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은 풀잎에 알알이 맺힌 이슬방울에 가을 꽃 쑥부쟁이가 새겨져 있다.
▲ 이슬과 쑥부쟁이 작은 풀잎에 알알이 맺힌 이슬방울에 가을 꽃 쑥부쟁이가 새겨져 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맑은 이슬이라야 제 몸에 또 다른 것을 담을 수 있다.
▲ 이슬과 꽃 맑은 이슬이라야 제 몸에 또 다른 것을 담을 수 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가을은 이슬이 많은 계절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제가 찾는 그곳은 아침 햇살이 제법 늦게 들어오는 곳이라 점심때까지도 이슬이 풀잎에 맺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노안이 오면서 이슬사진을 담는 것이 많이 불편해 졌습니다.
소재를 찾을 때에는 안경을 벗어야 하고, 뷰파인더를 바라볼 때에는 안경을 써야 합니다. 다시, 사진이 제대로 담겼는지 확인하려면 안경을 벗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이내 안경이 지저분해집니다.

그래서 이슬이 내린 뒤에도 한동안 마음으로만 새겼습니다.

씀바귀 이파리는 동글동글한 이슬을 잘 맺는다. 고진감래의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리라.
▲ 씀바귀에 맺힌 이슬 씀바귀 이파리는 동글동글한 이슬을 잘 맺는다. 고진감래의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리라.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가려린 이파리에 쉬어가는 이슬, 그 이슬에 쉬어가는 코스모스
▲ 이슬과 코스모스 가려린 이파리에 쉬어가는 이슬, 그 이슬에 쉬어가는 코스모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오늘 아침엔 그냥 마음으로만 담기엔 너무도 아름다운 이슬방울들이 맺혀 있었습니다.

그렇게 맑은 이슬방울을 바라보노라면 내 마음도 그렇게 맑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내 마음 맑지 못해도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은 아직도 맑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맑아야 제 몸에 꽃도 담고, 나무도 담고, 하늘도 담습니다.
그것처럼 맑은 사람이라야 세상을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슬은 자기의 색깔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만의 색깔을 간직한다.
▲ 이슬과 꽃 이슬은 자기의 색깔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만의 색깔을 간직한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조금만 보는 시선을 바꾸면 또 다른 모습이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이슬방울들이다.
▲ 이슬사진 조금만 보는 시선을 바꾸면 또 다른 모습이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이슬방울들이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대선을 앞두고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분들의 행보가 바쁩니다.
감상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나라가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로 다 바뀌는 것도 아니고, 한 사람의 생각으로 뒤바뀌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맑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국민들의 마음도 새기고, 지혜로운 참모들의 말도 경청하고, 때론 자신의 허물있음도 인정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경청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거미줄이 먹이 대신 밤새 내린 이슬방울을 잡았다. 그리고 그 이슬방울 아래 개망초 꽃이 이슬방울에 새겨졌다.
▲ 거미줄과 이슬 거미줄이 먹이 대신 밤새 내린 이슬방울을 잡았다. 그리고 그 이슬방울 아래 개망초 꽃이 이슬방울에 새겨졌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가을꽃 감국이 거미줄에 달린 이슬방울에 새겨져 영롱하다.
▲ 거미줄과 이슬 가을꽃 감국이 거미줄에 달린 이슬방울에 새겨져 영롱하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거미줄만큼 이슬방울을 아름답게 담아내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거미줄의 목적은 먹이를 잡는 것이지만, 아침 나절만큼은 이슬방울에게 자리를 내어줍니다.

부지런한 거미들은 이슬방울을 털어내려고 거미줄을 흔들어댑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연이 이슬방울을 말려줄 때까지 기다립니다.

자기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살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가 원하지 않아도 이 세상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다면, 자기의 것을 조금 양보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 것을.

이렇게 작은 꽃들을 품을 뿐 아니라 온 하늘을 다 품을 수도 있다.
▲ 털별꽃아재비 이렇게 작은 꽃들을 품을 뿐 아니라 온 하늘을 다 품을 수도 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눈으로 얼핏 보는 것이 모두 보는 것이 아니다. 가만 바라보면 신비하게 다가오는 것이 자연이고, 사람이다.
▲ 민들레 우리가 눈으로 얼핏 보는 것이 모두 보는 것이 아니다. 가만 바라보면 신비하게 다가오는 것이 자연이고, 사람이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얼핏 보면 스쳐지나가는 것들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비투성이인 것이 자연이요, 꽃입니다.

사람들도 그렇지요.
겉으로만 보면 그저 그렇지만, 그 속내까지 깊이 알게 되면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은 깊게 사귀어야 합니다. 깊게 속내까지 알지 못하면서 사랑한다 어쩐다 하다가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요.

오랜만에 이슬사진을 담으면서 드는 생각, 맑은 이슬이 꽃 담듯이 맑은 사람이 세상을 담을 수 있고, 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태그:#이슬사진, #민들레, #털별꽃아재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