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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차밭과 어우러진 연동사. 여느 절집과 다른 분위기다.
 야생의 차밭과 어우러진 연동사. 여느 절집과 다른 분위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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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계절보다도 가을여행은 한산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으뜸이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전남 담양 금성산성 자락에 있는 절집 연동사로 간다. 연동사는 여느 절집과 다르기 때문이다.

절집이 일정한 틀에서 자유롭다. 웅장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소나무와 대나무, 차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소박하다. 들머리에 일주문이나 사천왕상도 없다. 아담한 돌탑이 절과 밖의 경계를 대신할 뿐이다. 절답지 않은 절집이다.

요사채와 다실에 앉으면 산비탈 차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러 가꾸지 않은 야생의 차나무다. 면적도 꽤나 넓다. 주지 원행스님이 내준 수제차의 맛도 담백하고 깊다.

"정유재란 때였어요. 당시 여기에 시체가 즐비했답니다. 전쟁 뒤 유족들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유족들이 피붙이 찾기를 포기하고 그 위에 향불을 하나씩 피웠는데, 그 연기가 온 산을 뒤덮었다고 해요. 그래서 연기 연(煙), 마을 동(洞) 자를 써서 연동사(煙洞寺)라고 했었답니다."

원행스님의 말이다. 연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자연석실 노천법당이다. 거대한 암벽 밑에 지장보살 입상과 삼층석탑이 서 있다. 지장보살의 인상이 수더분하다. 석탑도 수수하다. 누구라도 지나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다른 절집에선 보기 드문, 열린 법당이다.

싸목싸목 걷기 좋은 금성산성 길

연동사 노천법당. 지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는 법당이다.
 연동사 노천법당. 지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는 법당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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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서 나온 차나무. 연동사에선 흔한 풍경이다.
 바위에서 나온 차나무. 연동사에선 흔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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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진 마음을 안고 금성산성으로 간다. 길이 노천법당에서 산성으로 이어져 있다. 금성산성 주차장에서 오르는 길과 금세 만난다. 산성으로 가는 길이 호젓하다. 길도 걷기 편하게 다듬어져 있다. 길 위로 드러난 소나무의 뿌리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숲도 단풍으로 울긋불긋 타들어가고 있다. 해찰하며 싸목싸목 걷기에 좋다.

연동사에서 30분쯤 걸었을까. 널찍한 바위 위로 우뚝 솟은 성벽과 성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금성산성의 외남문인 보국문이다. 언제라도 성밖을 살피고 적의 공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앞으로 도드라져 있다.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 산성의 정찰기지인 셈이다.

담양호와 추월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추월산은 깊은 산세만큼이나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동학혁명 때 농민군이 마지막까지 항거했던 곳이다. 산성 아래로 펼쳐진 가을 들녘도 더 쉬어가라 한다. 가을햇살과 바람이 마음속까지 어루만져 준다.

금성산성으로 가는 길. 소나무 뿌리가 길 위로 드러나 있다.
 금성산성으로 가는 길. 소나무 뿌리가 길 위로 드러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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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으로 가는 길. 호젓한 가을 분위기를 선사한다.
 금성산성으로 가는 길. 호젓한 가을 분위기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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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은 고려 때 쌓여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절벽에 위치해 있어 임진왜란 때 의병의 거점이 됐다. 이때 많이 파괴됐던 것을 광해군 2년(1610년)에 고쳤다고 전해진다. 성내에는 주민과 관군 2000여 명이 머물렀다. 동학혁명과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마을과 관아, 절이 모두 불에 타 없어졌다. 터만 남은 걸 토대로 1990년대 들어 동문과 서문, 남문, 북문 그리고 성곽을 복원했다.

1877년 세워진, 당시 파견 관리의 불망비를 지나니 두 갈래 길이다. 왼쪽은 보국사 터로 가는 길이다. 오른편은 북문 방향이다. 이 길에 동자암도 있다. 충용문(내남문)에서 보국사터를 거쳐 북문으로 간다. 여느 곳과 다를 바 없는 산길이다. 북문이 가까워지면서 길이 다소 비탈지다.

북문에 서서 산성을 내려다본다. 풍광이 가파른 만큼 전망이 툭 트인다. 산봉우리들이 첩첩이 잇대있는 풍경도 한 폭의 수묵화다. 왼편으로는 순창 강천사로 내려가는 길이 뻗어있다. 연대봉과 운대봉, 동문으로도 이어진다. 오른쪽으로는 서문을 지나 철마봉, 노적봉을 거쳐 다시 남문으로 가는 길이다. 이 능선과 성벽이 전남 담양과 전북 순창의 경계를 이룬다.

성을 쌓은 옛 사람들 생각하니 아려오는 마음

금성산성 외남문 격인 보국문. 산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금성산성 외남문 격인 보국문. 산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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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남문(충용문)으로 가는 길. 본격적인 산성길의 출발점이다.
 내남문(충용문)으로 가는 길. 본격적인 산성길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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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거쳐 철마봉과 노적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길이 조금 가파르다. 하지만 성벽을 따라 걷다보니 위험하지 않다. 기분도 색다르다. 평지의 낙안읍성 성곽과는 다른 느낌이다. 산성의 모습도, 산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도 여유롭게 다가온다. 발아래 담양호와 들녘 풍경도 넉넉하다.

내남문까지 내려와서 다시 한 번 산성을 올려다본다. 적으로부터 방어하고 또 역습을 감행하기에 정말 좋은 지형이다. 천혜의 요새다. 한편으로 기나 긴 성을 쌓은 옛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금성산성 내남문(충용문). 성곽이 우람하다.
 금성산성 내남문(충용문). 성곽이 우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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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 성곽길. 길이 성곽을 따라 이어진다.
 금성산성 성곽길. 길이 성곽을 따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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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성곽을 쌓는 일은 고통을 넘어 죽음의 다른 이름이었을 게다. 배를 곯고 병에 들고 또 돌에 깔려서 많은 백성이 죽어갔을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와 한겨울 추위도 얼마나 혹독했을까.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처럼 옛사람들의 산성 축조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제까지 봤던 산성과는 또 다른 산성의 모습의 겹친다. 가을 한낮의 하늘이 높기만 하다.

금성산성 안길. 내남문에서 북문으로 가는 길이다.
 금성산성 안길. 내남문에서 북문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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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에서 내려오는 길. 가을의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금성산성에서 내려오는 길. 가을의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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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대나무고을’ 담양읍에서 순창 방면 24번국도 타고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 왼편, 담양호 쪽으로 가야 한다. 연동사도 금성산성 주차장에서 연결된다.



태그:#금성산성, #연동사, #호국산성길, #담양, #산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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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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