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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남 할머니 마을에 갖다버리는 쓰레기를 일일이 분리수거를 하신다는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거주하시는 유병남 할머니(80세)
▲ 유병남 할머니 마을에 갖다버리는 쓰레기를 일일이 분리수거를 하신다는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거주하시는 유병남 할머니(8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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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아직도 성벽 밖으로 난 아랫동네는 답답하다. 이곳은 골목이 워낙 좁아 장비조차 투입할 수가 없어, 개선사업조차도 못하고 있다. 지동 9통 민원실이 있는 이 골목은 벽이 무너지고, 지붕은 모두 샌다. 천으로 대충 막아놓았지만, 비가 많이 오면 불가항력이라는 것이다. 이 골목 사람들은 오늘도 깊은 한숨으로 날을 보낸다.

이렇게 좁은 골목길은 으슥해, 밤이 되면 사람들이 다니기가 두렵다고 한다. 이 골목에서 사는 주민은 이래저래 화가 난다는 것이다. 이 골목 주민의 불만은 그치지를 않고 이어진다. 골목을 돌아보니 지동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동 뒷골목 아직도 지동 뒷골목에는 사람이 지나가기도 버거운 골목들이 있다
▲ 지동 뒷골목 아직도 지동 뒷골목에는 사람이 지나가기도 버거운 골목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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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이어지는 골목 주민의 불만

"벌써 언제 적부터 이곳이 모두 헐리고 개발이 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딴 곳은 다 개발을 했으면서도 이 골목은 그대로 놓아두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지난번 시장 때 도시가스를 놓아준다고 하더니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없는 서민들이 비싼 기름을 때야 하는데, 좁은 골목이라 기름 차가 못 들어온다. 큰길에서 기름 차가 집을 통해 호스를 넘겨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길가 앞집에서 싫어한다. 비싼 기름값이 아까워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도 못 때고 산다."

"비가 오면 물이 넘쳐 전신주 밑으로 물이 빨려 들어간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

지붕에는 여기저기 비가 새지 않도록 임시로 방편을 해놓았다. 길이 워낙 좁다 보니 차가 들어올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곳이 이렇게 골목길은 좁은 이유는 지금 집을 짓고 사는 곳이 개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개울 위를 막아 집을 지었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밑에서 올라오는 한기로 몇 배나 더 춥다는 것.

비가 새는 지붕 낙후된 이 골목이 집들은 수라조차 못하고 있어 비가 오면 지붕이 샌다고 한다. 지붕 위에 여기저기 장판이나 천 등으로 새는 것을 막아놓았다
▲ 비가 새는 지붕 낙후된 이 골목이 집들은 수라조차 못하고 있어 비가 오면 지붕이 샌다고 한다. 지붕 위에 여기저기 장판이나 천 등으로 새는 것을 막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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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만난 유병남 할머니

한참 뒷골목을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할머니 한 분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신다. 신문사에서 왔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

"나 이 동네 들어온 지 50년이나 되었어. 처음에 이곳에 들어올 때 19,000원 주고 이 집을 샀지"
"그때도 이렇게 골목이 좁았나요?"
"아냐. 이 집들이 앉은 곳이 넓은 개울이었어. 물이 많이 흐르는 곳이었지. 그 옆에 밭도 매고 그랬는데. 그런데 그 개울을 덮고 그 위에 집을 지으면서 이렇게 골목이 좁아졌지. 이나 저나 여긴 언제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바꿔준 데. 아무래도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봐"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셨는데요?"
"나 이제 80여"
"아이고, 아직도 청춘이시네요"

그 말씀에 기분이 조금 좋아지셨나 보다. 이런저런 마을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하천자리 유병남 할머니께서 예전에 큰 개울이 흘렀다고 알려주고 계시다
▲ 하천자리 유병남 할머니께서 예전에 큰 개울이 흘렀다고 알려주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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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이 할머니 시민봉사상 드려야겠네

"내가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는데, 제발 음식물 쓰레기하고 병이나 캔하고 같이 버리지 말라고 해"
"할머니 재활용품 주우러 다니세요?"
"그게 아니고 분리수거를 안 하면 가져가지를 않잖아. 그래서 하루에 몇 번씩 나가서 분리수거를 해 놓는 거지. 그럼 다 가져가잖아. 그러면 깨끗한 것이 냄새도 나지 않고 얼마나 보기 좋아."

사실 유병남 할머니 댁은 쓰레기를 모아두는 큰길에서 안쪽 골목길이라, 냄새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밤이고 낮이고 하루에 몇 번씩 쓰레기를 뒤져 분리수거를 해 놓으신단다.

"할머니께서 워낙 부지런하세요.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뒤져 분리를 하신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일인데, 날마다 하루도 안 거르세요."
  
주민의 말이다. 한때는 몇 곳을 하셨는데, 이제는 지동 목욕탕 앞에 모인 것만 하신다고. 사실은 딴 곳에서 쓰레기를 분리하시는데, 누군가 끈끈이에 붙은 살아있는 쥐를 그냥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렸다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손을 넣었다가 살아있는 쥐에게 물려 피를 많이 흘리기도 하셨단다.

분리수거 하루에도 몇 번씩 쓰레기 적치장을 나가 분리수거를 하신다는 유병남 할머니
▲ 분리수거 하루에도 몇 번씩 쓰레기 적치장을 나가 분리수거를 하신다는 유병남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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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시는 분은 하늘도 돕는 법

할머니는 현재 지동 294-25번지에 혼자 살고 계신다. 자녀는 다 딴 곳에서 생활한다고, 얼마 전에 딴 곳에 사는 아들네 집에 가서 한달 생활비 20만 원을 받아서 오시다가, 그만 지갑을 택시에 두고 내리셨다고 한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지갑을 두고 내린 거야 앞이 캄캄하데"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긴 택시는 이미 가버렸는데.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돈지갑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택시기사 분이 경찰에게 이야기해서 집으로 가져왔데. 참사람이 좋게 세상을 살면 하늘도 다 돕는가 봐. 그 택시기사 참 착한 분이라 그 사람도 복 받을 거야"

지동 골목길에 봉사왕 유병남 할머니. 아무쪼록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바란다. 이런 분이 지동에 계셔, 지동은 그래도 점점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보다. 나도 이참에 꼭 한마디 하고 싶다.

"시장님, 이 유병남 할머님 꼭 상 하나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e 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동 뒷골목#유병남 할머니#쓰레기 분리수거#낙후된 뒷골목#개울 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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