정 신도 등장하는 편인데, 특히 현승의 옛 연인 소연역을 맡은 신소율의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김아중은 맥 라이언과 사라 제시카 파커 사이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김아중에게서 섹시함이 느껴지지 못하다보니 영화 본래의 색깔이 살아나지 못하였다. 계속 영화를 보는 동안 예전에 비해 어색하게 달라진 그녀의 얼굴에 대해 아쉬움만 묻어 나왔다. 하지만 등장하는 작품 마다 자신의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은 언제나 박수를 받을 만하다.

2주 후에 선보일 최루성 멜로 영화 <반창꼬>가 과연 관객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얻는지가 이 영화 흥행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CJ가 배급한다. <반창꼬>의 개봉 일정이 예정보다 늦춰진 걸로 봐선 <반창꼬>가 개봉할 시점에 <나의 PS 파트너> 상영관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예스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나의 PS 파트너 지성 김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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