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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 삼국지> 책 겉그림
 <모세 삼국지> 책 겉그림
ⓒ 이른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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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모세'는 대단한 인물입니다. 이집트에서 종살이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나님의 도움으로 해방시킨 지도자인 까닭이죠. 물론 태어날 때부터 그는 기구한 운명에 처했고, 나일강가에 버려질 때만 해도 죽은 목숨과 다르지 않았죠. 그런 그가 바로의 공주에 의해 구사일생 살아난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의한 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40년 동안 그는 이집트의 파라오 밑에서 제왕교육을 받으며 자랍니다. 그렇지만 이집트 병사를 때려죽인 일이 발각되자, 더 이상 히브리인의 정체성을 감출 수가 없었고, 급기야 미디안 광야로 도망치고 말죠. 그때부터 80세가 되기까지 그는 40년 동안을 광야에서 양치기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80세가 되던 어느 날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불러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겠다고 약속해 주셨죠. 이전에 파라오를 알고 있던 그로서는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죠. 그때 하나님께서는 그의 형 아론을 붙여주셨고, 열 가지 재앙을 통해 끝내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시죠.

이것이 <구약성경>에 나온 모세의 초중반 인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모세의 실제 역사를 '신화화한 것'이라고 바라보고, 소설 형식을 빌려 실제 모세를 그려내고자 한 책이 나왔습니다. 송정훈의 장편소설인 <모세 삼국지>가 그것입니다. 이른바 이집트의 왕자로 소개되고 있는 모세를 역사속의 실제 인물인 '아멘 모세'(Amenmoses·기원전 1202~1199 재위)로 그려낸 것이죠.

더욱이 그는 당시의 이집트를 둘러싼 주변 정세를 <삼국지>의 상황과 흡사하게 그려냅니다. 이른바  위·촉·오 세 나라의 대치 국면을 이집트와 이스라엘과 히타이트로 각축을 벌이게 한 것이 그렇습니다. 조조와 유비와 손권 대신 람세스와 아멘모세와 우와탈리스로 대치시킨 것도 그렇고요.

제1권에 해당하는 이 책에는 이복형인 람세스와 그 동생인 아멘모세간의 공동통치자 선정 다툼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둘은 람세스 2세의 뒤를 이은 메르넵타(Merneptah)의 아들인 세티-메르넵타(Seti-Merneptah)의 아들들인 셈이었죠. 이복형인 람세스가 그 누구보다도 용맹한 장수였다면, 이복동생 아멘모세는 지혜가 출중했죠. 물론 파라오 세티는 아멘모세에게 마음이 더 갔습니다.

파라오 세티는 두 아들에게 세 가지의 과제를 냅니다. 첫째 대결은 이집트에서 가장 강력한 코브라를 뽑는 것, 두 번째 대결은 반란군을 먼저 진압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 대결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세 번째 대결을 전개하는 동안, 아멘 모세를 돕는 사람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소모는 막대로 사자를 때려죽인 '삼갈'이라든지, 또 사자를 찢어 죽인 '삼손', 반란군을 진압할 때 그들의 곡식을 태워버린 '비느하스', 이 책 말미에서 나일강의 재앙을 해결한 책사로 등장한 '호세아'가 그들이죠.

물론 아멘모세를 돕는 조력자들은 모두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사사들이죠. 그 당시 사사들은 '재판관' 몫도 감당했고, 또한 '군대 지휘관' 몫도 톡톡히 도맡았던 인물들이었습니다. 괴력의 사나이 삼손만 봐도 대부분 그런 연대기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성경 역사와는 달리 모세와 사사들의 통치시기를 많이 앞당겨 놓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일 강이 핏빛으로 변했던 것은 적조 현상 때문이었다. 적조의 원인 생물 중 편모조류에는 유독종이 많아 대량의 물고기들을 죽게 만든다. 그러면 개구리의 알을 잡아먹는 물고기의 죽음으로 개구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이후 먹이가 부족해져 그들도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천적인 개구리가 죽음으로써 파리와 모기가 증가하게 되어 각종 질병들을 사람과 동물에게 마구 옮기게 되고 적조에 의해 오염된 물고기나 파리 및 모기에 의해 병에 걸린 동물들을 먹은 상위 포식자는 중독이나 감염으로 인해 심할 경우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본문 306쪽)

제갈공명과도 같은 책사 '호세아'가 피로 물든 나일강과 개구리떼와 온갖 전염병이 들끓고 있는 나일강을 깨끗하게 치유한 부분을 설명한 내용입니다. 성경의 내용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나일강이 피로 물든 원인을 적조현상으로 그려냈고, 악질과 독종의 재앙들도 모두 연쇄적인 흐름 속에서 빚어진 일로 설명하죠. 그와 같은 자연재해의 치유책으로, 우박이 떨어지고 메뚜기떼가 날아든 것도 모두 호세아의 지략에 의한 일임을 밝혀주죠. 아멘 모세가 믿고 의지했던 유일신인 '아멘신'의 도움이 아니라고 말이죠.

비록 성경과는 다른 내용으로 써내려갔다 할지라도, 이 책은 성경내용을 토대로 한 최초의 무협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구성력이 탁월했고, 그 감칠맛도 으뜸이었습니다. 얼마나 재밌게 읽었는지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뚝딱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삼국지에 뒤지지 않을 만큼 지략대결 면에서 독보적이었습니다. 제2권과 제3권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모세 삼국지 1 - 람세스와 아멘모세

송정훈 지음, 이른아침(2012)


태그:#모세 삼국지, #송정훈 장편소설, #제갈공명 호세아, #아멘모세, #람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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