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철수 후보가 어제(25일) '응답하라, PD수첩 호프(hope) 콘서트'에 출연 "저는 지난주 강을 건넜고, 그 다리를 불살라 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주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해서 현장에 있던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내용은 행사 직후 곧바로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페이스북에 올려졌다. 나는 기성 언론 매체들을 통해서가 아닌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접했다. 순간 '예전 같았으면 내일 아침에 종이 신문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발빠르게 다양한 행보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 제 눈에 가장 띄는 것은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Ahn's Speaker 다. 안철수 후보의 공식 입장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현재 5만7000여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안 후보의 소식들을 받아보고 있고,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Ahn's Speaker 페이스북은 지난 9월16일에 오픈했다. 안철수 캠프는 대선출마 기자회견이 있던 19일 오후 3시 정각에 기자회견 시작과 동시에 출마 기자회견문 전문을 Ahn's Speaker 페이스북에 전격 공개하였다.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회견 전문은 일파만파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유민영 대변인은 기자회견 이틀 전인 17일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에 대한 행사알림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페이스북. AHN'S SPEAKER. 9월26일 좋아요가 5만7천명을 넘었다. (캡쳐화면)
▲ 안철수의 페이스북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페이스북. AHN'S SPEAKER. 9월26일 좋아요가 5만7천명을 넘었다. (캡쳐화면)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Ahn's Speaker 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면서 분명 새로운 방식의 선거 캠프 운영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사실은 그 전에 이미 약간의 예측은 하고 있었다. 몇주 전 금태섭 변호사가 '진실의 친구들'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안철수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나섰을 때부터다. 이후 박근혜 캠프 쪽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협박을 폭로하는 기자회견 당시 구체적인 입장 표명도 페이스북을 통해 해나가는 모습이 사뭇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금태섭 변호사가 운영하는 진실의 친구들 페이스북. 진실의 친구들. (캡쳐화면)
▲ 안철수의 페이스북 금태섭 변호사가 운영하는 진실의 친구들 페이스북. 진실의 친구들. (캡쳐화면)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안철수 캠프 측은 어제 새로운 페이스북 페이지를 하나 더 개설하였다. 안철수와 함께하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Ahn+Tomorrow 이다. 이 페이지는 각계 전문가와 국민들이 함께 만드는 안철수 캠프의 정책 페이지이다. 지난 23일 안철수 캠프 측은 정책네트워크 첫번째 포럼 "국민이 선택하는 내일을 위한 혁신"을 개최하였는데, 포럼에서 나온 내용들을 요약 정리하여 페이스북에 바로 공개하였다. 이런 포럼이 전국에서 다양한 소모임 형태로 자발적으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포럼 공개모집' 글도 함께 올라왔다.

안철수와 함께하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페이스북. AHN TOMORROW (캡쳐화면)
▲ 안철수의 페이스북 안철수와 함께하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페이스북. AHN TOMORROW (캡쳐화면)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가장 압권이었던 부분은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Ahn's Speaker 페이스북에서 올린 안철수 후보의 무보정 무편집 스마트폰 동영상이였다. 안철수 캠프의 이름을 공모하는 글을 올렸는데, 불과 2~3일 만에 수 천개의 제안들이 올라왔고, 여기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감사 인사를 선거 총괄을 맡고 있는 박선숙 전 의원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무보정 무편집으로 그냥 올린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저희 번개 한 번 해볼까요?"라고 말한 후 10초간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데 이런 어색함에 오히려 네티즌들은 더 열광을 하기도 했다.

AHN'S SPEAKER 페이스북에 올라온 안철수 후보의 무보정 무편집 동영상.
▲ 안철수의 페이스북 AHN'S SPEAKER 페이스북에 올라온 안철수 후보의 무보정 무편집 동영상.
ⓒ 이준길

관련사진보기


이런 여러 가지 시도들을 보며 이런 결론을 내렸다.

"드디어 안철수의 페이스북 정치가 시작되었다."

안철수 캠프의 이런 시도를 '페이스북 정치'라고 나름 명명해 보았다. 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청춘콘서트를 통해 많은 청년들의 멘토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서울시장 출마가 이슈가 되었을 때는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안철수의 강연 정치'라고 명명받기도 했다. 본인의 중요한 입장을 수많은 대중이 운집한 강연이라는 공간에서 표명했기 때문에 강연의 내용이 곧 정치적 입장 표명이 되는 그런 과정이었다.

강연 정치에서 이제는 페이스북 정치로

기존에는 어떤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려면 언론사 기자들만 모아 놓고 기자회견을 해서 언론사의 지면을 통해 국민들에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강연 정치의 방식은 기자들과 국민들이 함께 있는 열린 공간에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언론과 국민들에게 동시에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 현장에서 국민들이 직접 이야기를 함께 들었기 때문에 증인 역할을 해줄 수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보수 언론은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교묘하게 짜깁기 해서 정보를 왜곡하기 일쑤였다. 이런 구태한 작태를 없애는 효과가 일정 정도 있는 것이다.

이런 연장선 상에서 안철수의 '페이스북 정치'를 바라볼 수 있다. 페이스북 정치에도 역시 강연 정치와 같은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즉, 기존 정치인들은 대변인실에서 입장 발표를 할 때 국회 정론관 같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언론사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의사가 전달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 캠프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 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왜 안철수 캠프는 페이스북 페이지들을 개설했을까?

안철수 페이스북 정치의 핵심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

안철수의 페이스북 정치의 가장 큰 파워는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이다. 20~30대 젊은 층은 종이 신문을 많이 보지 않는다. 내 주변만 보더라도 종이 신문을 읽는 친구들은 10명 중에 1~2명 있을까 말까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포털 뉴스를 본다. 하지만 더욱 신뢰하는 뉴스는 친구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해 주는 뉴스들이다. 내 친구들이 SNS를 통해 전해주는 뉴스를 더 신뢰하는 것이다. 안철수 캠프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게 되면 이제 보수 언론사들의 기자들도 페이스북에 들어와서 국민들과 똑같은 입장에서 정보를 찾아가야 한다. 국민들도 언론사를 통해 걸러진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안철수 캠프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보수 언론들의 공격에 더이상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여진다. 저는 이런 방식의 접근이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굉장히 새로운 시도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트위터는 왜 메인 거점으로 선택하지 않았나? 트위터는 이미 그 영향력이 조금씩 퇴색되어 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지난 4.11 총선을 거치면서 트위터가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아니올시다였던 것이다. 트위터는 진보 쪽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정치적 편향성이 이미 드러난 것으로 보여진다. 트위터 안에서 아무리 메시지가 널리 전파되더라도 그 확산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트위터는 페이스북에 비해 재방문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팔로어가 100명 미만인 대다수 일반 국민들의 경우 아무리 멘션을 날려도 리트윗 되거나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몇번 트윗을 해보다가 곧 허공에 혼자서 소리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 이상 방문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다보니 팔로어가 30만 명이 넘는 극소수의 유명 연예인들 중심으로만 운영이 되다보니 일반 국민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대다수 국민들은 유명인들의 글을 팔로우 하게만 되고 소극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에 반해 페이스북은 인맥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통이 이뤄진다. 비록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런 점이 장점이 되어 페이스북은 재방문율이 굉장히 높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서로의 반응글을 체크하러 들어오게 된다.

물론 페이스북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아직 20~40대 정도의 젊은층들에게만 사용자층이 제한되어 있다. 50~60대 노년층을 공략하지 못한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20~40대에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페이스북 정치는 기존 지지자들을 더욱 응집시키는 효과를 백분 발휘한다는 측면에서 큰 파워를 가질 것이다. 반면 50~60대는 박근혜 후보 지지층이 결집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아직 2G폰을 사용하기도 하고 페이스북을 많이 하지 않으니, 공중파 매체를 통한 메시지 어필이 중요할 것이다.

안철수의 페이스북 정치, 어디까지 확장될까?

페이스북을 통한 메시지 전파가 어느정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 아직은 예측할 수가 없다. 현재 대변인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숫자가 5만7000명 정도 되는데, 이것이 100만 명까지 확대되는 것이 가능할까 예상해 볼 수 있다. 필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편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한 다양한 선거 운동도 시도되고 다양한 운동 조직도 출현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게 되면 가히 명실공히 오프라인 민주주의가 온라인 민주주의로 전이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더 확대되면 200만 명까지도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그리고 트위터는 각종 분석기관에서 빅데이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아직 분석틀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시지의 전파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안철수 캠프 쪽에 대단한 SNS 전략가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안철수 후보 쪽에서 페이스북을 베이스캠프로 삼았다는 것은 훌륭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앞으로도 페이스북에 다양한 베이스캠프들이 조직되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서 SNS캠프는 새로운 도전이다. 이런 새로운 도전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http://hopeplanner.tistory.com/392에도 함께 발행되었습니다.



태그:#안철수, #페이스북 정치,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대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